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씨, 가만 있으면 밉지나 않지요"
        2008년 11월 11일 03: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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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상외교만이 살 길이라며 한미FTA협정을 체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연 ‘상황이 바뀌었으니 한미FTA의 재협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한미FTA 폐기를 막기 위해서라고 전제했다.

    한미FTA는 청와대 참모들조차 합의하지 못했던 사안으로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였던 정태인 전 경제수석은 한미FTA 추진을 반대하다 결국 정치적 결별을 했다.

    <민주주의 2.0>에 10일 밤 노 대통령의 아이디인 ‘노공이산’으로 올려진 ‘한미FTA 비준, 과연 서둘러야 할 일일까요?’라는 글의 내용은 이렇다. 오바마 당선으로 미국의 정세가 바뀌었고, 한미FTA가 폐기되지 않기 위해선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

    "우리가 비준해도 미 의회 부담 안느껴"

    노 전 대통령은 ‘선비준의 적절성’ 여부와 ‘재협상의 필요성’ 두 가지를 검토하자며 “우리가 비준을 한다고 해도 미 의회는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며 우리가 재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미국의회는 비준을 거부할 것이고 그러면 한미FTA가 폐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먼저 비준하고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 한미FTA를 폐기하하자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는 국회와 나라의 체면을 깎는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미간 협정을 체결한 후에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우리 경제와 금융제도 전반에 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라며 “국제적으로도 금융제도와 질서를 재편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고 아마 미국도, 다른 나라도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미국경제위기 여파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미FTA 안에도 해당되는 내용이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하고 고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고쳐야 한다”며 “다행히 금융제도 부분에 그런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의 입장을 관철하지 못하여 아쉬운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한국의 ‘규제없는 금융’에 대한 우회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전달했다.

    이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은 “어차피 재협상 없이는 발효되기 어려운 협정”이라고 단정하고 “폐기할 것이 아니라면 재협상을 철저히 준비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라는 설명도 했다.

    노 전 대통령, 부정해도 ‘양심고백’

    노 전 대통령의 말을 거꾸로 보면 ‘한미FTA가 폐기되려면 국회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며 고로 한나라당은 한미FTA를 폐기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은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부시에 이어 공화당이 계속 집권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일까? 그래서 당시 열린우리당까지 반대했던 이라크파병과 그것도 부족해 파병연장까지 결정했던 것일까?

    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돌변’은 한나라당보다는 오히려 어정쩡해진 민주당의 ‘진퇴양난의 처지’를 반영하는 듯하다.

    집권여당 시절 ‘한미FTA는 선진통상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한미FTA를 찬성했던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재협상 카드’를 제시하며 국회비준을 반대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신자유주의자’ 딱지 부담스럽긴한가?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의 ‘한미FTA재협상 주장’은 ‘양심선언’으로 해석할 소지가 다분하다. 글을 쓰면서 걱정이 많았다는 노 전 대통령은 “정치적 이유로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번복했다고, 지난 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양심선언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저의 입장은 어느 것도 아닌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의 양심선언은 계속된다.

    그는 “FTA를 한다고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데는 찬성하지 않는다”며 “EU도, 중국도, 인도도 FTA를 하지만 이들 나라가 모두 신자유주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처럼 ‘자본시장에 국가의 책임까지 포기하는’ 투자자-국가제소권까지 FTA에 포함시킬 것을 강요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동북아의 금융허부를 부르짖으며 자본규제 철폐가 마치 ‘선진국의 길’이라며 차기 이명박 대통령에게 ‘실용경제의 길’을 가르쳐준 것에 대한 반성이라도 하듯 노 전 대통령은 ‘신자유주의 확산에 대한 반성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무슨 정책을 이야기 하거나 정부를 평가할 때, 걸핏하면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를 도깨비 방망이처럼 들이대는 것은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라며 “저는 ‘너 신자유주의자지?’이런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 때마다 옛날에 ‘너 빨갱이지?’이런 말을 들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고백했다.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이글을 쓴 배경과 관련 “정확히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한미FTA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것이 되었다는 데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며 “한미FTA를 추진했던 장본인으로서, 중차대한 일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주변에서 전달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진보신당 "노무현씨, 죄과부터 치르세요"

    한편 노 전 대통령의 ‘한미FTA 재협상’ 주장에 대해 진보신당은 “노무현씨, 기형괴물 창조한 죄과부터 치르세요”라며 정면 반박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11일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뜬금없이 한미FTA 를 시작하고 불평등한 협정을 부랴부랴 체결한 참여정부 대통령으로서 참으로 뻔뻔하고 편의적인 정치공학적 꼼수가 아닐 수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이 부대변인은 “더욱이 노무현 집권 시대에 밀어붙인 무분별한 시장개방 통상독재와 신자유주의 강화정책으로 경제위기 시대를 낳고 서민들의 등골만 빠지게 해놓고도 이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성찰도 없이 꼼수만 부리고 있는 무책임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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