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만수, 또 사고 쳤다”…헌재 접촉 발언 파문
        2008년 11월 07일 10: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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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정권인수를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6일 차기 행정부의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에 램 이매뉴얼 하원의원을 내정했으며 다음 주 초엔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오바마 정부의 인선 관련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중앙일보가 오바마 당선인의 핵심 참모들인 이른바 ‘시카고 사단’에 특히 주목, 역학관계 차원으로 접근해 눈길을 끌었다. 바람직한지 여부와 별도로 흥미롭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거듭 물의를 빚고 있다. 한 신문은 인터넷판 머리기사 제목을 통해 ‘강만수, 또 사고 쳤다’고 했다. 강 장관은 국회의 6일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종합부동산세 위헌 결정 여부를 앞둔 헌법재판소 쪽과 접촉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등 야당은 “헌정교란 사건”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 등 대부분 신문들이 이를 1면 주요 기사로 다룬 가운데 동아·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의 경우 1면에서 이 소식이 빠졌다. 이 가운데 서울신문은 9면에서 사진 포함 5단 크기의 머리기사로 이 소식을 전했지만 동아·조선일보는 10면에 각각 2·3단 크기로 비교적 비중을 낮춰 보도했다. 다음은 7일자 주요 아침신문들의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종부세 위헌 여부 결정 앞두고/ 강만수 “헌재와 접촉”>
    국민일보 <대북·통상·금융 손발 맞출 수 있을까>
    동아일보 <오바마 ‘중도의 깃발’ 드나>
    서울신문 <IMF “미·일·유럽 내년 마이너스 성장”>
    세계일보 <정권인수팀 본격 가동>
    조선일보 <오바마 ‘2차 경기부양책’ 서두른다>
    중앙일보 <‘시카고 사단’ 워싱턴 접수 나섰다>
    한겨레 <FTA·대북정책/ 미국은 ‘변화’ 정부는 ‘불변’>
    한국일보 <“세대별 합산 위헌결정 예상 들어”/ 강 재정 ‘헌재접촉’ 발언 파문>

       
      ▲ 중앙일보 11월7일자 1면.
     

    중앙일보 1면 머리기사는 “미국에서 ‘권력의 대이동’이 시작됐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제목부터 ‘사단’, ‘접수’ 등의 수사를 동원하면서 독자들의 흥미를 돋웠다. ‘파워게임’ 프레임이다. 이 신문은 이어 “지난 8년간 워싱턴의 주요 요직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고향 측근들인 ‘텍사스 사단’이 장악해 왔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자마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참모들인 ‘시카고 사단’이 워싱턴 접수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5면을 털어 이 시카고 사단이 오바마 행정부의 요직에 등용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한편 이들의 면면과 오바마 당선인과의 인연 등을 분석했다(<누이 같은 재럿, ‘람보’ 이매뉴얼 의원이 시카고 파워 핵심>). 신문은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과 행정부를 운영하면서 자기네 출신지역 인사들을 요직에 대거 등용했다”면서 “‘아칸소 사단’(빌 클린턴 대통령), ‘텍사스 마피아’(조지 W 부시 대통령) 등의 말이 생긴 건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하와이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정치적으론 시카고에서 성장했다.

       
      ▲ 동아일보 11월7일자 1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오바마 정부의 노선에 대한 엇갈린 전망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5일 펠로시 하원의장을 필두로 민주당 내에서 ‘차기 행정부는 중도주의 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터져나왔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에 앞서 오바마 당선인은 시카고 그랜트파크 당선 소감 연설에서 “우리 정치를 그토록 오랫동안 망쳐온 당파주의와 협소함으로 다시 빠져들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며 통합을 강조한 것에 주목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뉴욕 타임스를 인용, “강경 진보로 분류되는 포데스타와 이매뉴얼의 전면 부상은 오바마가 보수 진영을 아우르는 통합 정치보다는 당파 정치로 기울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11월7일자 사설.
     

    이 두 신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된 우리의 대응 방식에 대한 제언도 달랐다. 동아일보는 사설 <한미 FTA, 오바마와 이대통령이 고민할 일>에서 “우리만의 조기 비준이 미국 행정부 및 의회를 압박하는 효과가 실제로 있을지에는 논란이 있다”면서 “미 의회 사정으로 보아 내년 9월 노동절 연휴 뒤에 시작하는 회기 이전에 FTA 비준동의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서 우리만 비준동의를 서두르기보다는 FTA 발효에 필요한 20여 개 부수 법안 심의 및 국내적 보완대책 마련을 착실히 하면서 추이를 좀 더 관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중앙일보 11월7일자 사설.
     

    이에 반해 중앙일보는 사설 <한·미 경제환경 급변에 대비해야>를 통해 “현실적으로 미국이 추가 협상은 몰라도 한·미 FTA의 전면적인 재협상을 압박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우리도 한·미 FTA 국회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며 “파국을 막으려면 지금까지의 협상을 기정사실화해 두는 게 중요하다. 오바마가 한국 경제에 대해 뭔가 오해하고 있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논리적인 설득도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 경향신문 11월7일자 1면.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에 따르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종부세 위헌 소송의 결론을 어떻게 예상하느냐”는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의 질문에 “헌재와 접촉했지만 확실히 전망할 수는 없다”면서 “일부 위헌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신문은 강 장관의 이런 발언을 두고 “이해 당사자인 정부가 위헌 결정을 앞두고 헌재를 직접 찾아가 사실상 심리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것과 함께 위헌 심사 결과를 미리 전해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종부세 위헌 여부 결정에 앞서 정부와 헌재가 사전 접촉하고 교감을 이뤘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13일 공개될 헌재의 판단을 두고도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동아일보 11월7일자 A10면.
     

    이에 반해 동아일보는 A10면 기사 <재정부-헌재 ‘종부세 접촉’ 공방>에서 강 장관의 발언과 관련한 당사자와 헌재의 해명에 무게를 뒀다. 헌재는 “종부세 위헌 소송 결론에 대해 언급한 바 없고 재정부 관계자가 재판관을 만난 적도 없다”고 발언 자체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 한겨레 11월7일자 사설.
     

    한겨레가 <KBS를 관영방송으로 전락시키려는 것인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방송(KBS)이 흔들리고 있다. 재정·경영상 위기라기보다 언론으로서 기능 부전 탓이다. 이병순 사장 임명 뒤 두 달여 케이비에스 뉴스는 정부 비판을 포기한 듯했고, 정부가 눈엣가시로 여기던 시사 프로그램들은 사실상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시청자는 안중에 없이 권력의 심기에만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국민 신뢰가 무너지게 됐으니, 공영방송으로선 큰 위기”라며 “국민 대신 권력의 뜻만 쫓으려 한다면 한국방송에는 미래가 없다. 이병순 사장과 정부는 한국방송을 관영방송으로 전락시키려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비해 조선일보는 A2면 기사 <“KBS 미디어포커스 폐지를”/ 미디어발전국민연합 성명>을 통해 “미디어포커스는 우파언론단체 입장은 제대로 방송하지 않고 민언련 등 좌파단체들의 성명서나 베끼는 수준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는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의 6일 성명을 인용했다.

    서울시교육청이 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3개 교원노조에 지난 2004년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한 전면 해지를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두 신문이 다소 다른 시각의 논평을 내놓았다. 조선일보는 사설 <전교조와 맺은 단체협약 내용은 이런 요지경판>에서 “단체협약 주요 내용을 보면…한마디로 교장·교감은 교사가 지각하건 결석하건,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건 게으름을 피우건 일절 참견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전교조가 촌지 거부 운동으로 학부모 박수를 받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전교조 머릿속엔 어떻게 하면 편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밖에 들어 있지 않은 듯하다”고 꼬집었다.

       
      ▲ 조선일보 11월7일자 사설.
     

    이 신문은 “전교조가 얄밉고 속보이는 것은 이렇게 제 밥만 챙기면서 입만 열면 ‘참교육’ 어쩌고저쩌고 하고 있고 무슨 회의만 열면 맨 처음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부터 부르면서 민주 인사 행세를 하려 든다는 것”이라며 전교조를 상대로 맹비난을 퍼부었다. 교육당국의 단협 해지 통고는 전교조의 도덕적 해이와 위선의 당연한 귀결이란 얘기다.

    그러나 한국일보의 해석은 좀 다르다. 이 신문은 사설 <답답한 시교육청-전교조 단협분쟁>에서 “그간의 과정을 보면 시교육청이 협상은 상정하지 않은 채 단협 전면 해지 절차를 밟아온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면서 “실제 교섭 대표단 구성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아는 시교육청이 5일 ‘앞으로 단협 개정 협상에만 응하겠다’고 한 것을 보면, 단협 개정보다는 노조 무력화에 더 골몰하고 있다는 전교조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고 했다. 조선일보가 전혀 언급하지 않은 교섭의 절차상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다.

       
      ▲ 한국일보 11월7일자 사설.
     

    신문은 “전교조도 단협 개정에 경직된 자세로 일관해 시교육청과의 대립을 자초한 책임이 크다”며 “옳고 그름을 떠나 양측이 대화의 테이블을 마련할 때다. 시교육청은 전교조를 파트너로 인정해야 하며 전교조는 시대적 변화에 맞게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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