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건추, 진보신당과 딴길 갈수도
        2008년 11월 03일 09: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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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조직, 특히 노동조합 운동을 해온 사람들이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대체로’ 민주노동당의 분당에 반대한 것은, 그것이 대중조직 내부에 가져 올 분열적 현상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진보신당과 정치적 입장을 같이 하는 이들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양경규 ‘노동자 진보정당 건설 추진위원회'(노건추) 공동대표(전 공공연맹 위원장)도 분당에 반대한 사람이다. 그는 현재의 진보신당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실패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현재와 같이 ‘발본적 반성과 평가’ 없이 진행되고 있는 진보신당의 ‘제2창당’ 과정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이다. 진보신당이 오히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노건추, 노동자 수혈 기구 아니다"

    그는 이와 함께 일각에서 노건추를 진보신당에 노동자 수혈을 위한 도구 정도로 바라보고 있는 것에 대해 이를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상황과 조건에 따라서는 노건추가 진보신당과 한 배를 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민주노동당의 분당 이후 노동 현장에서도 다양한 논의와 조직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지난 10월 11일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 건설 준비모임(이하 사노준)이, 곧이어 18일에는 노건추가 출범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조직들이 분당 이후 노동정치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노건추는 “정치세력과 정당을 막론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고민하는 현장노동자들을 폭넓게 포괄한다”는 기치로 노동운동 최전선에서 활동했던 많은 활동가들을 포괄하고 있어 당 안팎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표적 조직 가운데 하나다. 

    양경규 노건추 대표를 만나봤다. 양 대표와의 인터뷰는 이광호 <레디앙> 편집국장의 진행으로 30일 오후 3시부터 레디앙 사무실에서 1시간 30여분간 이어졌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 * *

    ‘국민승리21’ 시기와 민주노동당 창당 시기에 노동정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관련된 자신의 활동을 간략하게 소개해달라.

       
     ▲양경규 노건추 공동대표. 
     

    = 민주노총 정치위원장 두 차례 했었다. 첫 번째 정치위원장 시기에 국민승리21을 만드는데 함께 했고, 97년 권영길 대통령 후보 당시 조직위원장 맡았었다.

    두 번째 할 때는 민주노동당 창당 시기였다. 당이 만들어지면서 부대표 역할을 맡았다. 이후 주로 노동운동을 하며 당 활동과 대중운동을 연결시키는 노력을 해왔다.

    – 민주노동당 분당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새삼스런 얘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분당에 대한 입장을 얘기해달라.

    = 당시에도 분당에 동의하지 않았고, 지금도 노동자 정치운동에서 분당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국민승리21부터 민주노동당 까지 지난 10여년간, 노동자 정치운동이 많은 한계 드러낸 것은 사실이지만, 어렵더라도 노동자 정치를 당 안에서 철저하게 부딪치며 성과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정치 실패 원인과 대안 대중적 공유 과정 필요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심상정 비대위의)당 혁신안 기조를 중심으로 일대 혁신운동을 전개해보는, 노동정치를 위한 마지막 승부를 해보지도 않고 탈당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내 혁신안을 부결시키고, 그 결과를 승리라 생각하는 당내 다른 한 부류를 바라보며 ‘이 당에서 노동정치는 가능하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어 분당엔 반대했지만 탈당하게 된 것이다.(그는 진보신당에 입당하지 않았다)

    내가 분당을 반대했던 가장 중요한 반대 근거는 민주노동당이 갈라짐으로써 더 이상 한국사회 민중들이나, 신자유주의라는 자본주의에 억압받고 있는 한국사회의 정치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 얼마 전 노건추가 출범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국민승리21이나 민주노동당 창당 때도 내세운 것이다. 이제 다시 똑같은 기치를 들고 나서는 셈이다. 그 동안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평가와 노건추를 추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 민주노동당의 분당-탈당사태 이후 노동자들의 고민은 ‘노동정치를 중단 할 수 없다면, 어떻게 다시 시작할 것이냐’였다. 그리고 그 출발의 시작은 민주노동당의 노동정치 실패에 대한 원인을 찾고 대안을 고민하고 찾아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과정을 대중적으로 공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노건추 추진의 중요한 배경이다.

    민주노동당이 역대 다른 진보정당과 달리 성과를 나타내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조직화된 노동자와 노동자 대중을 당의 기본적인 토대로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정치가 실패했다는 것은, 노동자가 당의 양적 토대로서만 기능했을 뿐, 질적 토대 즉 노동 정치의 내용이 따라가주지 못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새 노동자 정당이 노동정치라는 질적 토대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고민해야 하고, 그래야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그 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그 내용과 방향을 정확하게 찾는 활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걸 통해 당 건설에 나서야 한다.

    배타적 지지 방침 노동정치 걸림돌되는 시기

    – 노건추는 창립하면서 채택한 ‘노동자를 향한 제안서’에서 노동정치의 통일을 가장 중요한 사업 중의 하나로 선언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내부에서의 통일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 속에서 노건추가 현장 중심의 대중적 토대를 어떻게 형성해 나갈 것인가?

    =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은 내가 정치위원장을 하면서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초기 진보정당운동에서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굳건한 토대가 필요하고, 그 굳건한 토대에 조직화된 노동자를 세워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조직화된 대중인 민주노총이 전면적 지지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배타적 지지의 내용이다.

    이는 초기 진보정당운동, 특히 한국의 진보정당운동에 있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다만 배타적 지지에 안주하며 노동정치의 내용을 채우지 못하고 양적 토대에만 의존하는 정당이 되면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이 오히려 노동정치를 가로막는 조건이 되고 말았다.

    이제 민주노총도 배타적 지지에 근거해 민주노동당과의 관계를 풀 것이 아니라 노동정치의 내용과 방향을 놓고 고민해야 할 때이며, 배타적 지지 방침은 철회되어야 할 순간에 와 있다고 본다.

    배타적 지지 방침이 현존하는 조건에서라도 노건추의 문제의식을 현장에 충분히 이해시키고 조직적 기반을 확장시켜 나갈 것이며, 노동정치의 내용을 가지고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에 문제들을 지적해나갈 것이다. 노건추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활동가들이 많기 때문에 이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실제 현장에서는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와는 무관하게, 탈당 분당의 사태를 거치면서 진보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이 커졌다. 통일보다 분열, 관심보다 무관심이 더 큰 현재의 상황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 아닌가?

    정치운동이 대중운동에 자극제돼야

    = 그런 점 때문에 준비되지 않은 대중을 놓고 당을 분열시키는 데 대해 우려가 컸었고, 이것이 분당을 반대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제 분당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조건에서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그 동안 활동가들이 민주노동당을 키우기 위해 자금 대고, 표 찍는 활동들을 해왔는데 갑자기 분열된 것에 대해 허탈감과 분노, 체념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요인들이 과연 당의 분열 때문에만 벌어지는 것인가?

    더 큰 문제는 노동정치에 참여하는 노동자 대중들이 당의 능동적 주체로 기능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정치는 당에게, 경제투쟁은 우리에게’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있었으며, 이는 극복되어야 할 과제다.

    또한 한국 노동운동의 대중적 기반이 정규직 중심의 운동으로 이뤄지는 한계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현장 노동정치운동은 대중운동의 새로운 방향과, 새로운 노동운동의 진로와도 무관하지 않는데, 양자가 함께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며 구조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쨌건 이미 고정화된 현재의 현장, 과거 민주노동당과 관계를 맺은 현장, 이런 기준으로는 어떤 노동정치나 정당들도 성공하지 못한다. 새로운 정당-대중운동을 어떻게 만들고 서로 어떻게 조응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노동정치는 계급적으로 한국사회 변혁을 고민하는 노동운동과, 한국사회 전체의 변혁을 고민하는 정치운동을 결합해가는 과정이다.

    현장의 무관심은 현존하는 문제이지만, 정치운동이 노동운동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노동운동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구조를 확보 해나가야 한다. 최근의 산별운동도 이런 부분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당이 책임 있게 담보해내고, 비정규직에 대한 시혜적인 차원에서의 활동이나 단순한 도구로서의 산별운동이 아니라, 사회변혁을 고민하고 운동의 틀을 바꿔나가는 산별운동, 비정규 운동을 동시에 만들어 가면, 노동정치의 새 시각을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광호 편집국장.
     

    – 진보신당 내부에는 ‘노동자 계급중심 정당’이라는 것이 지금의 시점에서 적절한 노선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노건추는 ‘노동자 계급중심 정당’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에게는 ‘변화하지 않는 교조적 구좌파’란 딱지를 붙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노동자 계급중심 정당’의 내용이 뭔지, 왜 필요한지 설명해 달라.

    =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은 노동자들을 당원으로 만드는 정당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속성이나 조건에 주목한다. 자본주의 사회와 노동이 가지고 있는 소외-모순관계를 깨기 위해 저항하고 투쟁하는 정치를 만들어 가는 것이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이다.

    노동자 당원 많다고 노동자 정당 아니다

    또 하나는 저항하고 투쟁하면서 그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 즉 반자본주의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이 반자본주의 안에는 여성, 생태, 환경, 평화, 평등 등 모든 문제가 포괄돼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계급의 다원화가 폭넓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옛날 규정지어진 개념 때문에 이것이 협소한 의미로 전달되는 측면이 있다. ‘노동자 계급 중심’이 가지고 있는 이처럼 큰 의미를 이해시켜야 한다.

    – 그 이해를 누가 시켜야 하나?

    = 실천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말로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과거 민주노동당의 구조적 문제가 노동자들이 양적 중심 이상을 넘어가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질적 전환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투쟁-저항의 정치, 반자본주의의 전망을 명확히 세우지 않아 발생하는 여러 한계들, 의회주의나 대리주의, 당원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문제들이 이런 구조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노동자 중심 진보정당’이란 말이 철지난 옛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들리는 이유는 이 같은 노동정치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 자본주의 체제 극복의 지향을 분명히 하고, 대안 담론과 주체 형성을 보다 폭넓게 확산시켜 나가야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현 상황을 보면 오히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 대중운동이나, 진보정치운동이 확산보다는 협소화, 고립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 

    = 한국사회에서 노동자 중심운동이라고 말하면 노동운동 생각하게 되고, 노동운동을 말하면 민주노총과 조직화된 노동운동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노동운동이 정규직 노동자들로 구성된 운동이 되어버려 ‘노동자 중심’이란 말 자체가 기득권으로 받아들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20~30년 전처럼, 이 땅에서 기본권이 억압당하고 어려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 노동자라는 개념이 한국사회에 있다면, ‘노동자 중심’이 현재 가지고 있는 교조적이란 비판들이 상쇄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이는 현존하는 우리 운동의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본다.

    그런 측면에서 노동자 중심이란 것이 일하는 사람, 그 중에서 특히 최근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에 억압받는 구조 자체가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진보신당, 새로운 노동정치에 가장 큰 걸림돌될 수도

    – 노건추란 조직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이 많고, 비판도 많아 보인다. 비판 가운데 하나는 노건추가 ‘진보신당 내 노동 그룹을 확대하기 위한 기구’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이런 점 때문인지 노건추 출범과 활동에 대해 관심도 감동도 부족한 것 같다. 

    = 민주노동당의 분열 이후 새 진보운동을 시작할 때, 새 진보운동과 새 노동정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진보신당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진보신당 창당 원탁회의에서 새로운 정당이 급조되고, 이 당이 총선 이후에도 유지된다면 한국사회 진보정당운동의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얘기했다.

    물론 총선을 대비해 합법적 틀의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그렇게 출발한 당이 이후에도 온전히 보전되어 당으로 남아있다면, 새롭게 고민하고 먼 미래를 보며 새로 만들어야 하는 진보정당운동에 매번 걸림돌이 될 것이라 얘기했고 지금도 그렇게 보고 있다.

    노건추를 하는 것은 진보신당 같은 형태의 정당운동을 통해선 노동정치를 만들어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새로운 운동을 전개하고자 만든 것이다. 노건추는 진보신당의 노동자 당원을 모집하는 역할이나 수행하는 당의 기구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

    다만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반성적 평가로 출발한 정당이고, 민주노동당의 노동정치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만들겠다는 고민과, 다양한 가치를 고민하고 있는 정당이란 측면에서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건추는 진보신당식 당 활동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만든 노동자 정치조직이며 진보신당과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 ‘진보신당 같은 방식’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나?

    = 민주노동당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평가에 기반한 강령, 새 정체성, 새로운 토대 구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는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당을 급조해서 만들고, 이 틀이 고정화되면서 평가하고 준비해서 만들 수 있는 과정을 놓쳐버렸다. 이런 방식으로는 당을 만들어 갈 수 없다.

    제2창당 계획, 노건추와 무관

    – 노건추는 진보신당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외부토론회와 관련된 주요 조직 중 하나이다. 진보신당이 내년2월, 전당대회를 통해 제2창당에 나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진보신당의 이러한 시간 계획이나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진보신당의 2월 제2창당 계획은 노건추와 무관하다. 이는 진보신당의 자체 전략일 수는 있지만 노건추는 진보신당의 2월 창당에 구애받지 않는다. 노건추는 진보신당 제2창당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을 어떻게 크게 묶어나갈 수 있는가 하는 점을 고민하고 있다.

    2월이든, 4월이든 더 먼 미래가 되든, 이런 구조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전략이 있을 뿐, 진보신당의 제2창당 스케줄에 근거해 우리의 일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으로부터 발생했던 문제점을 평가하고 노동정치의 실종과 강령에 갇힌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을 실현시키는 문제에 의견을 같이 할 수 있는, 모든 동지들을 끌어내는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이 어떻게 가능할지가 주요 관심사다.

    – 상황에 따라서는 진보신당과는 별도의 또다른 당 운동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인가?

    = 그렇다.

    – 노건추 회원 중에는 진보신당 당원과 비당원이 함께 있다. 노건추의 정체성과 노건추 회원 가운데 당원과 비당원들의 정체성이 따로 있을 텐데, 예컨대 진보신당의 당원이면서 노건추 회원인 사람은 어디에 자신의 정체성에 맞춰야 하는지 혼란이 있을 수도 있다.

       
     

    = 노건추 회원 중에는 민주노동당 당원도 있다. 노건추는 새로운 정당 활동을 제대로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고 진보신당 당원인 회원들도 이 점에 동의해서 함께 한 것이다. 노건추는 진보신당이든 사노준이든,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폭넓게 열고 운동을 하자는 것이다.

    진보신당 당원들은 혼란을 느끼기보다는 노건추의 취지에 동의하고, 진보신당도 노건추라는 커다란 진보정당운동에 함께 할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당내에서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 사노준과 통합을 말했는데 사노준이 어떤 조직인가. 그리고 이들과 통합한다 했는데 어떻게 한다는 건지?

    = 예전부터 민주노동당 운동에 다소 비판적이었던 노동자 정당운동 그룹들이 분당 이후 보다 본격화되면서 사노준을 만들었다. 어쨌든 민주노동당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사회주의의 이상이나 원칙을 어떻게 실현시킬지 고민하고, 노동자 중심 정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사노준과 통합에 노력할 것

    물론 세세하게 들어가면 이런저런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큰 패러다임에서 차이가 없다면, 함께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현장 노동자들이 혼란을 느낄 수 있고, 이 혼란은 현장 노동정치를 힘차게 부활시키는데 어려움을 주기 때문이다. 사노준 동지들과 이런 문제들을 논의하면서 하나의 흐름으로 어떻게 묶을지 논의해 보고 함께 하려 한다.

    – 진보신당도 함께 할 수 있는 대상 가운데 하나 아닌가?

    = 노건추는 이미 창립하면서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제안문에서 ‘현재 조직화된 노동자들의 노동정치를 통일화시키는 작업이 우선’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진보신당과 함께 하는 과정이 논의될 수도 있겠지만 우선은 현장의 노동정치를 어떻게 통합시켜 나갈 건지 고민하고 있다.

    – 진보신당이 내년 2월에 제2창당을 계획한 것은 지방선거 등 현실을 감안한 불가피한 선택의 측면도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보신당 10년 평가나 대안이 그 때까지 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장 노동자의 정치적 통일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밖에서 헤게모니 싸움을 하기보다 일단 함께 모여 그 안에서 양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치열하게 부딪치면서’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수도 있지 않나. 

    = 민주노동당이 분화되어서 현장이 갈라지거나 별 위력적이지 못하게 된 진보정당이, 다시 분열되어 따로 가는 것이 결단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는 동의한다. 다만 진보신당이 2월까지 제2창당 하니, 노건추나 사노준의 통합도 2월을 중심으로 하자고 주장해서는 안된다.

    이는 각 주체들의 조건을 보면서 판단해야 할 문제다. 2월이 아니라면 4월일 수도 6월일 수도 있다. 이는 서로 열어놓고 고민해야 한다. 다만 진보신당이 예정된 전당대회 개최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하라 하지말라 말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당분간 다소 혼란스러움 있을 수도

    사실 노건추가 출범하면서 여러 논쟁이 있었는데, 그 중 진보신당 당원들이 굳이 노건추를 하지 말고 진보신당 노동위원회로서 진보신당 내부에서 더욱 더 노동정치를 강화하면 될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원래 가졌던 근본적 문제들, 즉 노동자들을 신당의 수혈 대상이나 수동적 주체로 만들 수 없다는 문제 의식으로는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사실 진보신당에 ‘수혈’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많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이렇게 되면 이미 존재하는 다른 노동정치 조직들과 갈라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노건추가 출범한 것이고 이 점에 대해선 진보신당 당원인 회원들도 동의한 것이다. 당분간은 진보신당 제2창당 문제와 노건추가 다소 혼란스러워 보일 수도 있으나 진보신당 몸담고 있는 노건추 회원들은 당내에서 노력 해줘야 한다,

    – 시기 등 현실적 조건에 대한 얘기를 떠나, 크게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경로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 그것은 조금 지나서 답변하고 싶다. 내가 답변할 수 있는 것은, 노건추는 현장 노동자의 통일적 정치활동을 우선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 사업의 완결과 함께 진보신당과의 통합을 통해 완벽한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큰 토대를 만들어가는 것들을 기본적인 전략으로 고민하고 있다.

    – 전략적 차원에서 노동정치의 통일이라는 것이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지는 문제가 아니지 않나? 민주노총 현 지도부의 정치적 입장을 제외하더라도, 짧은 시간 안에 진보신당과 함께 할 수 있을 만큼의 통일성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는 말로 들리는데. 

    현장의 정치적 냉소와 통일의 필요성

    = 그렇다고 그런 방안을 채택하지 않으면 또 다른 방향이 있는가? 사노준 등의 활동, 규모와 상관없이 현장이 여러 형태의 정치세력이 공존하는 형태로 가는 것을 우려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노동자 정치의 통일이 이루어져야 비정규직도 함께 하는 노동정치운동의 통일을 이뤄낼 수 있다.

    현장의 정치적 냉소가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조건 속에서 노동정치를 확장하고, 질적 내용을 제고시키는데 한걸음도 나가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한다면, 노동정치의 통일이 어렵더라도 끊임없는 노력과 시도가 중요하다. 그 작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이후 조직화된 노동자들을 책임 있는 주체로서 세우는데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노건추는 사노준과 함께 할 수 있는 노동정치의 통합을 위해 1차적 노력을 할 것이다. 만약 일정이 맞아 2월까지 세 주체들(노건추, 진보신당, 사노준)이 통합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갖춰진다면 그때 가서 같이 논의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조건으로 2월까지는 어려워 보인다.

    사실 진보신당이 제2창당 전략을 시간을 못 박지 말고 새로운 진보정당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준비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2월에 (당 대회를) 하지 말라는 것은 월권이자 과도한 개입이다. 

       
     

    노건추가 지금까지 말한 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으로 계획이 있는가?

    = 노건추는 3가지 방향이 있다. 우선 민주노동당과 과거의 진보-노동정치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를 통해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작업이 있다. 새로운 대안은 정책방향이나 이념뿐 아니라 토대와 구조들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것도 포함된다.

    두 번째는 노건추의 문제의식을 확대하기 위한 조직확대 사업이며, 세 번째는 노동정치와 진보정치를 통일시켜 나가는 사업이다.

    첫 번째와 관련해서 노건추 준비위원들을 상대로 토론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누구든지 능동적 주체이자 노동정치 의미를 알 수 있도록 만들어 간다는 기본적 목표가 있다. 전국 현장과 지역을 순회하며 토론회 등을 통해 문제점을 이야기하면서 근본적인 평가와 반성을 토대로 새로운 대안을 마련할 것이다.

    조직 확대는 다수의 회원을 모집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치활동에 중요한 중심부대 역할을 해주고 현장에서 활동해 줄 수 있는 준비위원들을 보다 확대시켜 나가기로 하고 준비위원을 더 모으기로 했다. 처음에 114명의 준비위원으로 출발했는데, 12월 말까지는 500명의 정치활동가 부대를 준비위원 형태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지역위원회를 올 연말까지 모두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

    노동정치의 통일과 관련해서는 우선 사노준에게 함께 공동토론회를 제안하고자 한다. 중앙 차원이 아니라 현장을 같이 다니며 공동주체로서 ‘노동자 정치활동 어떻게 하고, 새로 만들 정당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같은 주제를 놓고 얘기하는 토론회를 현장 노동자들과 진행할 것이다. 조만간 필요하다면 공식적 만남을 가질 생각이 있다.

    연말까지 준비위원 500명 확대

    – 공식적 만남은 아직 없었나? 언제쯤 만날 것인가?

    = 비공식적인 만남은 계속 있어왔다. 공식적으로는 노동자 대회 끝나고 만날 계획이 있다.

    – 노건추와 전진과 관계는 어떤 건가. 

    = 아무 관계없다.

    – 전진의 많은 회원들이 노건추 회원 아닌가. 

    =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노건추는 전진이든 어디든, 특정 정파와 무관하다. 노건추 안에는 전진과 다른 정파 사람들, 그리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당원들 그리고 비당원이 회원으로 들어와 있다. 전진이란 조직이 노건추를 어떻게 보느냐는 문제는 전진이 판단할 문제다. 기본적으로 노건추는 전진과 무관하다.

    – 단병호 위원장은 분당 이후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여러 가지 고민과 실천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노건추와 문제의식이 상당 부분 유사한 대목이 있는 것 같다.

    = 노건추와 관련해서 단병호 위원장을 따로 만난 적은 없다. 그러나 그동안 단 위원장이 주장했던 것이 현장의 새로운 노동정치를 위해서는 통일된 노동정치가 매우 필요하고, 민주노동당 쪽 지향을 보이는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을 노동자 중심의 새 노동정치로 크게 묶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진보신당이 그런 활동을 시작하지 못했기 때문에 새 정당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그것은 노건추가 얘기하는 것과 큰 차이는 없다. 만나서 얘기해 본 적은 없지만 이해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하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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