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중 5천 투자하면 2백억 지원?
        2008년 10월 29일 10: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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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8일 서울시교육청은 국제중 설립계획 재심의를 교육위원회에 요청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다. 출입기자들에게 간단한 브리핑만 하고, 4쪽짜리 자료를 제공했을 뿐이다. 그런데 재심의를 요청하면서 제출한 보완계획은 64쪽에 달한다. 64쪽짜리 문서를 교육청 기자들에게는 4쪽만 제공하고, 공식 발표도 없었던 게다. 가히 국가 기밀문서 급이다.

    10월 28일의 일기 ① 국제중은 국가 기밀 사항

    28일 오전은 조용했다. 오후 들어 2시에 교육청이 교육위원회에 제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당연히 공식 발표하면서 보완계획 문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이명박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는 이의 기대는 짝사랑일 뿐이었다.

    제출한다는 시간은 2시에서 3시로 바뀌었고, 다시 4시가 되었다. 그리고는 교육청 출입기자단에게 교육지원국장의 브리핑이 있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관련 문서를 기자들에게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브리핑이었다. 이후 조금씩 언론기사가 등장한다. 하지만 공식 문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문서는 서울시교육청에 들어가서 오후 7시경에 비공식적으로 받았다. 그즈음 출입기자들에게도 배포되었는데, 고작 4쪽짜리 문서였다. 원본은 64쪽이었는데 말이다.

    문서를 비공식적으로 받는 과정에 대해서는 일일이 밝히지 않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국제중 보완계획 문서는 국가 기밀문서에 해당한다. 서울시 교육청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도 않았다. 출입기자들에게도 원본이 제공되지 않았다. 간단한 브리핑만 있었다. 교육청 출입도 국회보다 까다로웠다.

    그렇다고 문서에 ‘기밀문서’나 ‘대외비’라는 표시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숨기고 감추었다. 국제중은 이명박 정부가 은밀하게 추진하는 비밀 과제 중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10월 28일의 일기 ② 외국인 학교 규정에, 학원비 대책에, 왜들 이러나

    28일은 여러모로 바쁜 날이었다. 필자처럼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군상에게도 바쁜 날이었지만, 정부 또한 쉴 틈이 없었다.

    28일 보도를 전제로 외국인 학교 규정 제정안이 발표된다. 뿐만 아니라 국무회의에 학원비 경감 방안에 포함된 사교육비 경감 대책도 제출된다. 하필이면 국제중 보완계획이 나오는 날,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나온다. “국제중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려고 하는 거야 뭐야”라고 기자는 의심한다.

    하지만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학교 규정과 학원비 경감 방안을 살필 수밖에 없다. 두 가지 정책 모두 재밌다. 외국인 학교 규정은 내국인의 입학을 엄격하게 하여 외국인학교답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여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예컨대 민족사관고교 재단이 외국인 학교를 세운 다음에, 3년 이상 조기유학을 다녀온 한국인에게 영어몰입교육을 시키고 국내 유명 대학으로 진학하는 지름길을 열어놨다. 괜찮은 면이 있으나, 악용의 소지가 남아있는 셈이다.

    학원비 경감 대책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에 학원비를 공개하고 각종 영수증 발급 등을 의무화한다는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대책의 포괄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 정부 공식 통계 상으로 사교육비의 25%에 달하는 과외에 대한 언급은 없고, 9.5%와 1.2%에 해당하는 방문학습지와 온라인 사교육도 적용대상이 아니다. 사교육비의 35%가 적용되지 않는 대책인 셈이다.

    거기다 수강료 상한선을 넘은 학원은 바로 문닫게 하겠다고 하는데, 바로 다음 날 옆 건물에 친인척 명의로 비슷한 학원을 차리는 것에 대해서도 무방비다. 결국 실효성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외국인 학교 규정과 학원비 경감 대책은 국제중으로 쏠렸던 시선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물론 정책을 입안한 공무원이 그럴 마음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외국인 학교 이렇게 한대”와 “학원비 인터넷으로 공개한대”라는 말이 오고 가는 와중에 국제중 보완계획은 비공개로 제출되었다.

    5천만 원만 있으면 국제중을 설립할 수 있답니다

    지난 15일 서울시 교육위원회에서 국제중이 보류되면서 지적되었던 사항은 준비와 사회적 여건 부족이었다. 특히, △20%에 달하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재단이 장학금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 △영훈중과 대원중에 입학해야 하는 학생들은 국제중 설립으로 인해 멀리 떨어진 학교로 통학해야 하는가, △입학전형이 사교육비를 유발하지 않는가 등이 초점이었다.

    64쪽에 달하는 보완계획은 여기에 대해 충실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20% 저소득층 장학금에 대해 영훈중과 대원중 재단은 각각 1억 6천만 원씩 마련하기로 했다. 단, 내년 2009학년도 한 해만 확실하다. 그 다음연도부터는 “외부 장학금 유치 등 범사회적 지원책 마련”이 전부다. 내년에는 어떻게 융통하여 한 학교당 1억 6천만 원을 만들 수 있으나, 이후에는 잘 모르겠다는 거다.

    더구나 내년의 1억 6천만 원 모두 재단이 내는 돈도 아니다. 대원중학교은 장학재단, 일반 독지가, 사회단체가 1억 1천만 원을 조성하겠다고 했고, 영훈중학교도 장학회, 새마을지회, 사회복지단체 등이 비슷한 금액을 만들 수 있다고 제출했다. 그러니까 대원중과 영훈중 재단은 5천만 원만 내는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 국제중에 관심있는 분들은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5천만 원만 있으면 국제중학교를 만들 수 있다.

       
     
     

    5천만 원과 200억 원 상당의 맞교환

    국제중학교가 만들어지면서 영훈중학교와 대원중학교에서 배정받지 못하는 학생들, 즉 국제중으로 인해 다른 먼 거리 중학교로 가야하는 학생들에 대한 대책은 간단하다.

    일단 주변 중학교로 배치된다. 대원중학교로 가야 하는 청소년들은 모두 인근의 용곡중학교가 수용한다. 교육청 스스로 ‘용곡중학교의 과대학교’를 우려하나, 국제중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강북의 영훈중학교로 진학해야 하는 학생들은 조금 더 불행하다. 한 학교로 모두 가는 게 아니라 인근의 삼각산중, 성암여중, 창문여중으로 흩어져 배정된다.

    이렇게 되면 추가 배정받은 용곡중학교나 삼각산중학교 등은 ‘콩나물학교’가 된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서울시교육청은 대책을 이미 마련했다. 광진구 중곡동과 강북구 미아리 뉴타운에 각각 1개 중학교를 신설하거나 이전한다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들 학교들이 세워지는 2012년과 2014년부터는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계산인 셈이다.

    그러니 앞으로 참고 다니면 그만이다. 국제중 때문에 집 근처 학교를 가지 못하고 약간 떨어진 ‘콩나물 중학교’에 통학해도 견뎌야 한다. 2012년과 2014년에 새로이 중학교가 들어선들 당장 내년 입학생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지만, 그래도 국제중을 위해서 인내해야 한다. 국제중 하나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대략 토지매입비와 교사 건축비로 최소 200억 원이 드는 학교를 만드니, 그 때까지는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고 보니, 국제중은 꽤 짭짤하다. 재단은 최소 5천만 원만 내면 된다. 그러면 교육청이 인근 중학교에 11억 원이나 21억 원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학교 신설을 위해 최소 200억 원을 투여해주니 말이다. 5천만 원과 200억 원이라, 이 정도면 경제논리에 비추어볼 때,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자기소개서 안 받고 집단토론면접 안 하면, 사교육비 걱정 없답니다

    “국제중으로 인해 사교육비가 유발되는 것 아닌가”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서울시교육청은 보완했다. 3단계 전형의 골격을 유지하되, 1단계 서류 전형에서 자기 소개서를 받지 않고, 2단계 면접에서 집단토론 면접을 실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거다. 여기에 추가로 ‘학원 지도 단속과 처벌 강화’를 제시한다.

    그러니까 1단계에서 내신 중심으로 하고, 2단계에서 면접하고, 3단계에서 추첨하겠다는 입학전형의 골격은 유지된다. 이러면 사교육비가 억제된단다. 뿐만 아니라 학원가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은 공정택 교육감이 학원 지도 단속을 강화하여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밝힌다.

    교육이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니 서울시교육청의 보완계획을 믿어야 한다. 보완계획대로 하면, 사교육비가 들지 않는단다.

    사라진 교육감과 계륵을 손에 든 교육위원들이 관전 포인트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는 지난 24일 이후 공정택 교육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실종되었다는 점이다. 국제중학교 설립 문제가 서울시민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주무 당사자는 없다. 아마 교육위원회의 심의와 결정이 예정된 30일에도 볼 수 없지 않을까 한다.

    이렇게 보면, 서울시교육청의 부교육감과 담당 국장 등 공무원과 심의에 참여할 15인의 교육위원들이 공정택 교육감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형국이다. 그러니 실종된 교육감의 뜻을 서울시 교육위원들이 얼마나 충실히 섬기는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두 번째는 국제중이라는 계륵을 손에 쥔 교육위원들이다. 지난 15일 교육위원들은 한 차례 보류 결정을 한 바 있다. 하지만 2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재심의 안건이 제출되었다. 만약 재심의 안건을 찬성한다면, 이전의 보류 결정을 스스로 뒤집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만약 예전처럼 보류하거나 반대 결정을 한다면, 일부 교육위원은 스스로의 교육관을 부정하는 형국이 된다. 그러니 교육위원들에게 이번 재심의 안건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이다.

    물론 <삼국지>에서 조조는 계륵을 버리고 후퇴했다. 하지만 현 교육위원들이 조조처럼 행동할지는 미지수다. 이게 30일로 예정된 서울시 교육위원회 결정의 두 번째 관점 포인트다.

    그런데 한편으로 국제중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민들이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서울시 교육위원들이나 모두 측은하다. 국제중 설립을 추진하였던 핵심 당사자인 공정택 교육감은 간 데 없고, 국민과 교육위원들만 남았으니 말이다. 이건 뭐 ‘사고처리반’ 수준 아닌가. 왜 대한민국 국민이 이래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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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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