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전 프레임을 촛불에 강요말라"
        2008년 10월 31일 12: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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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진보정치는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가?

    진보정치 10년을 평가하는 연속토론회의 대미를 장식한 ‘한국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여 진보정치의 전략은 적절했는가?’에 대한 토론에선 그간의 진보정치에 대해 ‘새로운 주체들의 요구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방법들이 제시됐다.

       
      ▲ 진보신당이 지난 9월25일부터 시작한 진보정치 10년 평가토론회의 마지막인 6차 ‘한국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한 진보정치(정당)의 전략’ 토론회가 30일 당사에서 열렸다.
     

    30일 진보신당 당사에서 열린 토론에서는 지금까지의 진보정치는 낡은 운동방식의 낡은 사고를 고집하면서 대중과 호흡하지 못했다며 이제 대중의 언어로 환경과 여성, 인권,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등 우리사회 약자들을 위한 진보 새판짜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구조, 일자리 양극화 소득양극화 필연"

    한국사회 미래를 전망한 신광영 교수(중앙대 사회학)는 “저출산 고령화사회, 해외유학파 증가와 더불어 3D업종의 해외노동자 유입 증가, 국제결혼 증가, 높은 빈곤율 등은 우리가 준비해야 할 사회구조"라며 "이는 서비스산업 비중을 높여 필연적으로 산업구조를 일자리 양극화, 소득 양극화로 만들어가게 된다”고 전망했다.

    또 신 교수는 “편안하게 안정적으로 사는 것을 원하는 환경, 그것이 대중적인 정서”라고 지적하고 “영세민 아파트촌의 사람들조차 굉장히 중산층화 됐는데, 그런 것들을 잘 읽고 적극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집단으로부터 정치적 차원에서 적극적 지지율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여전히 생활의 부분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정리했다.

    이와 함께 신 교수는 "사회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사회를 굉장히 단순화시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촛불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발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한 목소리로 움직이는 것이 한국사회에서 나타난 것"이라며 "이게 위계적이고 지침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결국 우리의 일상이 정치에 무척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식으로, 굉장히 발전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신 교수는 "대중의 사고는 너무나 다양하고 엉뚱한 것이 많아 한 마디로 논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계했다.

    "진보신당이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 모르다"

    정영태 교수(인하대, 정치학)는 "한국사회가 점점 제국주의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문을 열고 "18대 총선 때, 진보신당 공약집은 못 봤는데 민주노동당 공약집을 보면서 중요한 정책은 다 들어가 있는데 일관성이나 다른 정책과 모순, 충돌은 없는 건지 살펴보니, 예를 들면 다문화사회를 얘기하면서 말로는 다문화교육을 지향한다고 해놓고 현실은 인권 측면에서만, 한편으론 국가주의적이고 애국주의적인, 생명모순과 충돌되는 이런 것들이 진보진영에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진보정당에서 중앙당 사람들이 언론에 막 떠들어봐야 지역에선 기존 정당과 어떻게 다른지, 개별 사람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 모른다"며 "진보정당은 지역에서, 부문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일 잘하게 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 교수는 "중소기업들은 점점 외국인노동자 고용확대를 얘기하고, 앞으로 3~4년 후면 이런 다양한 사회통합시대가 올텐데, 우리사회의 교육은 이들에게 필요한 건 못하면서 ‘영희야 놀자’ 수준의 한국어 교육밖에 없어 어떻게 다문화사회를 대비해 교육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진보정당은 외국인, 성적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태도와 정책방향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 교수는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80%를 넘어서고 있다"며 "미국의 베트남 전쟁을 떠올려 보면 물론 미국이 외화가 많이 나가고 인명피해가 많았던 것도 있지만, 자국내에서 징집이 이뤄지니까 반전여론이 형성돼 전쟁이 중단된 것이며 이라크전쟁도 마찬가지여서 실질적 국제연대의 결합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계급구조변화에 대해서도 정 교수는 "이미 세계적 초국적 자본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거나 우리 기업이 외국에 나가 있는 다국적화 돼있는 구조"라며 "그래서 (정부가) 규제를 풀어도 (다국적 기업들이) 오래 남지 못하고 국내에선 허드렛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는 진보정당에게 지금까지 제조업 중심의 노동운동에서 서비스부문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효과적인 조직화와 활동방식 개발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북문제에 대해서 정 교수는 "북한이 호시탐탐 남한을 노린다고 하는데 정작 비무장지대 아래쪽은 규제 풀리면 땅값이 올라간다고 좋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이기주의에 가까운 한국사람들에게 경제공동체, 이런 의식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 아니면 물질적 혜택을 어떻게 주고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갖게 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운동권중간파-무노조-심상정.노회찬 정당’

    토론에 나선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은 진보정당의 기반에 대한 문제를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이 기획위원은 "이명박 지지도에 관계없이 민주당은 쇠락할 것이다. 지난 97년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가 수도권에서 높은 지지를 받다가 확 빠졌는데 이제 그런 일은 줄어들 것"이라며 "이런 민주당 쇠락 현상, 야당 교체 흐름이 지난 대선에선 문국현 후보를 통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이 기획위원은 "민노-진보신당으로 나뉘어졌는데 진보신당은 현재 ‘운동권중간파-무노조-심상정·노회찬 정당’으로 규정돼 있는데, 민족주의자와 극좌적인 세력이 없어 진보정치 하기는 매우 좋은 조건"이라고 규정하고 "당원 절반이 민주노동당 경험이 없는, 색깔로 치면 과거 유시민의 개혁당세력인데 이들과 어떻게 융화할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이 기획위원은 "노회찬-심상정 정당이라는 점은 대중정치하기에 좋은 조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두 사람에게 의사결정이 몰리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기획위원은 "당 외부에서는 진보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가 있는데 진보연대 같은 조직형식은 노조와 정당이 없던 시절에 맞는 조직으로 앞으로는 한국사회 진전에 장애라고 판단한다"며 "과거 진보정당이 없을 당시엔 준정당 역할을 했던 시민운동도 재편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진보정당과 노동자단체의 관계에 대해서는 "최근 현대차노조가 비정규직을 거부한 것에서도 보듯이 노동조합의 0.2%만 비정규직을 받아들이고 나머지 98.8%가 거부하는 것은 자신들의 임금과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배제적 노동조합이라고 생각된다"며 "이대로 가면 노조운동 없는 진보정당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비판했다.

    이 기획위원은 남북관계가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명박이 하든, 북에서 어떻게 하든 앞으로는 남북경협을 통해 고용된 노동자가 30만~60만 명에 이를텐데, 이건 80년대 반월공단의 2배나 되는 엄청난 규모"라며 "이제 북한은 정치외교적 외부 변수가 아니라, 경제사회적 내부 상수가 되었으므로 진보정당이 여기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송정문 진보신당 경남도당 공동대표는 새로운 진보정치는 지역의 눈높이에 맞춰, 비주류운동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때 벌언기회만 달라는 운동권"

    송 공동대표는 "활동보조인 예산 삭감에 반대해 44일째 농성을 하면서 느끼는 게 많다"며 "민노당에 있었을 때에는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분들이 집회장소에만 오면 발언기회를 얻어 ‘장애인인권’에 대해 말씀을 하는 일들이 많았는데 지금 진보신당에선 농성장에서 어느누구도 발언기회를 달라고 하지 않는다. 장애인들이 ‘좀 달라졌다’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또 송 공동대표는 "지금 농성장에도 진보신당에서 2~3명이 항상 와서 뒷바라지를 해주는데 이게 실천인 것 같다"며 "진보정치가 10년이라고 하는데 장애인운동역사도 10년 정도, 얼추 비슷한데 진보진영의 운동전망을 고민하는 이런 자리에서 (장애인운동) 얘기를 하는 것도 사실 신기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송 공동대표는 "중요한 것은 현장을 얼마나 이해하느냐 하는 것"이라며 "기회가 없어서 운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나무라기 전에 직접 와서 봤으면 한다"고 현장을 강조했다.

    조현연 마들연구소 부소장은 따뜻한 진보, 따뜻한 정당을 강조했다. 자신을 선도탈당파라고 소개한 조 부소장은 "민노당이 사회적 요구에 일정 정도 응답했는데도 가면 갈수록 지지가 옅어지고, 관심층이 이탈하는 것은 단지 지난 대선만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신당의 미래가 될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 부소장은 "사회적 요구에 맞춰 현실세계에서 변화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슈퍼맨정당이 될수도, 되어서도 안된다"며 "진보정당은 의무감과 사명감을 훌쩍 뛰어넘어 즐거움과 재미를 공유하는 나눔의 열린 공동체, 생활밀착형 정당, 진보적 지방정치의 독자적 전망과 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 부소장은 국내 정치지형에 대해 "변형된 민주당은 쇠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며 "이른바 시민사회진영이 진보운동을 활성화하는 것이 도로 민주노동당이 되어선 안되며 새로운 정당, 따뜻한 정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조 부소장은 "진보정치 10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볼 때, 노동의 열정에 기반하지 않은 정당은 오래가지 못한다"며 "안으로 파고들어가 현재의 노동운동을 재편하는, 민주노총의 틀은 바꾸지 안돼 민주노총을 환골탈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부소장은 "20세기형 낡은 정파와 엄숙주의 이건 거 다 벗어나고 즐겁게 해야 한다"며 "진보의 다원주의가 최적이라는 걸 우리가 만들어야 하고, 우선 활동가의 기본생활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정치는 왜 꼭 노동자 중심이어야 하나"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진보신당이 민노당에서 나왔지만 뭘 할건지는 없다"며 "민노당도 새롭게 하겠다고 하는데 아직 신뢰가 형성되지 않고 있고 진보신당도 신뢰가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박 상임이사는 "진보진영에서 매일 하는 게 혁신인데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대가리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물갈이가 된다"며 "진보신당은 노회찬·심상정 정당만이 아니라는 걸, 정당도 그렇고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상임이사는 "진보운동이 촛불에 대해서도 너무나 자의적으로 해석해놓고 결국은 과거 운동방식으로 돌아가고 있고, 현재의 상황은 솔직히 진보정당에 대해 고민할 여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박 상임이사는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을 비판하며 자원봉사자를 내는 등 운동에 헌신하겠다고 약속해놓고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박 상임이사는 "기륭에서 보듯이 민주노총의 지침형, 동원형 운동의 한계가 드러났다"며 "진보신당의 4가지 가치가 성공하면 역사적 기여를 하는 것인데, 경제성장주의를 넘어서 대중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대중에게 ‘이게 우리 요구’라고 말할 수 있는 꺼리가 아직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박 상임이사는 ‘왜 진보정치는 노동계급이 중심이어야 하느냐’고 문제제기를 한 뒤 "이재영은 노조조직율 30%를 얘기하는데 미국의 계급의식이 없는 노동자들을 보면 30% 노조조직율도 걱정이다"며 "계급의식이 없는 노동자가 아니라 계급의식이 있는 노동자계급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상임이사는 "빈곤이나 비정규직 권리선언 같은 것을 제안한다"며 "베네수엘라에서도 헌법조항을 일일이 사람들과 만나서 만들고 집권했는데, 진보신당의 미래상을 몇몇이 만드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면 얼마나 좋겠는가"라고 물었다.

    거꾸로 가는 한국경제 무저항이 문제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97년 이후 우리 사회가 많이 변화했다고 하지만, 진보운동은  변화양상에 대해선 충분히 체득하지 못하고 매우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 사무처장은 "외국계 자본과 재벌의 지배력이 매우 커졌고, 막강해 보이고 거스를 수 없을 것 같던 미국이 일거에 흔들리는데 한국은 미국이 썼던 그 20~30년의 시스템을 쓰겠다고 한다. 공기업민영화, 금산분리 완화 같은, 세계 흐름과 정반대로 가고 있는데도 사실 별로 저항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그런데 한줌도 없는 운동이, 그 안에서 과거 20년, 30년 동안 수집했던 진보주의, 민족자주, 노동계급 등에 대한 기획으로 맞서려하는 것은 결정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실패에 대해 자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새로운 기획을 해야, 과거 어떤 기획을 했든 간에 모여서 당장 합의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 한다"며 "진보진영도 그렇고, 사이비라는 민주당 안에서도 20~30년 전 기획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고 민생민주국민회의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지금 누가 이 판을 정리할 수 있겠냐"고 묻고 "단기적으로, 중기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연대를 취하면서, 운동의 기획력 차원에서 고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30년 전 기획, 촛불은 동의못한다

    촛불에 대해서도 김 사무처장은 "신뢰할만한 정치세력이 없었기 때문에 촛불이 나온 것"이라며 "촛불이 탄압받을 때, 이것을 엄호해주고 다수의 국민들에게서 신뢰를 받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처장은 "각 세력들은 자신들이 써왔던 ‘민족자주’, ‘신자유주의’ 같은 말에 얽매이지 말고 대중이 뭘 요구하는지,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한나라당의 집권,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선거승리를 예로 들며 "그들은 무수히 많은 직능단체들과 촘촘히 관계를 맺어왔는데, 우리는 너무 추상적"이라며 "민생민주국민회의는 당장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실용적 측면에서 만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한미FTA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도 조건부 찬성, 조건부 반대도 있는데 그들과 함께 해야 최소한으로 막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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