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상환 “케인즈 복지”…손호철 “예측 불가"
        2008년 11월 05일 07: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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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레디앙> 설문에 응한 진보지식인 9인의 답변 전문이다. 질문은 오바마 당선의 배경과 의미, 미국 사회의 변화, 신자유주의 변화 가능성, 대한반도 정책이었다.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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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갑우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 오바마 승리의 배경, 의미는 무엇인가?

    = 미국으로선 큰 혁명이다. 미국 정신이란 게 있다면, 미국 정신에 오바마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패권의 위기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전쟁인데 이라크에서 해결할 능력이 없고 금융 패권에서도 문제 있음은 너무도 자명하다. 두 가지 다 복원하기 위해선 오바마가 더 적절하다고 미국인들이 판단한 것이다. 좀 더 비판적으로 보면 미국을 건설했던 백인과 기독교가 선택한 것이다.

    미국의 대선은 미국인만의 선거가 아니라 세계적 흐름과 맞물린 것이어서 유럽, 동아시아에서 긍정적 평가를 할 것이다. 당선 자체가 갖는, 세계사적 의미는 분명 있다.

    – 오바마 정권의 등장이 미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 부시 네오콘 중심의 운영에 대한 반성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일방주의에 대한 회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다.

    문제는 금융위기인데 금융위기는 단기간에 끝날 문제는 아니고 세계구조를 재조정해야하는 상황이다. 피부로 느끼는 시간이 상당 부분 필요하다. 그래서 오바마 정부는 그 부분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 상당히 기다려 봐야할 것 같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금융위기에 묻혀버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연금이나 집값, 직장의 불안정성이 대단히 커지고 있는 분위기이고 실제 삶의 일상적 어려움, 피부로 느끼는 어려움들이 있어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듯하다. 그러나 긍정적 측면은 장기적으로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 오바마 정권이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변화시킬 것이라 생각하는가?

    = 신자유주의 종언은 확실하다. 미국 내에서도 자조적인 목소리로 ‘사회주의자다’라는 말이 쏟아지는 것처럼. 그러나 국제기구 등의 참여 없이는 해결되지 않는다.

    문제는 신자유주의 이후 패러다임이 없다는 데 있다. 케인즈주의로 복귀할 수 있을지, 복귀하는 데도 상당 시간 걸릴 것이다. 70년대 중후반 이후 30년 동안 이어온, 신자유주의 체제의 실패이고, 변화를 하는 데는 고통스런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가 명확한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못하면 어려워진다. 일방주의가 문제라는 것은 너무나 명확한 문제이고 국제협력이 중요한데, 동아시아, 유럽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서 또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 한미동맹, 북한과의 관계, 한미FTA로 표현되는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나?

    = 현재 한국 정부는 매우 곤혹스런 상황이다. 북핵 관련해서는 한미 양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클린턴-김영삼의 조합은 정말 최악이었다. 속된 말로 ‘개판’이었다. 클린턴 행정부가 오히려 북한과의 관계 개선할 때 김영삼 정부가 딴지 거는 짓을 했다.

    지금의 핵검증도 우리 정부에선 매우 불만인 것 같다. 테러지원국 해제도 미국이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것 같고, 그들이 그렇다고 반미보수의 길을 갈 것도 아니잖는가?

    그 엇박자가 한반도 미래에 좋아 보이지 않는다. 우리 정부가 북미관계개선으로 정책전환하지 않으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고. 또 북한 문제에 대해 한미가 엇박자로 갈 경우 한국은 동북아 내에서 점점 발언권이 없어지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너무 높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도 하는데 미국이 생각하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한국에서 판단하는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 미국이 북에 양보했다고 하는데, 이익을 전제로 양보를 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자국의 이익을 공고화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좋은 지렛대의 가치인데, 그런 측면에서 엇박자가 발생하면 문제가 생긴다.

    한미동맹 측면에서 보면 2012년에 이양키로 된 전작권이나 기지 이전도 그대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간 이견이 크겠지만, 협상을 다시 하게 되면, 이를테면 기지 이전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기지 이전이 미뤄질 경우 우리로선 경제적 부담이 있어 국내적 쟁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신속기동화하는 것이 자기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다. 만약에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평화모드로 밀고 나간다면 한반도 평화체제가 중요한데, 한반도 평화체제는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 입장에선 전작권 환수, 대북문제 만큼은 곤혹스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미국 입장에선 동아시아, 동북아의 다자주의 만들어낸다면 동북아 재편의 과정이 되는 시기로 볼 수도 있다. 유럽과 달리 동북아, 동아시아 다자주의는 여러 요구들이 늘어나고 있고, 북핵문제를 계기로 다자간 협력이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경제위기 때문에 시간과 여유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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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웅 성공회대 사회과학정책대학원 교수

    – 오바마의 승리 배경과 의미는 무엇인가?

    =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부시 8년, 9.11테러 이후 강한 힘을 확인하는 과정인데 미국 내부의 불만도 있었지만, 경제개편, 패권도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결과를 보면 전쟁 8년을 끝내면서 의미있는 결과도 없고 외교적 고립, ‘외교적 왕따’ 당하는 위치로 전락했다.

    경제 문제는 부시의 신자유주의 체제, 신보수주의로 운영했는데 결과는 ‘이것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미국 밑바닥 계층의 생각도 ‘소수의 강한 자들을 위한 시스템으로 국가가 작동하고 있구나’라는 정서가 만들어졌다. 밑바닥 계층도 그걸 파악한 것이다. 지미 카터가 레이건으로 교체되면서, 60년대의 나름대로 진보적 정책이나 사회안전망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깨지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고, 장래의 불안한 미래를 느낀 것이다.

    오바바는 인종정책이 아닌, 의제나 전망, 이런 변화에 대한 응답으로 선거를 이끌어갔다. 유권자 등록이 엄청나게 늘었고 과거에는 표 행사해봐야 반영이 안된다는, 그래서 포기했는데, 지인들에게서 미국 현지 투표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예가 없었다. 굉장히 놀라운 변화다. 소외계층이 전면에 나섰고, 결집의 구심점이 생긴 것이다.

    오바마는 희망의 당당함을 내세웠고 또한 정책이 훌륭하게 먹혔고, 뛰어난 연설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결집시켰다. 밑바닥의 조건들인 부시의 실책에 대해 바닥 민심이 결집한 것이다. 밑바닥 요구가 있어도 결집될 수 있는 리더가 없으면 안되는데, 오바마의 주체적 조건도 중요했다. 대단한 연설능력, 비전에 대한 확신, 이런 것들이 먹힌 것이다.

    패권적 방식이 아니라 리더십으로 풀어야 한다는 진보적 정책들을 내놓으면서 오바마는 상황을 돌파했다. 현지 얘기 들어보면 흥분의 도가니라고 한다. 열광, 감동을 받은 상황이라고 한다. 미국의 얼굴이 바뀌는 것이고 그걸 통해서 미국이 새로운 비전을 추진하는 근거가 생겼다.

    – 미국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 그런 것이 반영되면, 소외됐던 사람들이 자기 문제 해결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고 미국의 신보수주의가 파괴했던 민주주의, 관타나모 수용소로 얘기되는 전쟁에 대한 미국대통령의 일방적 권한, 미국인의 민주주의 등 이런 것들이 상당히 많이 훼손됐다.

    오바마는 과거 4~5년 동안 커뮤니티 활동을 했다. 오바마가 민주주의에 대한 굉장히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본다. 시장자본주의의 사회적 공공성 확보 문제 제기, 복지체제 복구, 그런 문제를 전개할 것이 기대된다.

    –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

    = 대외적으론 일방적 패권주의가 작동하기 어려운, 군사보다는 대화와 협상이라는 한반도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기일 수도 있다. 이는 대미관계, 한미가 아니라 외교관계가 필요한 것이다. 다자적 외교가 필요한, 한반도에서 평화체제가 급진적으로 형성될 수도 있다.

    과거 클린턴행정부가 준비했던 평화체제, 클린턴이 추진하려던 북미정상회담이 결국 부시 당선으로 좌절됐지만. 부시의 대북압박정책도, 봉쇄하면 망할 것이란 생각이었지만 이제 새로운 관계로 가야하는 상황으로 왔다.

    중국과 미국 사이-한반도 평화체제에 매우 중요한 고리-에서, 중국으로선 미국과 맞붙을 상황도 아니고, 결국 미국과의 관계전환이 필요한 것이고 중미 양쪽이 이해가 필요한 시기다.

    미국은 일본을 통한 동북아 관리가 애초 방안이지만 결국 어렵게 된 것이다. 최근 일본 관방장관의 발언은 우파적 선회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현이기도 하다. 그만큼 일본 우파 내부의 초조함의 발로다. 쉽게 얘기하면 오바마의 당선으로 일본은 동북아에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물론 큰 그림에서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는 전제다.

    – 세계적 신자유주의 정책변화가 예고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 대자본에 의한 관리체제가 정리된 것이다. 대처도 그렇고 레이건도 그렇고 대자본의 투기성을 인정했다. 규제완화라는 것이 시장자체의 논리를 인정하겠다는 것인데, 이제 그게 아니라는 게 드러났고, 만만찮은 문제가 터진 것이다. 금융시장에 대한 제도적 개혁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미국 내부의 권력재편도 그런 맥락이다.

    의료보험 개혁도 중요하다. 클린턴이 실패했는데, 대통령이 하겠다고 했지만 보험회사의 거대자본에 밀린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계가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손에 쥘 수 있는 상황이 왔고 상당한 추진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미국 내부 능력에 대한 부분이다. 오바마가 한미FTA 반대한다고 하는데, 그건 환경과 노동에 대한 부분이다. 멕시코에서 노동기준이 허약하고, 환경파괴하면 미국 내에선 공동화 현상 벌어지고 노조에선 임금투쟁이 어려워지고 이런 걸 막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FTA라는 게 미국의 신자유주의를 전제로 한 것이다. 다만 조율된 FTA를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공공성 회복을 전제로 하겠다는 것인데, 재구성을 하면 얘기는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의 환경도 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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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 오바마 승리의 배경, 의미는 무엇인가?

    = 미국의 정치는 유럽 정치와는 다른 메카니즘이다. 정당이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게 아니고, 사회와 통합되지 않은 정당체제다. 이에 비해 유럽에서는 계급 문제에 결합해 있어 잘 변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미국 정치는 사이클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화한다.

    1930년대 이후에는 뉴딜 체제, 레이건 때부터는 신자유주의로 재편, 이번은 그 이후 지속돼온 체제의 재편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동안 투표에 참여하지 않던 흑인과 젊은 유권자, 하층민들이 대거 참여다. 유럽은 정치엘리트들이 정치하기 때문에 안정적이지만, 큰 변화는 어렵다. 미국은 정치적 대표성은 약하지만, 민중적 요소 표출은 다소 쉬운 것 같다.

    오바마는 이번 선거에서 ‘지도자답다’는 게 뭔지 보여줬다. 흑인 문제를 사회화하는 과정이 매우 올바랐다. 한국의 호남-반호남주의와는 다른 사회의제화 방식을 보여줬다. 노무현처럼 말은 과격하게 하지만 행동은 그렇지 않은 것과는 달리, 자신의 개혁적 의제를 통합적 언어로 말했다. 한국 정치가 언제나 미국 정치를 욕했지만, 그보다 못하다는 거 이번에 봤다.

    – 오바마 정권의 등장이 미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 미국 보통 사람들이 정치에 강렬한 열망을 갖고 참여했다는 자체가 큰 변화의 계기일 것이다. 투표율 높은 것도 그런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 오바마 정권이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변화시킬 것이라 생각하는가?

    = 이번 선거 의제는 반신자유주의가 아니었다. 부시 식의 일방주의에 문제 있다는 것 분명히 드러났지만, 오바마가 신자유주의 대안으로 선거 치르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아야 한다. 케인즈주의라 보는 것도 오해일 수 있다. ‘케인즈주의의 도래’라는 일부의 진단은 과도하고 성급한 희망이다.

    – 오바마 정권의 대한반도 정책에 대해 어떻게 예측하는가?

    = 오바마는 북한 지도자와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말해왔다. 페리 프로세스로 돌아갈 것이다. 페리 프로세스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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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오바마 승리의 배경, 의미는 무엇인가?

    = 부시 정부 8년에 대한 미국인들의 혐오감이 크게 작용했고, ‘새로운 변화’를 강조하는 오바마의 리더십이 다양한 미국인들의 지지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부시 정부가 만들어 놓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비전으로 흑인이라는 자신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었다.

    – 오바마 정권의 등장이 미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 ‘첫 유색인종 대통령’이라는 상징이 미국 사회에 전해주는 상징적인 메시지도 있겠지만, 오바마의 당선은 ‘시장맹신주의’와 ‘전쟁지상주의’가 팽배했던 미국 사회를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실질적인 메시지도 전달할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가 역대 대통령 중 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가장 많이 모금한 것처럼, 그 역시 어느 정도 시장주의 정책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 오바마 정권이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변화시킬 것이라 생각하는가?

    = 지금 미국에서 신자유주의가 파산선고에 이르렀기 때문에, 오바마가 당선되든지 메케인이 당선되든지, 어느 누구도 그동안 부시 정부에서 추구해온 ‘시장맹신주의’를 강화하거나 유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오바마는 케인즈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이나, 그동안 신자유주의를 뛰어넘을 수 있는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했기에 아직 이 부분은 예측하기 어렵다.

    – 오바마 정권의 대한반도 정책에 대해 어떻게 예측하는가?

    = 오바마는 당선 이전부터 ‘북미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말해왔다. 대북정책에 있어 클린턴 정부와 같은 ‘데탕트’ 노선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 이렇게 변화된 오바마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하는지가 중요하지만, 현재로써는 엇박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 대북문제에 있어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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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

    – 오바마 승리의 배경, 의미는 무엇인가?

    = 거의 대부분의 나라 사람들이 오바마가 되길 바랐다. 예전에는 자국의 정치지형에 따라 공화당이나 민주당을 골라 지지했었는데 이번에는 오바마 지지 일색이었다. 프랑스, 중국, 아프리카, 중남미 모두 그랬다. 한국 증시도 오바마를 바랬다. 지금 증시가 오르고 있지 않느냐.

    경제와 전쟁 때문이다. 부시 때의 전쟁에 대해 세계의 기층 민중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오바마가 경제 잘할지 모르겠지만, 네오콘 경제는 더 이상 싫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바마의 공약에 별다른 게 없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정서적 지지를 했다.

    – 오바마 정권의 등장이 미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 흑인 뿐 아니라 여성과 젊은층이 오바마를 지지했다. 백인 남성 메이저 집단이 아니라, 인종과 젠더라는 마이너가 메이저를 움직였다. 미국 안에서는 변화가 클 것이다.

    – 오바마 정권이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변화시킬 것이라 생각하는가?

    = 신자유주의 지속 여부는 두 가지 기준점으로 판단할 수 있다. 첫째는 의료보험 체제 문제고, 둘째는 국제무역 체제다. 국회에서도 민주당이 과반이기 때문에 꽤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민주당이 페어트레이드와 상호호혜성을 공약했는데, 진보적 사회운동이 주장하는 내용은 아니더라도 스티글리츠가 주장한 수준까지는 갈 것 같다.

    – 오바마 정권의 대한반도 정책에 대해 어떻게 예측하는가?

    = 좋아질 거 같다. 짧게 보면 북한한테 좋을 것이다. 이제는 미국-오바마 변수보다 남한-이명박이 변수다. 북한이 오바마하고는 대화하겠지만 이명박과는 대화 안하려 할 텐데, 그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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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 오바마 승리의 배경은 무엇인가? 오바마의 승리가 갖는 의미는?

    = 미국은 부시 정부 출범 이후 신자유주의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정부에 의한 감세정책이 추진되었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최악의 금융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국가재정이 악화되고 기업실적이 나빠지고 가계부채가 늘어나며 세 주체가 모두 빚더미에 앉았다. 이런 결과로 현재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는데 이번 선거는 그에 대한 심판이다.

    특히 흑인 대통령 당선이라는 의미를 짚어보고 싶다. 미국 사회에서는 흑백 분리 논리가 강했는데 세계화가 진행되고 미국 내 남미인들의 유입으로 흑인이 미국 사회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백인들은 흑인들을 차별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적어졌고 미국 중산층의 상황이 악화되고 상위 5~10%만 소득이 늘어나는 기현상은 흑백 분리 논리를 약화시켰다.

    – 오바마 정권의 출범은 미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 오바마는 부유층의 세금을 늘리고 공공부문을 확충한다고 했다. 신자유주의에서 케인즈 복지로 나가게 될 것이다. 금융규제는 강화되고 대공황 이후 루즈벨트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오바마 진영의 싱크탱크 중에는 이런 기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 오바마 정권이 신자유주의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 신자유주의 기조의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다. 금융규제를 무력화시키면서 기존 소수 사람들의 머니게임에 다수의 사람을 투입시켜 놓았는데 이렇게 되면 거품이 껴서 금융이 폭락하게 되는 것이다. 오바마 정권은 금융규제를 강화할 것이다.

    – 대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오바마가 북한과 대화로 핵문제를 해결하고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한국정부의 대북정책도 수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이는 클린턴 정부까지 이어졌던 미국의 대북정책기조로 부시정부 8년 동안 끊어진 것인데 아마 계속 지속될 것이다. 북한도 북미관계가 개선되면 내부 개혁을 시도할 것이다.

    또 하나는 한미FTA다. 오바마는 미국이 한미FTA로 자동차 산업에 타격을 입는다며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오바마는 미국 노동자의 입장에서 한미FTA를 재조정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도 FTA로 최대 피해를 받는 농민의 기준으로 같이 나아가면 된다. 우리에게 부정적인 현상이 아니다. 서로 약한 쪽을 더 보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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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태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오바마 승리의 배경, 의미는 무엇인가?

    = 우선 월남전 이후 최대 사상자를 낸 이라크전에 대한 미국인의 반발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또 사회복지와 공적 부분을 대부분 시장에 넘겨버린 사회정책의 후퇴도 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내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중산층들의 불안감도 크게 높아졌다.

    – 오바마 정권의 등장이 미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 오바마는 신자유주의 노선을 수용하는 ‘신민주당파’인 클린턴과는 다르게 ‘구민주당’ 노선의 대표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좀 더 공적영역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다.

    또 대외적으로는 부시 정부와 다르게 선제공격을 펼치지 않을 것이고, 전쟁을 벌이더라도 단독으로 하기보다는 ‘다자주의’에 입각한 다국적군 편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공화당 정부와는 다르게 문화적인 부분에 있어서, 그동안 쟁점이 되어왔던 낙태허용 문제나 동성애자 결혼 문제 등의 이슈를 좀더 ‘리버럴’한 관점으로 접근해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 오바마 정권이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변화시킬 것이라 생각하는가?

    = 오바마가 ‘구민주당’ 노선을 따르는 대표 주자이지만, 신자유주의 큰 기조는 건드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절제된 신자유주의’란 기조 아래, 미국 내에서 심각하게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보험을 공적영역이 강조된 영국의 NHS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본다.

    또 대외무역 부분에 있어서도 ‘자유무역’의 큰 기조는 유지하되, 섬유․자동차 등 특정분야에 대해서는 보호무역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 오바마 정권의 대한반도 정책에 대해 어떻게 예측하는가?

    = 공화당의 일방주의적인 대북노선과는 다르게, 먼저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대화를 제의할 가능성이 높다. 또 경제원조 문제에 있어서도 이전 정부에 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북 강경’ 노선을 추구하는 이명박 정부는 오바마 정권과 대북 문제에 있어 엇박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지고, 이명박 정권은 대북 문제에 있어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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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인 성공회대 외래교수

    – 오바마의 당선을 어떻게 보는가?

    = 정치학자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지만, 부시가 워낙 잘못해서 흑인대통령이 탄생하는 미국역사상 큰 의미가 있다. 또 하나는 미국 부시가 잘못했다는 것이 이라크 전쟁과 선거 말미의 금융위기인데, 오바마로선 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셈이다.

    금융위기는 전세계적으로 자본시장을 파괴한다는 것만이 아니고 유럽 정상들이 권력분점을 요구하고 달러분쇄를 요구하고 있다. 역사적인 요청인데 오바마가 해결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전쟁이란 방법은 좀 쉬울 수 있지만 경제력 측면에서 달러 특권에 대한 문제는 쉽지 않을 것이다.

    – 오바마 당선으로 미국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가?

    = 어쨌든 케네디 때 느낌이다. 새로운 희망, 새로운 약속의 느낌이 드는데, 케네디 때에 비해 상황은 훨씬 나쁘다. 케네디도 절대적 우위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베트남전쟁에 개입했지만, 오바마는 완전히 무너지는 상황에서 당선된 것이다. 오바마는 자국내에서는 진보적 정책들을 많이 제시했지만 대외적으로는 미국민임을 강조했다.

    미국의 자존심인 패권에 대해선 미지수다. 금융에 비해 제조업을 강조하고, 노동자를 강조하면서 세금정책도 중산층 이하에게 도움되는 정책들을 제시했는데, 과연 월스트리트의 특권을 줄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매케인에 비해 자본시장의 ‘금융시스템과 감독’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어디까지나 국익차원이어서 어떻게 될지는 예상이 쉽지 않다.

    – 신자유주의 체제의 종말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 큰 대책이 없어 보인다. 감세와 민영화 문제에서 워싱턴 컨세서스에 대한 반대는 분명하고, 중산층 이하의 소득증대는 확실히 입장표명을 했다. 부르주아의 세금은 많이 거두고 의료공공성 강화도 명확히 표현했다. 주거에 대해서도 서민의 주거를 돕는 방향으로 세제개혁을 하겠다고 명확히 밝혔지만, 금융자본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 한반도 정책은 어떻게 예상하는가?

    = 북미관계는 분명히 진전된다. 이라크에 대해서도, 압력보다는 대화로 푼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북관계가 오바마의 초미관심은 아니다. 첫 번째는 이라크, 그 이후가 이란, 그루지아 등이 우선순위다.

    아시아에 대해서도 중국과 인도가 중요한 것이지 한국은 별로 크지 않아 보인다. 한반도와 관련해선 양자간 뿐 아니라 6자회담 비공식 자리도 중요하다고 했다. 지역리더십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아시아에서도 나토와 같은 미국의 참여도 분명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외교 안보 쪽에서도 북한과 대화하고 중국에 대해서도 노골적 문제 일으키지 않을 것 같긴 한데, 경제는 다르다.

    언론에서 보호무역주의라고 하는데 자기들은 공격적 자유주의다. 이게 다른 나라의 시장개방, 환율 낮추라고 압력을 직접 가하는 것이다. 오바마는 중국의 위엔화 절하라든가, 압력을 가하는 법안에 공동발의를 하기도 했다.

    그만큼 미국의 상품에 대해 다른 나라가 수입해줘야 하는데, 중국이 지금은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다. 공격적 자유주의는 결국 중국과 마찰을 빚고, 경제마찰, 무역마찰 이런 것들이 분명 예상된다.

    한국에선 초미의 관심사가 FTA지만 한참 뒤로 물러날 것 같다. 오바마의 연설에서 항상 들어가는 수사가 ‘미국 기업과 노동자를 위하여’다. FTA는 사실 엄격한 환경기준과 노동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좋은 말처럼 들리지만 환경과 노동비용이 올라간다. 상대국가 입장에선 기존 자유무역과는 다르다. FTA만이 아니라 그거 외에도, 불공정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압력이 행해질 것이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중국은 바로 걸린다. 한국에겐 한미FTA와 별개로 불공정거래로 자동차를 당장 얘기할 것이다. FTA 자체를 들고 오지는 않을 것이다. 후순위이고 전면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미 카프타는 폐기한다고 했고 나프타는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FTA는 보완할 것이고, 이런 순으로, 다음엔 콜롬비아와의 관계를 정리할 것이다.

    미국은 당장 한미FTA와 관계없이 자동차문제 들고 나올 것이다. 더욱이 미국 경제가 좋지 않고 기본 발상이 한국 자동차는 무역불균형이 심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것은 압력을 가해서 고친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다. 그게 미국이 말하는 공정무역이고, 페어플레이다. 우리나라에선 보호무역이라고 하지만, 그것과는 좀 다른 것 같다.

                                                      * * *

    조국 서울대 법학과 교수

    – 오바마 승리의 배경, 의미는 무엇인가?

    = 정치적으로는 네오콘,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 등 부시 정부 8년 동안에 대한 미국인들의 평가가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 또 덧붙인다면 전 세계를 경제위기로 몰아넣은 미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책임을 묻는 미국인들의 표심이 작용한 것 같다.

    – 오바마 정권의 등장이 미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 분명히 네오콘과 신자유주의는 퇴조할 것으로 본다. 또 오바마가 첫 번째 흑인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사회통합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그동안 부시 정부에서 퇴조를 보여 왔던 복지 노동문제에도 더욱 신경쓸 것으로 본다.

    – 오바마 정권이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변화시킬 것이라 생각하는가?

    = 오바마 정권은 경제적으로 케인즈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본다. 즉 국가가 시장에 더욱 개입할 것 같고 특히 시장에 맡겨진 의료보건 분야에 국가가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오바마가 당선 전에 신자유주의를 비판해 왔더라도, 대통령이 된 이상 당분간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부분적인 수정으로 정책방향을 조정할 것으로 본다.

    – 오바마 정권의 대한반도 정책에 대해 어떻게 예측하는가?

    = 클린턴 정부 시절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처럼, 우선 한반도를 ‘해빙무드’로 만드는 새로운 국무장관을 선임할 것으로 본다. 이를 통해 북한과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임기 중에 북핵문제 타결을 하려고 노력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에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코드를 맞출지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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