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는 뜨거운 논쟁 중
    2008년 10월 31일 09: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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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 대법원, 2008년 5월 동성결혼보장

11월 4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는 연방 하원의원, 주의원, 판사 등에 이어 수많은 발의안도 함께 하는 총선거다. 캘리포니아주의 발의안은 모두 12개다. 그 중에서 동성애자의 결혼권리에 대한 발의안 8번을 두고 현지에서는 찬반 논란이 뜨겁다.

   
  ▲ 중앙일보 10/29일자 (사진=이근원)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 2000년 3월 발의안 제22호를 통과시켜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결혼만이 유효하거나 인정을 받는다.”고 주법(洲法)에 규정했으며 당시 61%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주 대법원은 올해 5월 이러한 법이 주 헌법의 ‘동등한 보호조항’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즉, 주헌법에 따라 동성 간에도 결혼한 권리가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동성인 사람들 사이의 결혼도 유효하고,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자 일각에서 이러한 판결에 불복 “남성과 여성의 결혼만이 유효하거나 인정을 받는다.”라는 구절을 헌법 제Ⅰ절에 추가하자는 개정안을 발의안 8번으로 제출했다. 점차 치열해지는 이 법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은 이렇다.

남성과 여성의 결혼만 인정해야 한다

먼저 찬성론자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유치원을 비롯한 많은 공립학교에서 동성결혼을 해도 괜찮다고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또 이 법이 통과되어도 동거파트너십에 대한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즉 ‘동거 파트너는 결혼한 배우자와 동일한 권리, 보호, 혜택을 받을 권리(가족법 297.5)’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는 “남성과 여성의 결혼만이 유효하고 인정된다는 2000년도 유권자들이 승인한 결혼의 의미를 복원”하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 중앙일보 10/22 일자 동성결혼 전면광고 (사진=이근원)
 

어떤 사람의 기본 권리도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현재 어떤 자녀도 교육을 강제로 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즉 캘리포니아에서는 성교육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학부모가 자녀의 교육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고 있는 점을 알면서도 사실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또 결혼과 동거 파트너십 사이에 9가지의 실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한인 동성애자의 한사람은 “배우자가 위급한 상황으로 응급실에 입원할 경우 면회가 안될 수 있어 면회 위임장을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말한다.

법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하나의 규칙을 동성애자에게만 적용하고, 다른 규칙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법안에 반대하여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있는 Samuel Thoron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딸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면서 “저와 제 아내는 아이들을 다르게 대우한 적이 없고, 다르게 사랑한 적도 없으므로 이제 법도 그들을 다르게 대우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한다.

   
  ▲ 민족학교에서 만든 유인물 (사진=이근원)
 

이러한 법안에 대해 한인 사회도 찬반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교회 쪽에서 “적극 찬성해야 한다.”고 나서고 있으면 민족학교 쪽은 반대 입장이다.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한 찬성론자들은 “결혼의 의미를 회복하고, 아이들을 보호하자”라는 신문 전면광고를 반복하여 싣고 있다.

반면 민족학교를 비롯하여 6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는 ‘이민자 투표 캠페인 캘리포니아 연합(MIV)’은 “지난 시기 한인을 비롯한 많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차별받아왔던 과거를 보아야 한다.”면서 이에 반대하고 있다.

백인보다 열등하다고 취급되어 합법적인 결혼조차 금지당한 경험을 가진 한국인들이 결혼에 대해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1940년까지 아시아인은 백인과 결혼하는 것이 금지되었었다. 도산 안창호의 딸인 수산 안이 백인과 결혼하기 위해 다른 주에 가서 결혼을 신고해야 했던 것은 유명한 얘기다.

점차 뜨거워져 가는 논란

한인동포사회에서의 논란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주 전역에서 양측은 6천만 달러(현재의 환율대로라면 900억원 정도)의 모금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홍보하고 있다. 이 돈을 가지고 신문광고 및 각종 홍보물을 제작, 배포하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작은 현수막을 걸거나 승용차에 홍보물을 붙이기도 한다.

최근 들어 교회에서 금식기도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면 일부다처제가 되고, 근친상간도 허용된다”는 식의 유언비어도 나타나고, 지지하는 사람에 대한 협박 전화도 생겼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이민자나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 양상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 발의안 8번에 No를 해야 한다고 붙인 차량 (사진=이근원)
 

차별반대를 선택한 한인 운동단체

반대입장을 표명한 단체 중 하나인 민족학교(Korean Resource Center)는 5․18 항쟁의 마지막 수배자 고 윤한봉 선생이 미국에 망명하여 만든 곳이다. 오는 11월 4일로 설립된 지 25주년이 된다. 오랜 역사를 가진 단체도 이런 민감한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가 힘들다.

동성애 자체가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주제일뿐더러 문화적 전통으로 볼 때 인정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 민족학교 홈페이지(http://krcla.org)에 있는 동성가족 사진과 내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차별 반대’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소수라고,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고, 기본 권리를 박탈한다면 과거 피부 색깔 때문에 백인과의 결혼을 금지당한 차별과 다를 게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항의 전화도 오고, 설명회 자리에서 가지고 간 유인물이 찢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복잡한 선거방식으로 인해 투표방법을 문의하기 위해 찾아오는 많은 한국인 유권자들 중 일부가 날이 선 비판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가치’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민족학교에서 선거운동을 총괄하고 있는 윤희주씨는 “이 세상에 존중받지 않아도 될 인권은 없다. 같은 사람으로서 우리는 단 한 사람이라도 부당한 인권침해를 겪지 않도록 할 공동의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이 발의안은 동성애를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는 소수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차별할 것인가의 문제이다.”라고 말한다. 11월 4일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 못지않게 캘리포니아에서는 발의안 8번에 대한 결과도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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