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치논쟁 중요 vs 시대요구 응답 우선
        2008년 11월 12일 01: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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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저녁,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열린 진보신당 서울시당의 제2창당 정치노선 토론회는 역시 쉽게 끝나지 않았다. 7시 30분 시작된 토론회는 11시 가까이가 되어서야 진행을 맡은 정호진 서울시당 공동위원장의 ‘반 강제적인 통제’로 가까스로 끝낼 수 있었다. 미완의 토론회는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반 강제로 끝낸 제2창당 토론

    이날 토론회의 주된 쟁점은 현재 진보신당이 내세운 ‘평등, 평화, 생태, 연대 등 4대 가치가 제2창당 이후에도 유효하고 적절한 가치’인지, ‘노동자 중심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며, 그 내용은 무엇으로 채워야 할 것인지’였다. 또 하나의 토론 과제였던 당의 발전전략은 앞의 두 문제와 함께 다뤄졌다.

       
      ▲ 진보신당 서울시당 제2창당 토론회(사진=정상근 기자)
     

    이날 토론회는 정종권 집행위원장의 발제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제2창당 토론의 문제점을 제기했던 신언직 강남서초 당원협의회 위원장과 김현우 녹색특위 간사가 토론자로 나서서 주목됐다. 비록 시간제약상 ‘격돌’의 순간은 많지 않았지만, 대신 당원들이 두 사람의 의견에 반박하거나 동의하면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종권 집행위원장은 ‘애매한’ 제2창당 토론문을 대신해, 이날 별도의 발제문을 준비했다. 정 집행위원장은 “서로 환원되지 않는 사회주의, 생태주의, 페미니즘을 3대 정신적-사상적 지향을 명확히 하는 한편 그 구체적 범주들인 평등, 평화, 생태, 연대의 4대 가치가 공허한 논리가 아니라 실천적 지침화시킬 수 있도록 토론을 진척시켜야 할 것”을 주장했다.

    사회주의-생태주의-페미니즘

    그는 이어 “가치 논의를 당 강령-정책-당원 심화교육으로 이어가고, 주체의 발전 전략에 대한 논의를 88만원 세대, 여성 비정규직화에 계획하는 한편, 계급과 지역에 기반한 정당으로서, 통일적인 대중행동을 실행해 비정규직-여성-녹색의 당이라는 당의 대중적 이미지를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현우 녹색특위 간사는 “쟁점토론을 회피하는 제2창당 토론문건에 대한 비판을 했었지만, 오늘 정 집행위원장의 글은 감동적”이란 말로 토론을 시작했다. 그는 “진보신당의 정체성과 지향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하며, 체제로서는 반자본주의 입장을 명확히 하고, 비정규직 등 불안정 노동자를 중심으로 주체를 다시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두 발제자들이 제2창당의 가치와 강령 중심의 토론을 진행한 것에 반해 신언직 강남-서초 당원협의회 위원장은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진보신당의 가치는 신자유주의를 넘는, 평등, 평화, 생태를 관통하는 ‘민주주의’가 되어야 하며, 연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향의 문제”라고 정리했다.

    그는 이어 “진보신당의 제2창당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먹고사는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요구에 대한 답변이 되어야 하며,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을 파악하고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제2창당 내용을 지방선거 과정에서 녹여내야 한다”며 “특히 서울시장에 대한 조기가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의 발제에 대해 김현우 간사는 “경제위기가 아니었다면, 다른 토론을 해야 하냐”며 “사회주의-사민주의 논쟁은 서유럽 등 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논쟁인데, 이는 이 사람들이 현실감각이 떨어지거나 이상한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2창당을 진행하면서 현실적으로 싸울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시대가 요구하는 것 파악해야

    토론에 참여한 동대문구 소속의 한 당원은 “4대 가치에 대한 나열과 우선순위를 정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실천적으로 결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노동이 생태를 말하지 않고, 생태는 생태만 말하는 ‘분열적인 실천’들에 대해 보다 공격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진구에서 온 또 다른 당원은 “지금 논의되어야 하는 것은 당의 강령으로, 현재 진보신당의 강령은 민주노동당 때의 그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극복 대안을 내 놓을 수 없으며, 지금 시급하게 강령 토론부터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중심성과 관련, 최현숙 당원은 “임금을 받는, 공장이라는 특정 현장 안에서 이뤄지는 것만 노동의 범주에 넣지말고, 전업주부도 노동의 범주로 넣는 등 노동의 제2개념화를 통해야만 노동정치의 사회적 대안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진보신당은 노동정치를 노건추만 바라보지 말고 당원들이 모두 노동자인 만큼 우리가 먼저 노동정치를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토론회에 앞서 우병국 진보신당 서울시당 상임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제2창당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 자리로 제2창당의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지만, 진보신당의 가치를 제대로 만들고, 대중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서울시당에서 활발하고 알찬 토론회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는 “제2창당이 재미도 없고 주목도 못받고 있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며 “먼 길을 떠나는 사람들로서 우리의 행군이 방향을 잃지 않고 힘을 갖고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자산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정체성 내주면서 거래할 수 없는 것

    한편 노회찬 대표는 한 당원이 “서울시장 출마 조기선언으로, 교육감 선거 당시 주경복 후보와 같은 포지셔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시기는 여론과 정치적 상황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지만 우리에게 조직력이나 재정이 없는 만큼 다른 당 후보보다 빨리 결심하고 선출해, 선거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경복 후보의 포지셔닝은 진보진영이 그 후보를 먼저 밀었던 결단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 진보진영이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판단하고 계획한 포지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이어 “정치적 거래의 경우 우리가 가진 것이 없어 내놓을 것이 없는데, 정체성과 생존까지 내주면서 거래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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