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주기 운동' 제조업 노동자도 필요
    2008년 11월 04일 09:09 오전

Print Friendly

요즈음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의자 캠페인’이 나름대로 성과를 만들고 있다. 이같은 성과가 가진 몇 가지 의미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첫째, 민주노총의 노동자건강권 운동이 조합원들은 물론 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정부의 법제도 개악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투쟁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무엇이 필요한지 공세적인 문제제기를 한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셋째,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영세사업장 노동자, 여성노동자 등 취약계층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며, 넷째, 건강권 운동에 있어 이슈 중심으로 운동을 기획하여 조직하는 방식이 필요하며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 사진=의자 캠페인단
 

의자캠페인의 경우 기획 기간이 2년이었다. 해외투쟁 경험을 충분히 수집하고 분석하였으며, 현장 조합원들과 대화를 갖고 언론을 통해 문제제기할 자료를 만들기 위한 조사연구를 수행하였고, 사업의 목표와 방향 및 구체적 방식 등에 대해 조직적인 검토를 거치는 등 탄탄하게 과정을 밟아왔다.

기획만 2년 걸린 캠페인

그런데 이 캠페인의 기획자로서 제조업 노동자 특히 금속노동자들에게는 참 미안한 것이 있다. 서서 일하기로 따지자면 금속노동자들도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니 그 고통이 만만치 않은데, 마치 서비스산업의 여성노동자들에게만 국한된 문제처럼 비춰졌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렇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서서일하는 노동자에게 의자를 제공하라는 운동이 펼쳐졌을 때, 서비스 산업과 함께 제조업 노동자들의 문제도 많이 제기되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영국의 전통있는 건강권 잡지 <해저드(Hazards)>에 실린 기사 하나를 그대로 번역해보았다.

내가 하지정맥류에 걸린 이유

짐 마샬은 1963년도, 그의 나이 16세에 글라스고의 한 중공업 공장에서 수습공으로 일을 시작했다.

“나는 선반공이 되었습니다. 선반공은 하루 최소한 8시간, 어떨 때는 12시간을 서서 일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나무로 된 바닥 위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저는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일을 했습니다. 3년쯤 지나서 처음으로 오른쪽 다리의 안쪽에 부정맥이 생긴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때 나는 싸이클을 탔고, 잘은 못해도 축구를 했기 때문에 부정맥이 스포츠와 관련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짐이 30대 나이가 되었을 때, 그의 양쪽 다리는 혈관들 때문에 흉측하게 변했다.

“나는 기계 운전원으로 일하고 있다가 1983년에 일을 그만두고 대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정맥류는 없어지지 않았고, 44세 되던 1991년에 양쪽 발목의 살이 이상해지더군요. 내 주치의는 내 직업력을 듣고 나서 수술로 제거할 것을 권했습니다.

그러면서 장시간 동안 서서 일한 것 때문에 이 문제가 생겼다고 얘기해주더군요. 저는 그 때까지 정맥류가 서서 일한 것 때문에 생긴 것인지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는 한 번에 한 다리씩 두 번의 수술을 거쳤다. 혈관을 제거하는데 세 시간 정도 걸렸다.

“우리 가족 중에는 아무도 정맥류를 가진 사람이 없습니다. 저는 너무 늦어서 정맥류를 예방할 수 없었죠. 만약 누군가 젊을 때 정맥류를 발견하고 수술로 혈관을 제거했다면, 다리에는 또 다른 혈관이 발달하겠지만, 혈관이 무한정 만들어질 수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뭔 얘기냐 하면 결국은 수술 이후 나머지 생을 사는데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목적은 의자가 아닌 노동에 대한 존중

우리나라에 어디 이런 선반 노동자가 없겠는가? 들리는 얘기로는 최근 일부 대기업에서 적극적으로 하지정맥류 관련한 검진을 통해 환자를 찾아내고 수술을 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의식적으로 비제조업 취약노동자의 건강권 운동을 촉발하기 위하여 의자캠페인을 서비스산업과 여성에게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였지만, 서서 일하는 문제가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진 만큼 제조업 현장에서도 이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고 투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한 가지는 함께 생각해주면 좋겠다.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에서 의자캠페인을 통해 얻고자 한 것은 단순한 의자가 아니라 서비스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존중이었다. 노동을 우습게보면서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함부로 다루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하였다.

그렇다면 금속노동자에게 의자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고용불안 속에 살인적 노동시간과 날로 심각해지는 노동강도를 견뎌내야 하는 우리 금속노동자들에게 ‘의자’란 우리가 기계부품이 아니라 인간임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로 작용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의 노동에 대한 존중, 그것은 서비스산업이냐 아니냐, 여성이냐 아니냐를 떠나 언제나 추구해야 할 우리의 가치이다.

어디 의자 뿐이겠는가? 금속노동자에게 의자란 휴식시간 10분을 더 쟁취하는 것일 수도 있고, 맨아우어(작업량-편집자)를 조금 더 낮추는 것일 수 있다. 문제는 조합원들과 대중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여 대세를 이룰 수 있도록 어떻게 기획하느냐이다.

* 이 글은 <주간 변혁산별 30호>에도 실렸습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