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왜 참여와 민주가 없었나
    2008년 10월 31일 04: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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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시대의 한국경제』(유태환·박종현·김성희·이상호 지음. 후마니타스. 1만5천원)는 97년 외환위기로 금융경제 근간의 첫단추가 잘못 꿰진 DJ에 이은 노무현 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를 외치며 일궈낸 경제정책의 실정을 명쾌하게 분석해낸 책이다.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 노무현 정부는 적어도 경제사회 정책에선 이명박 정부와 가까웠다.

4명의 경제·사회학자들은 노무현 정부 시기를 ‘양극화시대’로 규정하고 경제사회분야의 핵심을 대외통상정책, 금융정책, 노동정책, 연금정책 등 4갈래로 나눠 면밀히 들여다봤다.

"한·미FTA 비준 유보가 최상의 전략"

   
 
 

유태환(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1장 ‘의욕의 과잉과 전략의 부재 : 노무현 정부의 자유뮤역협정 추진에 대한 평가’에서 선진통상국가론의 등장과 거대 경제권과의 동시다발적 FTA 추진에 대한 논의진행 과정과 일반균형연산모형을 이용해 다양한 FTA체결에 대한 거시경제적 효과와 구조조정 비용을 추정했다.

그는 추정하기 어려운 경제적 파급효과와 악영향의 가능성, 준비 부족에 대한 우려에도 FTA협상을 진행 중인 41개국, 조만간 협상에 착수하거나 협상을 검토하고 있는 11개국 등 ‘동시다발적 FTA’는 한국경제의 복합적 문제의 만병통치약으로 해석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태환은 한미FTA 추진과정의 절차적 하자와 협정문의 입법권 침해, 국가경제의 자율성 훼손, 추정하기 어려운 갖가지 경제외적 효과를 고려할 때, 지금 ‘최상의’ 전략은 한미FTA비준 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보류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본시장에만 막대한 지원, 서민금융은 정책의제서 배제

금융정책을 다룬 박종현(전주산업대 연구교수)은 노무현 정부의 금융정책의 주된 특징은 자본시장의 발전이라는 목표에는 막대한 정책적 지원을 투입한 반면 국민경제의 안정적 재생산과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할 지역금융·서민금융 등 좀 더 보편적 금융인프라 구축과제는 정책 의제에서 배제했다고 평가했다.

또 중산층과 서민정부를 자임하면서도 경제양극화가 확대되고 저소득층의 금융배제 문제가 심화된 역설적 현상은 이같은 금융정책의 비대칭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박종현은 분석했다.

박종현은 자본시장 일변도의 협소한 시장에서 벗어나 이제 대안금융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모색을 해야 한다며 공적당국, 민간자본, 비영리단체의 유기적 결합속에서 지역커뮤니티 및 새로운 생산 단위와의 연관성 강화돼야 한다고 주자했다.

그는 이어 △지역밀착형 금융기관 사이의 역할분담을 분명히 하는 대안금융 네트워크 형성 △자금 조달원의 다각화와 운영비 지원을 통한 지속가능성 제고 △새로운 민관협력의 구축과 금융정책의 도입 필요성 등을 제안했다.

노동정책은 유연화에 시장논리에 압도됐다

민주개혁정부를 표방한 노무현 정부시대에도 노동자들의 처절한 저항은 끊이지 않았다. 당시 노동정책을 분석한 김성희(한국비정규센터 소장)는 이 시기에 신자유주의 유연화 논리를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결국 反(반)노동 정책의 범주를 맴돌았다고 지적했다.

양극화 시대에 맞서는 개혁의제를 모두 포함해 문제 설정은 개혁적이었으나 처리방식은 오히려 양극화를 온존하고 심화시키는 유연화 논리, 시장 논리에 압도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김성희는 "참여정부 노동정책에서 과거보다 진전된 대목은 구석구석을 잘 찾아봐야 지엽적인 사안 몇 개를 들춰낼 수 있다"며 평가에 인색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과거 연속선상에서 개혁적 과제를 유연하게 점진적으로 접근해 결국 비개혁적 결과로 마무리한 내용은 굵직한 정책 항목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노동정책에 관한 한 개혁정부라는 이름은 참여정부에서 어불성설"이라고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을 규정했다. 김성희는 "시장의 압력에 맞서지 않고 시장의 폭력성을 제어할 묘수를 찾을 길은 없다"고 글을 맺는다.

복지강화 없이는 연금재정 안정안돼

마지막 장인 연금정책을 다룬 이상호(고려대 연구교수)의 분석은 현재 한국의 연금체계는 인구고령화에 따른 연금 재정의 안정성과 사각 지대의 해소라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는 토대에서 출발한다.

이상호는 이 두가지 과제는 ‘양극화’ 문제를 매개로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는데, 현재 한국사회에서 소득이나 고용이 불안정에서 비롯된 양극화 문제가 출산율을 떨어뜨림으로써 인구의 고령화 속도를 강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연금 체계의 사각지대를 초래해서 궁극적으로 연금재정의 안정성까지 약화시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상호는 "두 문제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연금체계의 지속가능성은 복지제도를 좀더 강화해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확보함과 동시에 출산율을 높이는 데서 찾아야 한다"며 "여기서 복지제도는 단순히 비정규직·저소득에서 비롯된 빈곤이나 분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에 그치지 않는다"고 복지범위를 한정시켜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또한 고령화사회에서 연금체계나 복지제도를 완전히 민영화·개인화·시장화하는 방법은 너무도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과거와 같이 고도성장이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든, 그래서 비교적 저성장 기조가 일반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소득과 고용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하면서 연금 체계의 지속가능성까지 확보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출판사 쪽은 이 책이 "참여정부이자 민주정부이어야만 했던 노무현 정부에서 왜, 무슨 이유로 참여와 민주주의 원칙이 배제되었던 것인지 의문을 가져 온 독자들에게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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