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만부 팔린 『미국민중사』 만화판 나와
        2008년 11월 14일 01: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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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내기 조선 노동자였던 하워드 진은 2차 대전에 공군 폭격수로 참가한 후 참전 군인에게 주어지는 대학교육 혜택을 받아 역사학 교수가 됐다. 하워드 진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미국 빨갱이’이자, 조국 미국의 역사와 현재를 실증 연구를 통해 신랄히 폭로 비판하는 진보 운동가다.

    촘스키가 널리 알려지기 전인 1980년대에는 볼만한 ‘미제 빨간책’을 꼽자면 라이트 밀즈의 『들어라 양키들아』와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가 단연 으뜸이었다. ‘아름다운 나라’ 미국의 끔찍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숨기거나 알고 싶지 않은 비공인의『미국민중사』가 170만 부나 팔렸다니, 놀라운 일이다.

    도서출판 ‘다른’에서 나온 『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는 9.11 이후의 현대 미국사까지를 포함하는 『미국민중사』의 최신 개정판 격이기도 하고, 하워드 진의 자서전인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에 나온 개인사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워드 진이 직접 화자로 나서 탐욕의 미국사를 낱낱이 그리고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폭로하는 이 만화책의 그린 이는 마이크 코노패키다.

    『만화 미국사』는 9.11의 TV 화면과 하워드 진이 이를 지켜보며 컴퓨터로 글을 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텔레비전 화면의 영상은 끔찍했다. 화염에 휩싸인 사람들이 100층도 넘는 높은 곳에서 죽음을 향해 뛰어내리고 있었다. … 우리는 수천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사람들에게 엄청난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 분노를 어찌할 것인가?”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그들을 죽인 자들에 대한 분노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태도로부터 시작하는 하워드 진의 질문은 ‘대테러전쟁’을 선택한 부시나 공화당, 민주당과는 달리 미국민 스스로에게로 돌려진다.

    “우리는 테러리스트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고 말하는 하워드 진의 미국사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형성과 발달, 팽창 과정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다. 운디드니의 아메리칸 인디언들, 멕시코, 쿠바, 필리핀, 베트남, 니카라과, 이란, 이라크. 미 육군과 해군, 공군의 엄청난 화력에 죽임을 당한 이들의 무덤이고, 미국에게 자원과 시장을 대준 제국 밖의 땅이다.

    그리고 하워드 진은 미국이 미국 밖에서의 전쟁뿐만 아니라 미국 안에서의 전쟁을 통해 형성되었다는 사실도 숨김없이 보여준다. 파업 선동자 유진뎁스가 어떻게 감옥에 갇히는지, 반전운동을 펼친 사회당원과 그 지지자들이 채찍질을 당해 죽고, 브루클린 같은 빈민가 아이들의 꿈이 ‘미국’에 의해 꺾이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한 『만화 미국사』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피력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하워드 진은 이렇게 말한다.

    “어려울 때에 희망을 갖는 것은 어리석은 낭만주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역사가 잔인함의 역사만이 아니라 열정과 희생, 용기와 관용의 역사라는 사실을 믿는 태도입니다. … 미래는 현재의 무한한 연속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최악의 상황과 싸우면서 인간으로서 올바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놀라운 승리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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