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잃어버린 10년' 따라하기
    2008년 11월 04일 09: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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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저는 거의 분노를 느끼는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어차피 이 정권 하에서 가면 갈수록 부실만 커가고 있고, 멀지 않은 미래에 박정희주의적 수출/토건 위주 모델의 궁극적 위기가 곧 닥칠 것이라는 걸 거의 뻔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필자

망국을 방불케 하는 비극을 향해 우리가 힘껏 달리고 있는 걸 보면서, ‘작은 문제’를 가지고 거의 분노가 나지 않는 것이죠. 경기부양책을 쓸 때에 토건 기업에 4조 원 이상, 저소득층 복지 강화에 1조 원만 주겠다는 최근의 정책 발표만 봐도 결과가 뻔한 것입니다.

각종 – 상당수는 거의 쓸 모 없는 – 시설, 특히 고속도로와 리조트, 운동장 등 건설의 붐을 일으켜 지가를 실컷 높였다가 1991년 가을의 대대적인 지가 하락을 맞은 일본 토건 경제의 교훈을, 이 사람들이 공부를 안했을 가능성이 없으니 아마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듯합니다.

토건국가 정책의 필수적 결과는 일본인들이 이야기하는 ‘失われた10年’, 즉 14년 간 약 75% 정도 떨어져버린 지가와 제로 금리, 바닥을 친 이윤율, 장기적 침체와 중신층 중심의 성장기 사회의 해체 초읽기입니다.

일본과 비교될 만한 중산층 사회가 제대로 형성되지도 못한 한국에서 앞으로 토건국가 정책의 파산이 가져다줄 파탄이란 어느 정도일는지 정말 생각하기 두렵습니다. 우리가 그냥 장기 침체로 빠지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고, 그것보다 훨씬 더 잔혹한 미래를 맞이할 확률이 더 높은 듯합니다.

‘잃어버린 10년’ 따라하기

이러한 꼴을 보느니 이 망국적 망동을 정지시키지도 못한, 그리고 토건주의를 대신할 만한 구체적인 복지경제 건설계획을 제출하지도 못한 저를 포함한 ‘진보주의자’들에 대해서는 차라리 더 분노스럽게 생각하게 되어집니다.

그런데 최근에 경찰의 단속으로 생계를 이을 기회도, 사채빚을 갚을 기회도 다 잃어 결국 자살한 장안동 안마시술소 여종업원의 자살 이야기를 읽으면서 오래간만에 공권력의 ‘구체적인 미친 짓’에 대한 분노를 느낀 바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 공권력이 하는 일로 봐서는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그들이 차라리 존재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성매매 근절’. 말은 참 좋게 들립니다. 성매매 산업이 농업보다 비중이 더 높은 사회에서, 나라님께서 ‘마사지걸’ 이야기를 통해서 생활의 지혜를 설명해주는 나라에서 말씀입니다. 물론 제가 봐도 원칙상 당연히 남성 성구매자들을 처벌해야죠.

그러나 그 원칙을, 스웨덴이나 내년초부터 성 구매를 처벌할 계획인 노르웨이에서야 살릴 수도 있고 살려야 하는 것입니다. 이 쪽에서 일을 잃을 성매매 여성들에게 국가가 일체 재활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기본적으로 일일 수당(최저생계비)을 무제한의 기간 내에 지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의 경우에는 말씀이지, ‘성매매 근절’하자면 나이 든 어머니의 병원비를 그 딸 아이가 자신의 성을 팔아서라도 벌어드려야 하는, 이와 같은 지옥적인 상황부터 좀 먼저 근절해야 할 것입니다. 즉, 화려강산을 망칠 토건이 아닌, 무상 의료와 교육 등에 4조 원을 투자해야 할 것이죠.

그리고 사채 금융이라는 이 나라의 수치부터 하루빨리 구축해버려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서 역시 국가적으로 투자해서 서민 가계 대출을 전문적을 할 국립 전략 은행부터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성매매 근절’의 전제 조건은 빈곤의 근절이고, 빈곤 근절의 전제 조건은 토건꾼들의 국가적 횡포의 근절일 듯합니다.

누가 우리 자매들을 죽였는가?

복지가 초급 단계에조차도 진입하지 못하고, 돈 없는 이가 병원에서 어려운 수술을 받을 수 없고, 사채업자들이 여전히 폭리를 누리는 이 사회에서는 도대체 그 무슨 ‘성 도덕’의 확립이 가능이나 하겠습니까?

촛불 탄압으로 민심을 잃은 경찰들이 장안동을 쉬운 타깃으로 삼아 그 명예를 회복해보겠다 하여 서민 여성의 밥줄을 끊어버리고, 그러면서도 전혀 반성을 하려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정말 화가 납니다. 도대체 우리 자매들을 죽음으로 내몰게끔 하는 조직에 왜 우리 세금이 들어가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성매매는 참 안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 보자면 성매매에 대한 단속은 어떤 면에서 노점상들의 단속과 비슷한 모양을 보입니다. 노점상이 공공 영역인 도로를 무단 점거하는 것도 원칙상 꼭 아름다운 일이 아닌데, 사람이 굶는 것보다 그렇게라도 먹고 사는 것이 나으니 우리는 당연히 노점상의 단속을 반대합니다.

성매매, 즉 경제력에 의한 일종의 ‘합의 강간’은 우리 공공 도덕을 해치고 전반적인 여성의 성대상화에 기여하는 것이 다 사실입니다만, 경제력에 의한 ‘합의 강간’이냐 개인의 경제적 몰락과 자살이냐, 라는 선택이라면 당연히 전자가 차악(次惡)이죠. 그러한 측면에서는 대책이 없는 무조건적 단속이란 국가로서 범죄 행위에 가까운 것이고, 분명히 중단돼야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앞으로의 경제적 장기 침체 내지 파탄으로 인한 민중의 희생이 비상할 것인데, 이름뿐인 ‘공권력’이 일부러 희생자들을 추가적으로 더 만드는 것이 뭔 작전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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