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중 500개가 더 필요하다?"
        2008년 11월 01일 11: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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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1일 새벽 1시 30분 경, 서울시 교육위원회 소위원회는 국제중 지정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14인의 소위 위원은 찬성 10, 반대 1, 기권 1표를 던져 가결시켰다. 국제중에 반대해왔던 이부영 위원과 최홍이 위원은 표결에 불참했다.

    비록 소위에서 통과한 것이지만, 소위와 본회의의 위원수에서 한 명만 차이가 나는 까닭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치지 않는 이상 교육위원회 본회의의 통과는 기정사실화 됐다(31일 오전의 본회의에서는 의장을 제외하고 찬성 11표, 반대 2표, 기권 1표로 최종 통과되었다).

    당장 서울시교육청은 31일 국제중 지정 고시를 단행하고, 11월 6일 전형요강을 승인할 예정이다. 이로써 내년 3월 영훈중과 대원중은 국제중이라는 이름으로 신입생을 뽑게 된다. 그 영향을 간단히 살펴본다.

    자취 감추기 유행할 듯

    국제중은 파란만장했다. 청와대나 교육부도 손을 들어주는 등 순탄하게 운행해왔는데, 10월 15일 서울시 교육위원회에서 ‘보류’ 결정이 나면서 제동이 걸렸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선거자금 문제도 불거졌고, 검찰 수사도 시작되었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청은 교육위원회 결정을 수용한다던 입장을 하루 만에 번복한다. 16일 부교육감이 ‘보완 후 재심의 요청’ 의지를 천명했고, 28일 교육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한다. 이 와중에 공정택 교육감은 자취를 감춘다. 24일 교과부 국정감사 출석을 앞두고 지병을 이유로 모습을 숨겼고, 실종인지 두문분출인지는 국제중 안건이 통과될 때까지 지속되었다.

    이 행태, 하나의 유행이 되지 않을까 한다. 중요한 결정을 할 경우에 행정부의 수장이 자취를 감추고 남은 이들이 뒤치다꺼리하는 형국 말이다. 하긴 이명박 대통령도 ‘미친 소’와 관련한 정부 발표가 있을 때마다 외국에 나가 있었으니,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것 아니겠는가.

    이제 국제중이 통과되었으니, 조만간 공정택 교육감이 얼굴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첫 일성이 무엇일지 자뭇 궁금하나, 그보다는 공 교육감의 뒤와 옆에서 학원가가 어떤 표정 관리를 하고 있을지가 더 기대된다.

    ‘보완 및 재심의’도 여기저기 번질 듯

    국제중은 ‘한다’와 ‘안 한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하기로 했다. 이 때 등장한 방법이 보완 및 재심의다. 앞으로 이 방법, 꽤 여기저기에서 벤치마킹하지 않을까 한다.

    의회의 결정이 있어도, 여론이 좋지 않아도, 추진과 보류 등으로 말을 바꾸다가 문서 분량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보완한 다음, 재추진하는 행태가 반복되지 않을까 한다. 말만 바꿔 재추진하는 창의적인 방법도 기대된다.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전례를 본받아 앞으로 청와대나 정부가 대운하와 공기업 민영화 등에 이 방법을 적용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 물론 같은 편 사이에서는 뚝심과 추진력 등으로 칭송받겠지만, 국민은 피곤하다.

    자율형 사립고 100개 탄력받을 듯

    국제중이 교육계에 던지는 신호는 “돈 없어도 국제중 할 수 있다”이다. 영훈중과 대원중의 재단이 부담하는 전입금은 학교 예산의 1%도 되지 않았다. 재단의 평균 수익은 영훈학원 7백만원, 대원학원 1천 2백만원 수준이다. ‘20% 학생에게 장학금을 줄 돈이 있는가’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보완책으로 고작 5천만원을 낼 수 있다고 할 정도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재단의 년 수입이 2천만원이 되지 않아도, 장학금의 재원으로 5천만원만 어디서 융통해올 능력이 되면, 국제중을 설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상 이 땅의 사학들에게 “국제중 진입장벽은 없다”라고 메시지를 날린 격이다.

    추가하여, 입학금과 수업료만 500만원 이상 올려 벌어들이는 돈이 짭짤하고, 별도의 교육청 지원이 있으니 걱정말라는 신호까지 받았다. 그런 만큼 앞으로 여기저기 국제중 설립 바람이 불지 않을까 한다.

    이 영향은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인 ‘자율형 사립고 100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지난 10월 1일 교육부의 자사고 추진방안 토론회가 있었는데, 이 때의 핵심은 “우리나라 사립고등학교가 돈이 많지 않으니, 어떻게 하면 손쉽게 자사고로 전환시킬 수 있을까”였다. 토론회 자리에서는 4개의 안이 제시되었는데, 재단전입금을 얼마나 내는게 적당한가가 요체였다.

    국제중은 이제 자사고에게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돈 없어도 할 수 있다고,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라고 격려하는 격이다. 따라서 오는 12월로 예정된 자율형 사립고 추진 방안 발표의 내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마도 4개 중에서 재단에게 가장 부담 없었던 안, “재단전입금은 등록금 수입의 3%만 내고, 등록금은 일반학교의 3배까지 받고, 부족한 운영비는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아라”가 되지 않을까 한다.

    국제중 500여개가 더 필요할 듯

    서울에 국제중학교가 만들어지나, 너무 적다. 2008년 현재 서울의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11만명인데, 국제중의 정원은 고작 320명이다. 357대 1의 경쟁률이다. 상위 10%만 지원한다고 가정해도 35대 1이다. 강남 3구의 초등 6학년 학생이 5만 4천명인 점에 비추어봐도, 가히 쥐꼬리만한 수준이다.

    따라서 국제중의 확대는 불가피하다.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이 ‘다양화’를 기치로 내걸고 있으나, “특목고 입시는 특목고가 부족한 병목현상이 원인이기 때문에, 특목고 공급을 늘려야 한다”의 사고방식이므로 이는 마땅히 국제중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357대 1의 경쟁률이나 35대 1의 경쟁률은 초등 사교육비의 급격한 팽창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적정한 수준은 전국적으로 국제중 450~500개다. 그래야 그럴싸한 피라밋이 만들어진다. 현재 SKY 정원은 1만명 수준이다. 사립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은 25개이고, 한 학년이 8천명 정도다. 사립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 비율을 그대로 적용하면, 100개가 되었을 때 한 학년은 약 3만 2천명 수준이다. 여기에 기숙형 공립고를 추가하면 4만 5천명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일류대 정원 1만명, 일류고 정원 4만 5천명, 그러면 국제중 정원은 10만명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적절히 경쟁률과 안정적인 학생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국제중은 500여개까지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 서울 2개교, 부산 1개교, 경기 1개교 하여 4개뿐이 없는데, 앞으로 수백개가 추가 지정되거나 신설되어야 하는 게다.

    이 숫자, 많아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2년만 있으면 2010년 지방선거이기 때문이다. 그 때는 지방 단체장 및 지방 의원만 뽑을 뿐만 아니라 시도교육감과 교육위원도 투표해야 한다. 최근 몇 번의 선거에서 다들 ‘특목고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운 점에 비추어보면, 500개는 과다한 숫자가 아니다. 시군구 별로 ‘2개 국제중, 1개 자사고’ 하면, 전국적으로 국제중은 500여개가 되고 자사고나 기숙형 공립고는 250개다.

    중장기적으로 ‘사교육비 절반’ 가능할지도

    국제중은 당장 중학 입시 부활로 나타난다. 지금까지는 초등학생들이 특목고나 대입을 위해 사교육을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국제중 입시를 위해 학원을 다녀야 한다. 따라서 중단기적으로는 초등 사교육비의 증가가 예상된다. 당연히 학원가의 신흥 시장으로 초등반이 급부상하면서 사교육시장의 구조 변동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사교육비가 줄어들 수도 있다. 이 때의 전제는 국제중 확대다. 특목고나 자사고의 비율이 증가하고 국제중이 늘어나면, 학교는 ‘두 개의 교육기관’으로 나뉘어진다. 국제중은 특목고 가는 학교, 일반 중학교는 그냥 학교, 뭐 이런 식이다.

    그리고 학교간 분리가 서서히 일상으로 자리잡다 보면, 일반 중학교 학생부터 슬슬 특목고 진학을 포기한다. 해봐야 안된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일반 고등학생부터 서서히 일류대의 꿈을 접는다. 이들의 가정환경이 포기의 또 다른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이들부터 사교육비를 줄인다. 결국 사교육비 총액은 감소된다.

    지금부터 40~50년 전 일류중/삼류중 구분이 있고, 일류고/삼류고가 있을 때, 그리고 학교 안에서는 대놓고 우열반을 하고, 틈만 나면 시험을 보던 그 당시, 과외가 극심했다고 알려지고 있으나 모두가 과외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예순이 넘은 어르신들께 여쭤보면 알겠지만, 일류학교 진학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이나, 집에 돈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과외를 받았다. 나머지는 학교를 그만 두거나 진학을 포기하한다. 아니면 ‘그냥’ 다녔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지금의 추세대로 교육정책을 추진하면 ‘사교육비 절반’은 가능하다. 교육의 다양화를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사실상 ‘두 국민 전략’에 맞는 ‘두 학교 전략’이 실현되면 멀지 않은 장래에 이명박 정부나 그 지지층인 돈 있는 계층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그것이 교육의 본질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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