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일교포와 재미교포 사이
        2008년 11월 10일 11: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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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재일 동포 맞아요?” 하고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도 지방 사투리를 고치기 어렵다고 하던데 이 젊은이의 발음은 너무나 정확했다. “하하하. 얼마나 힘들게 발음을 고쳤는데요.”

       
      ▲ 최성문(26세)씨 (사진=윤춘호 현장기자)

    26살 이 청년의 이름은 최성문이다. 84년 1월 오오사카 에비스쪼라는 곳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재일교포 4세다. “유치원에 들어갔는데 애들이 놀리는 거예요. 그 때부터 내가 무언가 다르구나 느꼈죠?”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에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낀 이 친구는 싸움을 조직했다. “우리 동네 한국 애들 몇 명을 모아서 일본 애들을 때려줬어요. 그리고 ‘우린 한국 사람이다’ 하고 소리쳤어요. 그런데 초등학교때 한국에 와서 설레였는데…. 어라. 이번에는 나보고 일본놈이라는 거예요.”

    많이 맞았다고 했다. 재일교포 4세인 이 아이를 지켜주는 사람은 없었다. “때마다 일본 정부 관료가 망언을 해요. 독도는 일본땅이라든가 하는 말을 하면 나는 속으로 ‘죽었다’ 이랬어요. 그 담날 학교 가면 애들이 어쩜 그렇게 내가 예상한대로 나를 괴롭히는지.”

    그 때부터 정말 이를 악물고 한국말을 연습했다. 초등학교때만 해도 일본말이 더 편하더니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한국말이 입에 붙으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지금 격투기 하는 추성훈 선수가 전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차별과 왕따, 파벌로 그렇게 손해를 보면서 한국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갖는다는 거 정말 쉽지가 않거든요. 나도 추성훈처럼 편견에 맞서 싸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해서일까? 최성문씨의 가장 큰 관심은 차별을 없애는 것이다. “같은 교포라고 해도 재미교포한테는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요. 오히려 선망의 대상이죠. 그 다음이 재일교포에요. 그런데 재중교포로 가면 완전히 달라져요. 재중동포는 그냥 무시해버리거든요. 같은 교포인데도 말이에요.”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 발음 이상한 걸로야 치면 사실 재미교포가 제일 이상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들은 오히려 그것을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한국의 수많은 재중교포는 조선족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인과 다른 대접과 처우를 받는다는 것이다.

    “재미교포나 재일교포는 자신의 조상이 조선인이었다는 사실이 있으면 바로 거소증을 줘요. 그런데 재중동포는 안 그래요. 아무리 조상이 조선인으로 인정돼도 한국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아요”

    최성문씨는 말을 이었다. “제가 어렸을 때 똑똑히 봤죠. 우리 친척들이 일본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말이에요. 일본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 친척들은 이주노동자잖아요. 그래서 제가 이주노동자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남 일 같지가 않아요.”

    최성문씨는 지금 공익근무를 하고 있다. 처음에 공군에 입대했는데 심장 이상이 발견되면서 공익근무로 바뀌었다고 했다. “공익근무 마치고 학교를 졸업하면 차별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그 사람들에게 제가 조그만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함께 하고 싶은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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