• "헌재가 나설 일이 아니었다"
        2008년 11월 17일 09: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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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헌법재판소는 지난 13일 종합부동산세법 중 세대별 합산과세 조항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을 하였고,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부과조항에 대해서는 소득이 없는 1주택자에게 부과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쉽게 번복될 수 없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이에 배치되는 입법은 다시 논의되기 힘들다. 헌법재판소가 부자를 편들고 있다는 상식적 평가도 가능하겠지만, 우리는 근본적 물음을 던질 수 밖에 없다. 과연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근거하여 판단하였는가?

    2.

    먼저 헌법재판소는 세대합산조항이 헌법 제36조 제1항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하였다.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조항이다.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세대별 합산과세 규정은 혼인한 자 또는 가족과 함께 세대를 구성한 자를 사실혼 관계의 부부나 세대원이 아닌 주택소유자에 비하여 무겁게 과세하여 부당하게 차별한다는 것이다.

    사실 헌법재판소는 종합부동산세 이전에도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한 부부합산과세, 부동산임대소득에 대한 부부합산과세에 대해서도 동일한 논리로 위헌결정을 하였다.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한마디로 결혼하기 전과 결혼한 후를 비교했을 때 세금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4억짜리 주택을 가지고 있는 남자와 3억짜리 주택을 가진 여자가 결혼하면 결혼 전에는 종합부동산세를 안 내는데 결혼 후에는 종합부동산세를 내게 된다는 것이다.

    3.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담세력(경제력이라고 해도 무방하다)을 부부 내지 가족단위로 생각하는데 도대체 왜 부부 내지 가족을 과세의 단위로 삼아서는 안될까?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외국입법례를 보더라도 분리과세하는 경우가 우세하지만 합산과세하거나 당사자들로 하여금 선택하게 하거나 아니면 인적 속성이 강한 근로소득은 분리과세하지만 이자나 배당과 같은 자산소득은 합산과세하는 입법례도 존재한다.

    즉, 이것은 전적으로 그 나라의 관행과 문화, 가족제도, 조세행정능력, 공평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에 의하여 좌우된다고 보아야 한다. 사실 한국과 같이 가족에 대한 관계가 친밀하고 ‘주머니 돈이 쌈짓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부간의 재산의 구분이 실제로 명확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합산과세를 택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즉, 이것에 대한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이를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표1 : 유럽 47개국의 합산과세 입법례>  

    분리과세
    합산과세
    합산과세(일부예외)
    선택가능
    기타 
    미확인
    17
    5
    8
    7
    1
    9
    47

    * 비고 : 2007. 4. 1. 기준, 미국과 터키포함 (출처. IBFD, 2007)

    <표2 : 주요국의 합산과세제도> 

    국가

    제도

    비고

    CANADA

    분리과세

     

    FRANCE

    합산과세(18세미만 미혼자녀포함)

     

    GERMNAY

    합산과세, 분리과세신청가능

     

    ITALY

    근로소득 분리과세, 그외 소득 합산과세

     

    NETHERLAND

    합산과세,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

    OECD 평균조세부담, 실용적인  조세개혁

    SPAIN

    선택가능

    한국과 경제규모 비슷

    SWEDEN

    분리과세

    높은 조세부담과 높은 복지

    UNITED KINGDOM

    분리과세

     

    UNITED STATES

    선택가능

     

    *출처: IBFD, 2007.

    4.

    다음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이런 것이다. 여기에 세 커플이 있다. ①사실혼 관계이고 4억의 상당의 주택을 보유한 남자, 3억원 상당의 주택을 보유한 여자 ②결혼을 하였고 4억의 상당의 주택을 보유한 남자, 3억원 상당의 주택을 보유한 여자 ③결혼을 하였고, 남자만 7억원 상당의 주택을 보유.

    헌재의 위헌결정 전에는 ②와 ③은 모두 같은 액수의 종부세를 내었고, ①은 내지 않았다.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①과 ②는 종부세를 내지 않고 ③만 종부세를 내게 되었다. 그런데 ②와 ③은 주택보유 시가가 똑같고 담세력이 똑같은 부부이다.

    왜 ②에게는 종부세를 부과하지 않고 ③에게만 종부세를 부과하는가? 헌법재판소는 합산과세 조항이 혼인 및 가족보호조항에 반한다고 하지만 왜 ③은 같은 가족인데 ③은 보호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도 총주택재산이 똑같은 부부의 경우 어떤 쪽은 종부세를 부담하고, 어떤 쪽은 종부세를 부담하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

    즉,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분리과세를 할 경우 재산을 부부의 일방이 보유하는 부부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되고, 총 재산보유액이 같은 부부 사이에 동등한 세부담은 불가능하게 되고,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한 쪽만 주택을 보유한 부부를 부당하게 차별하게 된다.

    그렇다면 ①②③에게 같은 세금을 부과하게 하는 방법은 없는가?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종합부동산세의 누진세 구조를 폐지하고 비례세로 과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든 재산에 대해서 0.5%의 비례세를 부과한다면 ①②③의 세금은 모두 같아지게 된다.

    5.

    결론적으로 누진세를 포기하지 않는 한 ①②③을 동등하게 과세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누진세를 포기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보유세를 비례세로 과세하는 것은 헌법 제119조 제2항에 합치하지 않는다. 제119조 제2항은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고, 외환위기 이후 소득의 양극화는 재산 보유의 양극화에 기인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라는 점을 본다면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보유세를 비례세로 부과하는 것은 소득격차를 더욱 심화시킨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한국에서 보유세 중 가옥세는 건국 당시부터 누진세 구조를 취하였으며, 1974년부터는 주거용 대지에 대해서도 누진세 구조를 취하였다. 종합부동산세의 전신인 종합토지세 또한 누진세 구조를 취하였다.

    6.

    결론적으로 보면 이 사건은 헌법 제36조 제1항과 헌법 제119조 제2항이 충돌하는 것이고, 실제로는 ①②커플간의 형평성과 ②③커플간의 형평성이 충돌하는 것이다. 이 충돌하는 두 가치 중 무엇을 우선시하는가에 대해서는 다수결로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는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수 없다. 이는 국회에서 정할 사안인 것이다.

    참고로 미국연방 제2순회법원은 소득세에 대한 부부합산과세 조항의 위헌성에 대해서 “총소득이 같은 부부가 동등하게 과세되고 개인의 납세의무가 결혼에 의해서 영향받지 않는 누진세 체제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서 이 조항을 합헌이라고 판단하였다.

    7.

    또한, 헌재는 주거목적으로 한 채 보유한 자에 대해서는 일정한 기간 이를 보유하거나 기간이 그에 못 미치더라도 소득이 없는 경우에 예외없이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그 입법 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정책수단의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주택 보유자의 재산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하였다.

    주거목적 1세대 1주택 장기보유자나 소득이 없는 자에 대해서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게 재산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의 세율은 아래와 같은데, 과연 어느 정도가 되어야 과도한 것이냐는 것이다. 헌법에 어느 정도 세율로 부과하면 위헌이다라고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표 3: 종합부동산세 세율>  

    과세표준 (6억을 뺀 금액이)
    세율
    3억 이하
    1천분의 10
    3억원 초과 14억원 이하
    1천분의 15
    14억원 초과 94억원 이하
    1천분의 20
    94억원 초과
    1천분의 30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제119조 제1항)”는 정도이고,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말살할 정도의 세율일 경우에는 위헌이겠으나 1%에서 3% 정도의 세율이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말살할 정도의 세율이라고는 도저히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이야기한 1주택자에 대한 우대는 입법정책의 문제이고, 이것은 국회에서 정하면 되는 문제이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판단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8.

    현행 제도 하에서는 헌법은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가 해석한다. 하지만, 그것이 영구불변의 것은 당연히 아니다. 미국에서는 20세기 초 1~3% 정도의 세율의 연방소득세에 대해서 미국대법원이 위헌결정을 하자 광범위한 헌법개정운동이 일어나 소득세 부과근거를 만들기 위해 헌법이 개정되었다.

    헌법재판소가 근거도 없이 위헌결정을 선고하고 이 경향이 바뀌지 않는다면 주권자인 국민이 권한을 행사하면 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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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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