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5년 뒤 ‘종이짱돌’ 맞을 겁니다”
    By mywank
        2008년 10월 28일 12:43 오후

    Print Friendly

    호기심, 기대, 즐거움, 진지함…. 27일 저녁 7시 반 『당당한 아름다움』의 저자 심상정과 만난 독자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또 20대 대학생, 30대 골드미스, 40대 아줌마, 50대 아저씨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은 이날 신촌 아트레온 ‘토즈’에서 열린 ‘독자와의 만남’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행사에는 독자 150여 명이 신청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신청자가 많아 추첨을 통해 60여 명만 참여하게 됐다. 사회자가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를 소개하자, 행사장에 큰 함성과 함께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심 대표는 독자들의 환호에 깜짝 놀란 듯 “아이고 이를 어쩌나”라고 말하며 연신 웃음을 지었다.

    “지금까지 ‘독자와의 만남’을 두 번 했는데, 그 때는 앞에 세 줄까지만 자리가 찼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뒤에까지 꽉 찼네요” 심 공동대표는 농담 섞인 어조로 독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저서 『당당한 아름다움』을 쓰게 된 이유를 밝혔다.

    “유권자들을 만났을 때나 지역을 다닐 때, 왜 아직까지 책을 한 권도 안냈냐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들어요. 노회찬 공동대표가 저서에 사인을 해서 시민들에게 나눠줄 때, 솔직히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죠."(웃음)  

       
      ▲’독자와의 만남’에 참석한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사진=손기영 기자)
     

    “책을 쓰도록 밀어 붙인 것은 ‘촛불’이에요. ‘촛불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과 만나는 것은 기쁨이었지만, 한편으로 정치인인 제게는 큰 심적 부담이 되었죠. ‘좀 잘했으면 국민들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이런 생각이 들었죠. ‘촛불의 밤’이 깊을수록 반성문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태인에게 별 다섯 개 받았다"

    “원고를 다 쓰고 정태인 교수에게 미리 읽어보라고 했는데, 밤에 문자메세지로 별 5개를 찍어 보내더라고요”.(웃음) 심 대표는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짧게 말한 뒤, 농담 섞인 어조로 저서에 대한 자신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80년대 구로공단 미싱사로 일했던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책에 보면 제가 구로공단 미싱사로 주식회사 대우 어패럴에서 일하는 사진이 나와요. ‘시다’로 들어가면 ‘끗발’이 안서서 미싱사로 들어갔어요. 그 때 중·고등학교를 바로 졸업하고 들어온 온 분들이 많아서 저는 적은 나이가 아니었죠. 얼마나 쪽팔렸던지….(웃음)”

    “옷을 미국으로 수출해야 했기 때문에 미리 두꺼운 모피 옷을 여름에 만들었죠. 당시 현장에 먼지가 심해 선풍기를 못 틀어요. 미싱 모터와 다리미 열기 때문에 여름에는 1시간 반 정도 일해도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이 났죠. 또 졸다가 프레스 안으로 손이 들어가 눌리는 사고도 2주마다 있었죠. 그 때 목격한 참담한 모습들은 저를 노동운동의 현장으로 이끌게 만들었죠”

       
      ▲행사장을 가득 메운 독자들 (사진=손기영 기자)
     

    심상정 공동대표는 인사말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현실정치 문제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독자들은 메모지를 꺼내, 심 대표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펜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제 1강의 주제는 ‘대안세력 부재’ 문제였다.

    “아직 국민들이 나라를 경영할 세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뿐이라고 보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두 세력 중에 한 세력을 시켜봤는데, 아니었다고 판단했던 거죠. 그래서 지난 대선에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너희들이 해봐라’라는 심정으로 이명박씨에게 표를 줬고요. 노무현 정권에 대한 강력한 반대투표, 즉 ‘종이 짱돌’을 던진 거죠.

    하지만 이후 MB 정권이 지지기반이 확고하다고 오판하자, ‘오만의 정치’를 3개월 동안 했어요. 결국 ‘촛불 광장’에서 대안세력 부제 문제가 제기되었죠. 그런데 ‘5년 뒤 민주당이 대안세력이냐?’에 동의하는 국민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MB 정권 지지율은 내려가고 있지만, 민주당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고 있어요.

    촛불 광장의 대안세력 문제

    이대로 간다면 5년 뒤에는 지난 대선 노무현 정권에 대한 역선택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더욱 강력한 역선택, 즉 ‘종이 짱돌’을 던질 것 같아요. 하지만 대안세력으로 아직 진보정치 세력을 신뢰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봐요. 대안권력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진보정당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요즘 고민이에요.”

    심 대표는 ‘대안정치 세력’ 문제를 이야기한 뒤, 제2강의 내용으로 올해 초 분당 전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느낀 심정과 생각들을 밝혔다.

    “작년 대선 때 민주노동당은 3% 지지를 받았어요. 돌이켜 보면 2002년 대선에서의 97만 표보다 27만 표가 적은 70만 표를 받았죠. 민주노동당 미래에 대해 어떤 가능성도 인정하지 않은 국민들의 최후통첩이었어요. 그런데 이런 결과에 당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분위기였죠.

       
      호기심, 기대, 즐거움, 진지함…. 독자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민주노동당의 한계는 ‘대표성’을 획득하는 데 실패한 점이어요. 노동자 서민들의 정당을 내걸었지만, 서민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함께 하는 정당으로 인정하지 않았죠. 당 지지가 낮았던 것은 사표심리 때문이 아니었어요. 또 외부세계와 고립되어 있었어요. 당 내 조직관리에 많은 비용을 들였지만,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부분의 투자는 소홀했죠.

    대선 경선에서 제가 2등을 했다는 이유로 당시 비대위원장이 되었고, 국민들의 강력한 문제제기에 과감한 혁신으로 응답하는가 하는 것이 진보정당의 미래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혁신 과정이 좌절되면서 분당되었어요. 10년 동안의 활동에 대한 평가가 지난 대선결과로 나왔고, 이런 문제제기에 화답하지 못해 총선에서도 좋지 않은 결과를 나온 것 같아요.”

    심 대표는 강의의 마지막 주제로 ‘진보정당이 나아갈 길’을 선택했다. 1시간 넘게 열변을 토하면서 현실정치의 문제를 이야기한 그의 목소리는 이미 쉬어 있었다.

    "진보 당원 중 사교육 안시키는 사람 몇이나 되겠나"

    “진보는 반대와 비판은 능한데, 실제로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약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노동자 서민들이 신뢰를 보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진보정당의 교육정책은 시장경제교육 반대와 공교육 강화인데, 진보정당의 당원들 중 사교육 안 시키는 사람 몇 명이 되겠어요. 우리가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주장했던 진보정치가 아니었는지 생각해봐야 해요.

    현실공간에서 실현될 수 있는 대안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봐요. 촘촘한 비전과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시민들과 함께 대안정책을 실현시켜나가는 모범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동안의 진보정당들은 정책을 발표하고 이벤트 사업을 많이 했지만, 앞으로는 실천적인 모범을 창출하는 작업들을 해야 한다고 봐요”

       
      ▲사진= 손기영 기자
     

    심상정 공동대표의 이야기가 끝나자, 독자들과의 질의응답 순서가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손을 들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던 독자들은 한 남성 독자가 손을 번쩍 들고 심 대표에게 질문하자, 봇물처럼 질문들을 쏟아냈다. 이날 질의응답 순서는 30분 넘게 진행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독자1 =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드님이 있다고 들었는데. 사교육은 정말 안 시키시나요?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웃음)

    심상정 = 사교육을 안 하고 있어요. 아들이 다니는 학교는 사교육을 안 하고, 좋은 대학을 들어가는 게 목표인 사람이면 받기 곤란하다는 조건으로 들어갔죠. 솔직히 초등학교 때는 피아노도 하고 ‘해법수학’을 시키기는 했어요. 제가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낮에 아들이 집에만 있으면 친구들이 없기 때문이었어요. 피아노 선생님이 엄마의 빈 공간을 메워주었죠.

    독자2 = 골드미스 노처녀인데요.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의 부담, 나아가 사회적 성공에 대한 부담이 때문에 진보성향의 여성들은 ‘싱글’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비록 결혼을 하셨지만 어떻게 생각하세요?

    심상정 = 단병호 위원장에게 ‘슈퍼우먼’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얼마 후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단 위원장에게 큰소리쳤죠.(웃음) 사회가 책임질 과제를 여성 개인이 이겨내는 능력으로 간주하는 것 같아 싫었어요. 이런 문제들을 빨리 사회가 책임지도록 밀고 나가야 한다, 절대 양보하지 말고 문제를 제기하고 던지세요. 사회적 굴레를 피하는 방법으로 독신을 고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독자가 건넨 저서에 사인을 하고 있는 심상정 공동대표 (사진=손기영 기자)
     

    독자3 = 진보정당이 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심상정 = 17대 대선 선거운동을 하러 재래시장에 갔었어요. 그런데 한 상인이 ‘제발 좀 먹고 살게 해달라’고 제게 말했죠. 그래서 ‘서민들이 잘 살려면 부자정당 말고 서민정당 뽑아 달라’고 했지만, 대뜸 ‘정치가 뭐 밥 먹여주냐’고 불만 섞인 어조로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실제로 정치는 밥을 먹여줘요. 대다수 서민들의 불신과 무관심, 그리고 서민들과의 신뢰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과제인 것 같아요.

    독자4 = 당당한 아름다움』 말고 다음에 저서를 내실 생각은 있는지 궁금해요.

    심상정 = 지난 17대 국회에서 ‘재경위’를 맡으면서, 내고 싶은 책이 있었어요. 제목도 벌써 정했어요. ‘아줌마 경제학’이라고요. 경제활동의 가장 중심에 서있는 주부들이 경제문제를 어렵게 생각하는데, 아줌마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경제 책을 꼭 내고 싶어요.

    독자 5 = 고향이 안동인데, 지난 대선에서 부모님이 박근혜씨를 마음에 들어하셨는데, 여자라서 찍지 않았습니다. 심 대표도 큰 꿈을 이루기위해서는 ‘여성이면 안 된다’는 편견을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요?

    심상정 = 전 세계적으로 여성 리더십이 많이 부각되고 있어요. 저는 이것은 유행이 아니라고 봐요. 이제 여성들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어요. 예전에 정치라고 하면 경부고속도로 만드는 것들을 다뤘지만, 이제는 교육문제, 환경문제, 주거문제, 복지문제, 인권문제가 정치의 한 복판으로 옮겨지고 있어요.

    이런 ‘삶의 문제’들의 해결을 여성 정치인들에게 요구하고 있어요. ‘여성은 절대 안 된다’는 사람들의 표를 얻지 않아도 승산은 있다고 봅니다. 

    행사 말미에 한 독자가 심 대표에게 “나중에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하실 생각은 없나”고 농담 섞인 질문을 던지자, 심 대표는 “팍팍~ 밀어 주세요. 열심히 잘 하겠습니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이날 ‘독자와의 만남’을 마쳤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