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투기소음 예방법안 '엉터리'
        2008년 11월 04일 05: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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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기 소음 없는 곳에 살고 싶어요’

    올 8월 기준 전국 40여개 군 비행장과 사격장 주변 주민들 68만여명이 국가를 상대로 소음피해보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청구액만 3500억원. 그런데도 국방부는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항공기소음 제한규정은 민간항공기에만 적용, 이 보다 몇 배나 더 시끄러운 전투기와 군용헬기는 오늘도 주민피해에도 아랑곳없이 날아다니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안보논리에 ‘참고만’ 있던 피해주민들의 인내에도 한계에 도달한 지 수년째. 4일 군 비행장 사격장 소음에 시달리고 있는 14개 지역주민들이 네트워크를 발족하고 ‘군소음피해 입법,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입법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주민네트워크 발족식과 토론회는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녹색연합과 녹색연합 부설 환경소송센터,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실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국방부 "피해 공감노력은 하고 있는데" 

       
      ▲ 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군 비행장 사격장 소음피해 주민네트워크 발족및 토론회가 열렸다.(사진=변경혜 기자)
     

    첫 발제자는 ‘군소음 특별법'(안)의 주요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김기완 국방부 환경보전과 중령이 나섰다.
    국방부는 지난 4월 ‘군용비행장 등 소음피해방지와 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해 현재 각계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김 중령은 우선 군의 소음저감을 위한 자체노력을 설명했다. 군은 항공기 지상 정비 때 소음절감을 위해 13곳에 방음정비고를 설치하는 한편 일과시간 이전에 훈련을 제한하고 밤 10시 이후엔 야간비행을 제한하고 있으며 비행경로도 인구밀집지역은 되도록 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대지사격장의 훈련절차도 개선하는 등 소음이 스트레스 장가와 청력감소 학습장애, 군사시설 주변지역 개발제한이나 지연, 재산가치 하락 등에 대해 동감하고 있음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군소음특별법안은 소음대책구역을 지정고시하고 1~3종 구역별로 건축물 철거할 때 손실보상 및 토지매수, 건축물 방음시설 설치, 소음피해대책 및 지원에 필요한 기금설치, 민군 공용공항을 이용하는 민간항공기의 소음부담금 징수, 중앙과 지역에 소음대책 위원회 설치, 소음피해지역내 공장설립 때 조세감면 등을 포함시키기 위해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중령은 "대구(1조8000억원)와 수원비행장(3조6000억원)이 전체 소음대책비용의 60% 정도를 차지하는데다 소음대책비용이 비행장 건설비용 (2조원)을 초과해 어려움이 많고 법제정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재원확보가 어렵다"는 상황도 설명했다.

    "소음피해만 있고 진동피해는 없나?"

    국방부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그러나 환경단체는 ‘부족한 게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군 소음 특별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정연경 환경소송센터 사무국장은 "소음피해와 함께 항상 발생하는 진동피해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으며 미군기지 비행장과 사격장은 적용대상에서 아예 제외돼 미군기지 주변 피해는 검토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엔 전국적으로 1453개 군 사격장이 있고 최근 5년간 국방부에 접수된 사격장 민원 가운데 소음과 유탄피해 보상 요구가 가장 많은데도 사격장 소음단위와 지침기준이 없고, 기술적 측정도 어려워 실제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워 소송을 취하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기지 주변은 피해대상서 왜 빠졌지?"

    이와 함께 정 사무국장은 "국방부(안)는 또 군항공기와 사격장 소음에 같은 기준을 적용해서 평가해 저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사격장소음은 실제피해보다 훨씬 적게 나올 수 밖에 없어 일본과 독일처럼 별도 사격장 소음단위와 기준을 마련해 법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사무국장은 또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주민들이 고통받아야 했던 피해에 대한 보상과 법률이 제정돼도 피해보상에 대한 부분도 빠져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외에도 정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소음대책구역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조사가 진행돼야 하는데 법안에는 빠져 있으며 야간비행제한도 민간항공기에만 국한돼 정작 군의 야간비행을 허용하고 있는 점, 소음저감조치가 이착륙절차에만 언급, 자동소음측정망 설치외에 정보공개 조항이 없고 전자공청회의 참여제한, 민간항공기에만 적용하는 소음부담금의 문제 등 조목조목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소음피해 극심지역엔 건축허가 내주면 안돼"

    주민들의 입장은 더욱 확고했다.

    민주노동당 소속 광주시 광산구 국강현 구의원은 "기본적으로 소음피해로 어려운 곳에는 건축허가를 내주면 안된다"고 전제하고 전투기 소음진동 분진에 의한 철저한 주민피해 조사, 소음피해 지역으로 선정할 때 현재 80웨클 이상지역에만 보상판결을 내리고 있지만 70웨클지역도 소음피해는 마찬가지라며 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 의원은 또 주한미군 전투기 소음에 대한 규제와 운항노선의 규제 및 훈련시간 통제와 피해보상 기준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며 전투비행장을 이전할 경우 이전부지의 활용계획은 피해주민들의 복지와 친환경공간으로 조성돼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더불어 국 의원은 근원적 문제 해결은 광주공항 전투비행장을 이전하고 이전이 완료될때까지 소음피해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 K2인근 초등학교 20분 수업, 20분 수업중단"

    이재혁 대구경북 녹색연합 운영위원장은 대구비행장(K2)의 피해사례에 대해 설명했다.

    이 운영위원장은 "K2는 200만평이 넘는 여의도의 2배나 되고 이중 미군기지가 100만평을 차지한다"며 "주변 고도제한과 재산권피해지역만 무려 2000만평 이상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라고 말했다.

    일제치하인 1936년 만들어진 K2는 한국전쟁 당시 본격적으로 군용비행장으로, 이후엔 민간비행장과 군용비행장이 함께 사용하고 있지만 KTX개통 이후 이용자가 급감해 ‘이름만’ 국제공항으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이 운영위원장은 "대구비행장 인근의 한 초등학교는 비행장활주로에서 불과 200m 정도 떨어져 있어 소음측정하면 무려 120db이상이며 40분 수업중 20분은 비행기 수업으로 진행이 안된다"며 "피해주민이 1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부는 재원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군용비행장 이전과 군 기지 재편을 통한 비행장 신설요구를 미루고 있는 정부가 이용률이 낮은 지역에 비행장을 계속 건설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충남 웅천 공군사격장은 제2 매향리"

    충청남도 보령시 웅천 공군사격장의 피해를 설명한 박종돈 웅천사격장소음피해대책위원장은 지금은 폐쇄된 매향리사격장과 비슷한 저치라고 강조했다.

    박 대책위원장은 "1990년에는 전투기가 인가로 추락해 주민 1명이 사망했고 2005년에는 웅천역 앞에 사격실탄이 투하되는 일도 벌어졌다"며 "사격연습때에는 115db이 찍힐 정도"라고 소음피해를 호소했다.

    또 박 대책위원장은 "앞바다에는 매향리 농섬처럼 무인도인 황죽도에서는 폭격훈련이 벌어지고 황죽도 연안 20m 부근부터 포탄과 탄피가 쌓여있고 바닷물에는 심하게 녹슨 탄피로 수중식물도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국방부 소음피해법안은 엉터리"

    평택미군기지 소음현황 설명에 나선 강상원 평택 평화센터 소장은 "미군기지 이전으로 평택지원특별법이 만들어져 12억원을 들여 소음진동자동측정기가 각 기지별로 설치했지만 소음피해에 대한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이어 국방부 법안에 대해서도 ‘엉터리’라고 직격탄을 날리고 "미군기지에도 적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포함되지 않았다"며 "또 1~3종별로 건축행위를 제한하고 있는데 결국 주민들을 내쫒겠다는 법안으로 이로 인해 미군기지주변은 슬럼화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또 강 소장은 "최소한 이착륙절차에 대한 개선노력이 있었다면 고도유지와 주거밀집지역, 학교와 병원, 사회복지시설 등에 대한 운항금지를 명문화해야 한다"며 "방음시설의 설치 의무화, 민군항공기 할것이 없이 야간비행은 국민의 주거권을 위해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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