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태일이 누구죠?”
        2008년 11월 05일 12: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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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태일 거리’가 서울에 있었다. 청계천 6가라고 했다. 을지로 4가역에서 내려 청계천을 따라 동대문 쪽으로 따라 갔다. 한참을 올라가도 ‘전태일 거리’가 보이지 않았다. 주차관리를 하는 아저씨는 다행히 ‘전태일 거리’를 알고 있었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동상이 있는 다리가 하나 보이는데 그게 바로 ‘전태일 거리’라고 한다. 아저씨의 말이 끝나자 마자 길 바닥에 동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태일은 이 시대의 예수입니다. 0000노동조합’,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윤00,공00,윤00,윤00’

       
      ▲ 사진=공공노조 

    수 없이 많은 동판이 바로 ‘전태일 거리’가 시작됐음을 알려줬다. ‘전태일 거리’는 정확하게 청계6가 버들다리와 그 일대를 칭한다. 공식적인 명칭은 그저 ‘버들다리’이지만 ‘전태일 거리’라고 부른다.

    전태일은 1970년 11월 13일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를 외치며 분신했다. 평화상가 재단사였던 전태일의 삶과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전태일 기념사업회는 2005년 청계천 복원과 함께 생전 전태일이 일했던 청계천 6가 버들다리에 전태일 동상을 세우고 그를 기리는 동판도 함께 새웠다. 그곳이 바로 ‘전태일 거리’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곳이 전태일 거리라는 것을 모르는 듯 했다. 오토바이 불법 주차를 단속하기 위해 나온 듯 보였던 젊은 의경은 전태일에 대해 묻자 “글쎄요. 잘….”이라며 말을 흐렸다. 전태일 동상을 지켜보며 전태일이 누군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같이 근무를 하던 동료 의경이 답답한 듯 대답을 도왔다.

    “아. 그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그 사람 말하는 거죠” “누구? 무슨 영화?”. 옆에 있던 의경은 아직도 도통 모르겠다는 듯이 재차 물었다. “있잖아. 홍경인 나왔던 영화”. 그제서야 그 젊은 의경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학교 다닐 때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다만 영화도 나오고 그러니까 어렴풋이 알고 있다고 했는데 그 전태일이 앞에 보이는 동상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단다. “사실 잘 몰라요. 별로 관심이 없어서….”

    평화시장에서 창고 관리를 한다는 김해성(가명.32세)씨는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 “노동운동 하다 몸에 불 지르고 죽으신 분 아니에요?”. 옆 동료가 도왔다. “나도 알아. 영화에 나왔잖아. ‘아름다운 청년’인가 무슨 영화에”

    “잘은 모르지만 훌륭한 분 같아요. 그 분이 그렇게 하고 난 다음에 노동자들이 엄청 데모도 많이 하고 그랬다면서요?” 그나마 이렇게 전태일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었다.

       
       ▲ 사진=공공노조
     

    평화 상가에서 옷을 떼어다 지방에서 옷가게를 하고 있는 30대 여성은 ‘전태일’이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누군지는 잘 모른다고 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잘 모르겠다고 했다. 혹시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한테라도 들은 적은 없는지 재차 물었다. “없어요” 대답은 짧았다.

    하지만 50대 한 남성은 분명히 전태일을 기억했다. “잘 알죠. 전태일 그 사람 그렇게 분신하고 그랬는데 그래도 바뀐 게 하나도 없어요. 죽은 사람만 불쌍하지…” 1970년 11월 전태일은 숨을 거두기 직전에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라고 외쳤다.

    그리고 2008년 11월 지금의 ‘전태일 거리’는 11월 초 날씨처럼 스산했다. 사람들은 전태일 동상을 지나치면서, 발 밑의 동판을 밟고 다니면서 이곳이 왜 이런 동상이 생겼는지, 이 동판의 내용은 무엇인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오는 11월 13일이면 전태일이 허울뿐인 ‘근로기준법’과 함께 자신을 불사른지 38년째가 된다. 민주노총은 11월 9일 서울 도심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08년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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