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펀드로 잃은 돈 땅투기로 만회하라?
        2008년 11월 01일 09: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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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첫 일갈은 ‘비즈니스 프렌들리’였다. 이에 발맞추어 기업들은 그간 ‘걸림돌’이라 인식했던 규제들을 풀어달라고 요구했고, 정부는 이에 화답하여 규제 ‘개혁’을 추진해왔다.

    국토해양부를 비롯한 행정안전부,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산림청 여기에 국방부까지 결합된 초부처간 논의를 통한 규제 ‘개혁’은 그 결실을 낳고 있는 중이다. 물론 ‘규제’ 기관인 환경부도 덩달아 앞장섰다.

    수도권은 일하는 곳, 지역은 관광하는 곳인가

    소소한 듯 보이지만 그간 환경운동과 환경오염 경험의 산물이었던 환경 규제들이 슬금슬금 후퇴하거나 무력화되더니, 기업들의 협박성 요구에 부응하기에 이르렀다. ‘수도권 규제를 풀어주지 않으면 중국으로 이전 하겠다’라는 요구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강력한 투쟁’으로 발현되었다.

    전국민은 누구나 상식으로 알고 있는 것이 ‘수도권 과밀화’다. 누가 보아도 우리나라의 국토 구조는 기형적이다. 지방소도시에 내려가면 ‘관광도시’나 ‘휴양도시’ 등의 광고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수도권은 ‘일’을 하는 곳이고, ‘잠’을 자는 곳이지만 지역은 휴양하고 관광하는 ‘여가’를 보내는 곳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서울과 그 외 도시들’로 이루어진 나라다. 전국민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면 그리 부적절한 표현은 아닌 듯싶다.

    그런데 기업들은 왜 수도권 규제를 철폐해 달라 머리띠를 묶은 것일까. 수도권에 있으면 좋기 때문에 그렇다. 수도권에 공장도 있고 사무실도 있으면 여러모로 유리하지 않겠는가. 하다못해 유통 거리도 짧아질 테니.

    과도하게 몰려있는 수도권이 문제라고 한다면 해법은 단순하다. 여러 가지 방법들을 강구해서 이를 분산시키고 지역이 자생적 경제 구조를 가질 수 있게 중앙정부가 조절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기업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곳이 아니니, 기업들 좋으라고 무조건 규제를 풀어줘서는 안된다. 식수의 오염이나 환경의 파괴 등 삶의 질도 고려해야 하고, 지역이 점점 고사해가는 현실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바로 국토 이용계획의 상식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 강부자들 신났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국토이용계획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상식을 배반한다. 10월 30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국토해양부등 7개 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토이용의 효율화 방안’이라는 긴 이름의 브리핑은 그 종합판이다.

    내용은 단순하다. 토지공급을 늘린다! 수도권 규제 완화 화끈하게 실시한다! 국민이나 환경단체의 저항을 고려하여 살짝씩 해봤자 감질나고 기업들에게 한소리 들을 것이 뻔해서 그런지 이번엔 아주 화끈하다.

    과거 정부가 슬금슬금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할 때면 의례히 면피용으로 지방 경쟁력 강화 방안도 같이 내놓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런 것도 없다. 오로지 수도권의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전국의 농지나 산지 등의 규제도 확실하게 풀어주었다. 여기에 환경영향평가의 간소화까지.(환경영향평가를 간소화하는 이유는 ‘민간의 경제활동을 제약’하기 때문이란다.) 할렐루야.

    이번 조치에 환영할 분들은 수도권에 공장을 지을 수 있는 기업인들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간 보전구역 등으로 묶여 있던 농지나 산지에 산업단지 입지규제가 풀린다는 소식이 들리면 우리의 강부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 것 같은가.

    도시계획지침도 간략하게 바꿔서 ‘토지이용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도시기본 계획’으로 실시한다고 하면 ‘뉴타운’을 떠올리는 것은 필자뿐인가.

    농업 살해

    정부의 논거를 빌자면 이미 농지의 기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농지고 과도하게 묶여있는 지역도 규제를 풀고, 산지도 역시 풀고. 여기에 농지은행 위탁을 조건으로 비농업인의 상속농지 소유한도(3만㎡)도 폐지한다. 이대로 몇십 년만 지나면 우리나라에는 ‘농업’이라는 산업이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시장개방 파고에 식량자급률은 떨어져 농촌도 이미 다 죽어가니 그냥 ‘개발’하자는 것이다.

    개발제한 구역 역시 이미 ‘훼손’되어 있으니 그냥 ‘개발’하자고 한다. 관리감독이 부실해서 환경이 훼손 됐다면 정부가 최선을 다해 복구하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할 생각을 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누구 좋으라고 개발하자는 것인가. 정답은 대통령의 오랜 짝사랑 건설회사다.

    이미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풀어 아파트 짓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는가. 기획재정부는 이번 주 중 ‘경기활성화 종합대책’에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방안과 전국 88개 시군구의 토지투기지역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펀드와 주식으로 잃은 돈 땅투기로 만회할 지어다. 아멘.

    수도권을 규제하고 분산하고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한국사회의 오랜 과제다. 지역은 나날이 말라죽어가고 수도권은 그 비대한 몸집을 유지하기도 버거운데 그 처방전이 정반대다. 돌팔이 의사다. 여기에 역주행도 이런 역주행이 없다. 그것도 과속이면 더욱 위험하다.

    더불어 ‘안전운전’ 약속 딱지까지 붙어 있다면 이건 사기다. 도대체 토지와 관련된 규제를 마구잡이로 풀어주면서 ‘개발’을 부추기는지 ‘녹색성장’ 가능한지 궁금하다. 불도저에 녹색 페인트 칠을 하면 녹색성장인가. 

    이명박의 ‘녹색성장’은 진정 ‘혼이 담긴 구라’에 가깝다. 오늘도 국가정책포털사이트인 www.korea.kr에는 ‘미래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녹색성장’ 배너가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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