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복무제를 넘어 징병제 폐지로
        2008년 11월 05일 12: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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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군의 날 강의석씨가 군대를 없애자며 알몸 시위를 해서 화제가 되었다. 아마 당사자가 고교 시절 종교자유 문제와 관련한 학교와의 싸움으로 세인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고 국군의 날 알몸 시위라는 우리 사회에서 그다지 흔치 않은 방식으로 자기주장을 내놓았다는 사실 때문에 특별히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던 것 같다.

       
     ▲ 강의석씨가 바디페인팅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인터넷 카페 ‘군대?’)
     

    그래서 그런지 정작 그의 주장 자체에 대한 진지한 논의보다는 문제제기 방식을 두고 상당한 논란이 벌어졌다. 그의 행동에 대해 소영웅주의적 행태라고 비난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어차피 선각자적인 주장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나왔다.

    물론 그 주장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이고 공론화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까지도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니 말이다.

    군대 폐지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군대 유지를 위해서 필요한 군사비, 인력은 물론 이로부터 파생되는 정신 문화적 요소까지 군대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강의석씨도 이런 것들을 군대 폐지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군대가 없음으로 해서 얻는 이득과 관련한 주장의 타당성과 관계없이 군대를 폐지할 현실적 조건이 되느냐에 대해서는 누구도 동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강의석씨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썩 자신이 없거나 아니면 자신의 임무는 문제제기까지로 한정짓는 것 같다.

    군대를 없애는 것은 어느 일방 국가가 다른 상대국가에 대해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남북한의 대치 상황과 관련한 부분은 논외로 하더라도 통일이 된 후에라도 과연 군대를 없애는 게 가능하다고 쉽게 결론 내릴 수가 없다.

    아니 오히려 군대가 존속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적어도 군대를 없애는 게 가능하다면 국가 간의 상호적이고 현실적인 믿음과 조치가 동시에 이루어질 때 최소한의 기반이 마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군대 폐지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인류사에서 고대에 최초의 국가가 형성될 때부터 군대는 이미 존재했고 또한 군인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업 중의 하나였다.

    군사정권에 의해 군에 대한 문제 제기 금기시 돼

    해방, 분단 이후 냉전시기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군대와 관련해서 어떤 부분이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금기시되어 왔다. 군대에서의 많은 의문사들이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또는 민간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였고 해마다 멀쩡한 젊은이들이 징집거부문제와 관련하여 감옥살이를 했지만 대체복무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역시 1990년대 이후이다.

    냉전 시기에 이런 것들을 가능케 한 논리는 아주 간단하다. 북한이 언제 침략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를 방어하고 있는 군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시비하는 것은 반국가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런 주장은 처음 출발이 어떠했든지 간에 뒤에는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어 현실의 변화와 관계없이 고착된 채 작동되어 왔다.

    이제 그런 이데올로기화된 현실을 떠나서 냉정하게 실재하고 있는 현실을 한 번 들여다보고 판단해 보자. 우리나라는 일정한 연령대가 된 남자는, 신체적 결격 사유가 있는 자 등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 누구나 군대에 징집되는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보통 모병제를 채택하거나 징병제를 채택하더라도 복무기간 1년 이내이며 대체복무를 허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보다 복무기간이 긴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이스라엘, 시리아 등 상시적인 분쟁상태에 있는 나라와 북한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군사적 부담은 현실적으로 북한이 더 크다

    이에 대해 현재 징집제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 역시 전쟁이 종식된 게 아닌 휴전 상태이고 무엇보다 우리와 대치하고 있는 북한은 매우 비이성적이고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이라는 이유를 들어 남한에 강력한 군대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징병제는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 역시 6.25 전쟁 이후 감정적으로 매우 예민하던 시절에 형성되어 고착화된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실제로 북한은 1980년대 이후 급격하게 남한에 비해 경제력이 뒤떨어지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대등한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한보다 훨씬 큰 군사적 부담을 질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내부적 체제 붕괴를 몰고 올 수도 있는 1990년대의 심각한 기근 사태 때조차 엄청난 군사적 부담을 져야 했다.

    또한 남한은 전쟁 발발 등 유사시에 대비해 세계 최고 강대국인 미국이 동맹관계에 의한 직접적 파병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북한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1990년대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이후 러시아, 중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6.25때처럼 그들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최근의 국제적 동향으로 볼 때 옛날처럼 사회주의 동맹국간의 의리는 단연코 없다.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처신할 게 분명하다. 이로 볼 때 군사적 부담은 남한보다 북한이 훨씬 크다. 체제 유지를 위해서도 북한 정권의 수뇌부는 가능하면 최대한 군사비를 줄이고 싶어 할 것이다.

    한반도의 정세변화가 군사적 상황 변화의 좋은 조건 형성

    최근 북미 간에 북한 핵 불능화 합의가 이루어졌다. 물론 완전한 관계정상화까지는 앞으로도 무수한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어쨌든 북미 관계정상화, 그리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첫 단추는 꿴 것이다.

    더구나 당선이 유력시되는 오바마가 집권하게 되면 북미간 관계개선도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으로서도 체제 보전을 위한 외부적 난관에 대해 어느 정도 안전장치가 마련된다면 내부의 경제적 발전을 통해 체제안정화를 꾀하려 할 것이고, 이를 위해 그간 엄청난 부담을 가졌던 군사력 감축에 적극적 태도를 취할 여지가 생기게 된다.

    징집제는 심각한 신체의 자유 침해

    한국의 남자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대학 또는 사회 진출과 함께 가장 부담을 가지고 있고 또 선결할 문제로써 군대 문제를 생각한다. 2년 동안 단절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여태껏 해보지 못한 엄격한 집단생활에 대한 두려움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애인이 변심할지도 걱정해야 한다. 학업 중에 휴학하고 군대 갈 것인지 졸업하고 갈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어쩌면 한국의 젊은이는 참 불행한지 모른다. 의욕이 넘치고 뭔가를 적극적으로 성취해야할 인생의 가장 황금기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군대에 가야되기 때문이다. 바로 반론이 들어올지 모르겠다. 조국을 위해 군대 가는 것을 가지고 마치 2년 동안 시간 낭비하는 것처럼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자발적 봉사가 중요

    그런데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애국을 하는 것은 꼭 군대 가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산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도 학업을 쌓아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애국하는 길이다.

    다만 외세의 침략에 직면한 상황 같이 특별한 상황에서는 군대 가서 나라를 지키는 일이 애국으로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일상적 시기에는 꼭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혹 바람직하지 못한 전쟁에 동원되거나 그냥 그렇게 시간을 때우다가 나온다면 오히려 손실이다.

    징집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인력 손실 같은 그런 경제적인 요인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성인이 본인의 자발적 의사나 신념과 상관없이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징병제는 군대에서의 강제적인 통제와 위압적인 규율로 이어지기 쉽다. 그리고 애국심이라는 것도 그것이 강제된 것일 때는 빛이 바랜다. 애국심을 가지고 입대하고자 한 사람도 그것이 강제되는 순간 반발심으로 고귀한 마음이 사라지기 십상이다. 이는 군대에 가는 젊은이들 중에 애국심의 발로에서 가는 사람이 충분히 있을 터이지만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군대 문화와 분위기는 그다지 애국적이지 않은 것에서도 드러난다.

    징병제가 냉전 이데올로기 토양 형성

    이제 우리도 성인 남자 모두가 의무적으로 군대 가는 징병제를 폐지하고 원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가는 모병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해 볼 때가 됐다. 실제로 현대전에서는 군인 들 수만 많다고 강한 군대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현대화된 군사장비와 소수의 정예화된 군사를 가진 군대가 강한 군대이다.

    또한 그렇게 되면 군인들의 처우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고 문제가 되었던 군 내에서의 강압적 분위기도 보다 자발적이고 민주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물론 전시를 생각해서 우려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게 걱정이 된다면 지금 징집 연령이 된 젊은이들을 예비군화하면 된다. 전시에 대비해서 말이다.

    건국 이후 징병제의 역사가 60년 가량 된다(50년 3월 잠시 징병제 폐지했다가 전쟁이 나자 부활). 한 차례의 전쟁이 있었고 줄곧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다 보니까 징병제는 이제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이데올로기화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대체복무제조차도 기한을 현역보다 늘리고 힘든 작업을 시키는 등 징벌적 성격을 띠는 방안이 강구되거나 엄격한 심사를 통해 특정 사유에 한해서만 가능하도록 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것조차도 이명박 정부들어서는 재검토되고 있다. 또한 냉전과 징병제를 토대로 한 체제와 분위기 속에서 생겨난 관련 단체들도 많다. 그들에게는 이제 징병제가 생계의 터전이 되어 이런 이데올로기를 더욱 공고히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변화된 정세 능동적으로 주도해야

    북미간의 관계정상화 진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한반도의 정세변화를 제 3자가 되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게 아니라 우리의 역할을 드높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해 들어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능동적으로 군축협상도 이루어내야 한다. 평화통일의 토대이기도 하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군대 병력 인원 감축이 제기될 것이다. 이에 발 맞춰 징병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환을 공론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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