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빼빼로 데이에 생각하는 ‘88 데이’
        2008년 11월 11일 03: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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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색찬란한 포장을 한 온갖 빼빼로와 그것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거리가 분주하다. 오늘은 11월 11일, 빼빼로 데이. 고맙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에게 빼빼로를 선물하며 우정과 사랑을 확인하는 날이다.

    한 과자회사의 제품 판촉을 위한 기획에서 비롯되었다는 이 기념일은 여중생들로부터 시작하여 중·고등학생들의 마음을 급속히 파고들더니 지금은 대학생과 청년들의 지갑까지 열어버렸다. 어떤 온라인 게임 업체에서는 ‘빼빼로 데이엔 경험치가 두 배’라는 광고까지 하고 있다.

    빼빼로 데이의 놀라운 판촉력

    이미 2004년도에 빼빼로와 관련 제품 시장규모가 연간 900억원 대에 접어 들었고, 전 국민이 1인당 2갑씩의 빼빼로를 먹었다고 하니 놀랄만한 기념일이다.

    한편 빼빼로 데이를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날로 즐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10대, 20대의 젊은이들이다. 거칠 것이 없어야 하는 젊은 날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청춘들은 학생이 아닌 바에는 대다수가 비정규직이고 ’88만원 세대’다.

    아르바이트라고 해봐야 편의점, 빵집, 주유소 아니면 입시과외가 대부분이다. 낮은 시급과 견디기 힘든 노동조건이 지속되는 사회에서 자아실현은 가능하지 않다. 꿈을 키울 직장도 편안한 잠자리도 마땅치 않은 88만원 세대는 창천(蒼天)은 있으되 항로(航路)는 그릴 수 없는 상황에 던져져 있으며, 그것이 빼빼로 데이를 맞은 오늘의 현실이다.

    빼빼로 데이에 아르바이트 비정규 노동과 청년 비정규직 88만원 세대와 함께 하는 ‘88데이’를 주장하는 이유이다.

    푸른 하늘에 그들의 항로는 없다

    내년 8월 8일을 ‘88만원 세대의 날-88데이’로 정하자. 사람들은 아르바이트 노동에 종사하는 중국집 철가방 소년과 주유소 권총소녀에게 특별하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TV에는 ‘국개의원’들과 알바하는 아이들이 나와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권리를 사회 교과서에 어떻게 실어야 하는지 토론을 한다.

    신문사설에는 순대와 피자를 먹으며 미래를 그려야 할 청소녀·청소년들이 순대가게와 피자가게에서 고된 저임금 노동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이야기 한다.

    촛불을 든 시민들이 시청앞 광장에 모여 ‘제1회 철가방 소년과 권총소녀를 위한 한 밤의 오케스트라’를 개최하는 동안 ‘바이올린 줄이 금속이니 오케스트라는 금속노조에 가입해야 한다.’ 조롱했던 우리의 대통령께서 이번엔 무슨 생각을 할까?

    내년 8월 8일을 ‘88만원 세대의 날-88데이’로 정하자. 88만원 세대에게 창천(蒼天)에 항로(航路)를 그릴 수 있는 희망만은 포기하지 마라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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