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당선과 북한핵
        2008년 11월 06일 08: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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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변화를 선택했다. 부시집권 8년에 대한 염증, 경제위기에 대한 공포가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 오바마를 만들어 냈다. 그 변화는 벌써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에 진저리치던 나라와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어 일으키고 있다.

       
     

    실제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버지가 케냐인인 소수자 출신의 혼혈흑인을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는 미국은 대단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언감생심 한국에서는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일단 한미관계, 북미관계, 그리고 동북아정세에 여러 가능성과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당장 한미FTA와 북한 핵문제의 미래가 핵심으로 떠오를 것이다.

    아마도 한미 FTA는 이명박 정부의 희망과는 달리 복잡한 논의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협상을 할 것인지, 아니면 이명박 정부의 희망대로 일부 보완하든지 그것은 지켜볼 일이지만, ‘경제위기’라는 ‘발등의 불’로 인해 오바마가 한미FTA문제를 시급한 과제로 생각할 것 같지는 않다.

    반면 북한핵문제는 급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일단 부시의 테러지원국 해제조치로 벼랑 끝에 몰렸던 6자회담이 ‘논의의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고, 오바마 스스로 선거과정에서 북미직접대화, 북미외교대표부설치 등을 약속했고, 북미정상회담가능성도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부시2기 대북정책 지속

    따라서 북한이 적극적으로 호응한다면 아주 극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김대중, 노무현정부의 10년 성과를 무시한 결과 냉랭한 남북관계를 초래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는 달리, 오바마는 부시1기와 2기를 정확하게 구별하면서 2기 부시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한 발 더 나아간 과감하고도 적극적인 정책을 구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바마 당선자는 국제외교정책에서 부시와 공화당의 일방주의를 비판하면서 미국이 다자주의적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는 중국, 러시아 등과 원만한 협조관계를 이끌어 낼 가능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단지 북미관계만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동북아 집단안보구상 등에 있어서도 상당한 진전이 있을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오바마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새로운 ‘기회의 창’을 의미한다.

    물론 현실은 냉정하다. 오바마는 부시와는 다른 미국을 상징한다. 그것이 얼마나 다를 것인지는 속단할 수 없다. 그는 흑인이지만 대통령으로서 오바마는 흑인의 모습을 한 백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블랙 클린턴, 블랙 케네디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가 민주당의 전통적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북한이 클린턴 행정부 말기처럼 ‘역사적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의 차기정권을 의식하면서, 북미정상회담까지 고려하고 있던 클린턴정부와 핵문제를 매듭짓지 못함으로써 북한은 8년동안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왔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북미관계는 판이 깨지는 상황에서 벗어나 핵심적인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와 있다. 농축우라늄문제와 핵무기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바마 당선 후에도 쉽게 낙관할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는 매우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검증문제들로 인해 엉뚱한 위기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마는 디테일(detail)에 있다.”는 말이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되었던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와 민주당이 핵무기와 비확산문제에 공화당보다 훨씬 더 원칙적이고 강경하다는 점, 북한 역시 국가적 이익과 관련해서는 쉽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점 등으로 인해 부시 때와는 다른 호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늪‘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는 북한에 있어서나 한반도, 동북아 전체에 큰 파장을 불러 올 변화를 약속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북한의 대외적 발언권을 강화시킬 것이다.

    MB 지지 낮고, 대미의존 상황이 오히려 다행

    문제는 한국이다. 이명박 정부가 김영삼처럼 막무가내식 딴지걸기에 나서거나 훼방꾼처럼 행동한다면 당시 외교가를 수놓았던 ‘Korea passing'(한국제끼기)가 재현되는 정도가 아니라 한반도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못하는 불행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명박 정부의 국민지지도가 낮고, 경제적 대미의존상황 특히 사활을 걸고 있는 한미FTA문제가 결국 오바마 당선자의 의지와 연계되어 있는 상황 때문에 김영삼과는 달리 오히려 적극적으로 미국에 협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정부나 한국 보수세력의 친미사대주의 성향까지 고려한다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 문제는 남북관계다. 북미대화, 한미대화가 잘 이루어짐에도 정작 문제해결의 실질적 주체랄 수 있는 남북간에는 냉랭한 상황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소위 ’통미봉남‘을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실현하고, 통일의 길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그 중 가장 큰 것이 북한핵문제지만, 핵문제가 해결된다고 모든 것이 다 풀리는 것은 아니다. 미사일, 화학무기, 재래식 군축, 평화체제 등과 경제적 협력, 북한의 국제사회 등장과 관련 여러 가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남과 북의 통일문제도 첫단추가 아주 중요하다. 남과 북의 신뢰문제에 금이 간다면 통일문제는 한 치의 진전도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등장으로 만들어진 ‘기회의 창’을 이명박 정부가 공유할 수 있기 위해서는 6.15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전향적 태도가 필수적이다.

    올해 7월 아세안안보포럼(ARF)의장성명파문과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진보신당을 비롯한 진보진영과 시민사회단체가 해야할 일은 이명박 정부가 ‘못된 훼방꾼’, ‘역사의 반동’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와 비판만으론 안된다. 적극적인 비전과 대안을 갖고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때만 가능한 일이다. 기회의 창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위기와 고통의 관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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