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변화, 우리 위한 변화 아니다"
        2008년 11월 05일 08: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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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미국인들의 선택은 ‘오바마’의 변화(Change)였다. 전 세계의 이목이 오바마 당선에 쏠린 가운데, 국내 진보진영도 오바마의 당선 이후의 전망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벌써부터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질서가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며 “신자유주의 체제는 끝났다”는 낙관에 젖어있다.

    이번 오바마의 승리와 관련해 진보신당의 노회찬, 심상정 상임공동대표는 비교적 차분했다. 이들은 “역사적인 승리”,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오바마가 말하는 ‘변화’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두 대표는 모두 “오바마는 미국 국익을 위해 앞장 설 뿐”임을 강조했다.

       
      ▲지난달 21일, 심상정-노회찬 상임공동대표가 각계인사 간담회 자리에서 참석자들의 고언을 듣고 있다.(사진=레디앙)
     

    노회찬 대표는 오바마 승리의 배경에 대해 “경제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미국인들의 절박한 상황인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오바마는 미국인들에게 그 변화를 이끌어 낼 적임자로 판단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약자들의 사회적 연대 승리

    심상정 대표는 “이번 선거에는 신규 유권자가 대거 참가했는데, 특히 젊은층의 투표율이 매우 높았다고 이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했다”며 “결국 노동자-흑인-여성-젊은이 등 ‘약자들의 사회적 연대’를 이끌어 낸 것이 오바마 승리의 요인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오바마의 승리 배경과 오바마가 신자유주의 정책기조를 변화시킬지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두 대표는 오바마가 당선된 이후 미국의 패권을 기반으로 하는 신자유주의는 다소 변화가 있을 것이지만, 신자유주의 기조 자체가 변화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노 대표는 “오바마가 변화를 앞세웠지만, 그 변화가 신자유주의에 대한 변화라고 말하는 것은 듣지 못했다”며 “오바마가 말하는 금융규제 강화는, 금융파탄에 대한 반성적 측면에서 자연스러운 귀결일 뿐”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이어 “그의 당선으로 신자유주의가 바뀐다고 보는 것은 (신자유주의) 반대론자들의 말”이라며 “주창론자들은 그렇게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도 “신자유주의 기조의 쇠락은 무제한 탐욕을 키워왔던 신자유주의 스스로 파산하고 있는 것”이라며 “오바마가 당선되었다고 해서 바뀌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오바마는 신자유주의에서 비롯된 위기를 ‘추스르는’ 역할을 맡을 것이고, 그 책임을 외국에 떠넘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 중심의 경제정책엔 변화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노 대표는 “최근 유럽 등 몇몇 국가들이 미국의 새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는 미국 중심의 달러 기축통화가 흔들리고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가 끝난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미국의 ‘Follow me'(나를 따르라)가 끝난 것이라고, 그동안 따라다니던 국가들이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침공과 대북선제공격 계획, 민주당 때

    두 대표는 이어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과 미국사회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 변화에 대한 낙관적인 해석을 경계했다.

    노 대표는 “부시보다 부드러운 방식을 쓸 뿐, 오바마가 지키려는 것도 미국의 국익일 뿐”이라며 “케네디가 쿠바를 침공했고, 클린턴 1기 때 대북 선제공격 계획이 세워졌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대국이지만 다큐멘터리 <식코>에서도 잘 보여지듯 자국민들의 삶의 질은 형편없다”며 “낮은 복지에 대한 불만과 사회양극화에 대한 폐해로 인해 미국 국민들이 오바마가 말한 변화를 선택한 것지만 오바마가 얘기한 변화가 어떤 변화인지는 남겨진 과제이며 당선된 순간 오바마는 이러한 짐을 진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도 “오바마가 금융위기 이후 국내적으로 경기침체와 양극화를 해결해야 하는 막대한 소임을 가지고 있고, 극단적 양극화와 빈곤화 속에 ‘약자들의 사회적 연대’로 당선된 만큼, 노동자-서민을 위한 정치를 해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 자국의 위기를 타국에 전가하는, 불평등한 국제정책을 펴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 대표는 이어 “미국 국내적으로도 노동자-서민을 위한 개혁을 펴는데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텐데, 현임 부시대통령이 이미 국가재정을 상당히 소모한 상황에서 개혁의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역동적 개혁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개혁의 성과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위기 타국에 전가할 수도

    오바마의 당선은 한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 노 대표는 “오바마의 한미FTA 비판은 통상정책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이를 통해 ‘왜 더 많은 것을 얻어내지 못했냐’는 비판”이라며 “오바마 당선이 우리에게 유리한 FTA라든가, 새 한반도 정책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심 대표도 “오바마의 당선이 SOFA와 FTA로 대표되는 한미간의 군사 외교적, 정치경제적 불평등 관계가 해소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지만, 오바마가 한미FTA를 반대하는 이유가 미 자동차 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이라고 본다면, 자국의 위기를 한국에 전가하고자 하는 바램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에 대해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다. 노 대표는 “대북정책은 2007년 이후, 180도 변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했고 심상정 대표도 “페리보고서 수준으로 되돌아 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변해가는 북미관계 속에서 당사자인 우리가 객으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마지막으로 "최근 미국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 중국이나 일본보다 우리가 더 많은 피해를 입었던 것은 이미 우리 경제가 상당히 미국화되었기 때문으로, 이번 경제위기는 왜 미국과 시장통합을 해서는 안 되는지 우리에게 잘 가르쳐줬다"며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가 한미FTA를 하겠다면, 이는 금산분리 완화나 자통법 시행과 함께 이 정부의 큰 실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선거비용 문제로 짧게 선거를 치르는 우리에 비해, 미국은 2년 동안 대선을 치렀는데 오바마는 그 2년 동안의 선거과정에서 지도자의 역량을 갖추었고,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정책을 충분히 이해하고 교육받는 시간이 되었다"며 "이것이 상원의원 1회 경력에 불과한 약관의 오바마가 당선할 수 있었던 주요 원동력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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