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 경찰과 손잡다 “치욕의 날”
    By mywank
        2008년 10월 27일 05: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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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안에 처음으로 경찰병력 200여 명이 투입되었다. 이날 경찰병력 투입은 국가인권위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졌으며, 경찰병력은 인권위 1층 로비와 정후문, 6층 계단주변을 모두 봉쇄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13층 대회의실에서 ‘촛불집회 경찰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심의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가 잡혀 있었으며,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같은 시각 인권위 앞에서 전원위원회에 참석하는 김양원 국가인권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경찰이 인권위 앞을 봉쇄하자 한 장애인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방패로 무장한 전경들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인권위 안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봉쇄하기 시작했으며, 인권위 직원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특히 인권위 정문에는 50여 명의 전경들이 집중 배치되기도 했다.

    인권위 이 아무개 사무관은 “지난 14일 (인권단체) 회원들이 기습적으로 인권위 안으로 들어와 시위를 벌였는데, 시설보호 차원에서, 경찰에 병력지원을 요청했다”며 밝혔으며, 인권위의 한 청경은 “제가 인권위가 생길 때부터 여기서 일했는데, 경찰병력이 건물 안에까지 들어온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미 인권위 건물 안에는 이날 아침부터 1층 로비로 들어온 장애인단체 회원 3~4명 정도가 있었지만, 전경들은 거동이 불편한 이들 주변을 둘러싸며 제지했다. 또 인권위는 미리 건물 안으로 들어온 몇몇 장애인들이 전원위원회가 열리는 13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날 하루 종일 엘리베이터를 6층까지만 운행했다.

    낮 1시가 되자, 기자회견에 참여하기 위해 인권단체, 장애인단체 회원 20여 명이 인권위 앞에 도착했고, 김양원 국가인권위원의 전원위원회 참석에 항의하기 위해 인권위 건물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건물로 들어가는 출입문은 모두 봉쇄된 상태였다.

       
      인권위 건물안으로 들어온 경찰병력 (사진=손기영 기자)
     
       
      ▲현장 사진을 찍기위해 인권위 안으로 들어온 한 여성활동가를 전경들이 바닥으로 밀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인권위 밖에 있던 장애인들은 “왜 막어? 왜 막어?”라고 외치며, 휠체어를 이용해 유리로 된 인권위 정문을 가격했다. 또 소변이 급한 한 장애인단체 회원은 “급해요~ 급해. 제발 잠시만 문 좀 열어주세요”라고 외쳤지만, 경찰은 출입문을 끝내 열어주지 않았다.

    잠시 후 로비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인권위 로비 안으로 들어와 있던 한 장애인단체 회원이 전경들에게 항의하다가 사지가 들린 채, 밖으로 끌려나갔기 때문이다. 그가 타고 있던 휠체어는 바닥에 내던져 있었다.

    전경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나온 그는 “여기는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서럽게 울고 있었다. 또 전경들은 이때 로비 안으로 몰래 들어와 현장을 촬영하려던 장애인단체 여성 활동가를 바닥으로 밀치며 제지하기도 했다. 그는 “인권위에서 사진 찍을 자유도 없나”며 항의했다. 인권위 1층 로비에는 경찰병력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라고 적힌 출입증을 목에 건 인권위 관계자들 10여 명도 현장에 나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뒷짐을 지고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으며, 한 인권위 관계자는 상황을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박김영희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것은 인권위의 모습이 아니라”며 “인권위는 언제나 약자의 편이었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지가 들려 밖으로 끌려나오는 한 장애인 (사진=손기영 기자)
     
       
      경찰이 인권위 안으로 진입하려던 한 장애인을 막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회견에 참여하는 한 장애인단체 회원의 부모인 정종원씨(58)는 “국가인권위가 아니라 경찰서 같다”며 “인권위가 경찰까지 동원해 장애인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물리적으로 막고 있는데, 그러면 우리는 앞으로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하겠나”고 말했다. 이어 “김양원이라는 못 된 사람을 인권위에서 이렇게 보호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오후 2시 인권위 전원위원회가 13층 대회의실에서 열리자, 인권단체연석회의 소속 활동가 4명이 경찰 저지선을 뚫고 13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13층 대회의실 앞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전경병력들에 의해 막혀 발길을 돌렸다.

    이들은 13층 대회실로 향하는 복도 출입문 앞에 ‘쪽 팔린다 국가인권위원회’, ‘경찰까지 부르고 장애인 차별하고’, ‘비겁하다 인권위원회 제발 떳떳하라’라는 항의성 메시지를 붙였다. 한편 1층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인권단체연석회의,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김양원 사퇴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김양원 목사는 자신도 장애인이면서, 시설 장애인들에게 불임수술과 낙태를 강요하고 정부보조금을 횡령했다”며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으려고 했고, 국가인권위원에 선임되기 전까지 한나라당 당적을 가졌던 사람”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김영희 진보신당 공동대표 (사진=손기영 기자)
     

       
      ▲’전원위원회’가 열리는 13층 복도 출입문에 항의메세지들이 붙어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들은 이어 “국가인권위원회는 반인권적 인물인 김양원 목사에 대한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고, 인권 장애인 단체들의 문제제기를 모른 채 하고 있다”며 “인권위원을 선정함에 있어 공개적이고 확실한 인사검증절차를 통해 임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반인권적 인권위원 김영원은 즉각 국민 앞에 사과한 뒤 사퇴하고, 국가인권위는 인권위원에 대한 ‘공개인사검증시스템’을 도입하라”며 “오늘(27일)부터 김양원 국가인권위원이 사퇴할 때까지 인권위 앞에서 농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박김영희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자유발언에서 “지난 2002년 장애인 이동권 문제로 인권위와 인연을 맺었고, 그 때 ‘이 사회에서 차별받는 사람들 편에 서서 인권지킴이가 되겠다’다고 했던 인권위가 오늘 경찰과 손잡고 장애인들을 탄압했다”고 비판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박김 공동대표는 이어 “이렇게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목소리를 무시하는 인권위가 오늘 전원위원회에서 촛불집회 때 경찰의 인권침해 문제를 제대로 심의할 수 있을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오늘은 국가인권위의 치욕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 전원위원회가 끝난 오후 5시 반 현재, 기자회견을 마친 인권 장애인 단체회원 30여 명은 경찰 저지선을 뚫고 인권위 본관 1층 로비까지 들어갔으며, 경찰병력들은 1층 엘리베이터 앞을 봉쇄하며 이들과 대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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