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한국사장님들과 맞선 알바 유학생들
    2008년 10월 27일 07: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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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의 설움이 어디를 가나 다름이 없겠지만, 프랑스에서 한국 유학생들의 노동착취는 여타와는 조금 다르다. 체류국의 고용주에게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같은 동포인 ‘한국 사장님들’에 의해서 자행된다는 점이다.

프랑스에서 법적 최저 임금은 시간당 8.71유로이다. 이 임금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가 있다면, 이들은 우선적으로 의료보험공단과 주택, 생활보조금을 정부에서 보조받는다. 다시 말하자면 이 비싼 고물가 사회에서 시급 8.71유로는 인간의 품위를 지키는 극최소한의 임금이라는 뜻이다.

시급 8.71유로가 모두 노동자 손에 돌아오는 건 아니다. 이 중 2유로는 세금으로 떼이고 6.71유로를 받는데, 이는 누구라도 기꺼이 내야 할 간접소득으로 여긴다. 왜냐면 고용주는 1인 고용 한 시간 비용마다 4유로의 세금을 내는데, 노동자 2유로 + 고용주 4 유로 = 6유로의 세금이 걷히고 이는 실직자 수당, 산업재해 기금, 의료보험 혜택 등 결국 고용, 피고용인 모두에게로 돌아올 돈이라는 게 프랑스에서의 상식이다.

이 최저 임금은 당연히 시간제 아르바이트생들에게도 적용이 되고, 업주가 노동청에 노동신고를 해야만 합법적으로 연간 964시간 이하의 노동이 허가된다.

2분 지각했다고 비인격적인 모욕까지

프랑스에서 산술적으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상업 종목은 식당이다. 파리에만 대략 80여개의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성업 중이고 많은 유학생들이 시간제로 고용되어-물론 대부분 불법이다- 홀 서빙, 주방 일들을 도맡아하고 있다.

‘유학생 노동권리 찾기 모임'(이하 유노모)의 시작은 8월초 21세의 여학생이 자신이 일하는 한 식당에서 2분 지각한 사건을 놓고 당한 비인격적 모욕을 프랑스 한인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리면서 시작되었다.  

그동안 당연히, 그저 그러려니, 관례라며 스스로를 타일렀던 문제들을 너나 할 것 없이 올리면서 이 사건은 파리를 조용히 흔드는 사건으로 공론화되었고 급기야 3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유노모’를 9월 초에 결성하게 되었다. 

유노모가 현재 진행 중인 실태조사 결과 ‘한국 사장님’들의 온갖 불법과 인격모독의 사례는 거의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법적최저임금 8.71유로는 사라지고 불법으로 고용하는 조건으로 4~5유로에서 임금이 지급되었다. 당연히 그들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러면 고용주는 시간당 7유로의 불로이득을 챙기는 것이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료

그리고 업장에 도착한 시간부터 노동시간으로 계산하는 프랑스 노동관례는 무시되고, 계약시간 앞뒤로 1시간씩 즉 매일 2시간씩 학생들은 공짜노동을 제공하고 이는 불법임금 5유로는 한 달이면 240유로나 되는 금액이다.

어떤 식당은 노동신고를 노동청에 하고 임금도 합법적으로 수표로 지급하여 회계에는 아무런 문제를 남기지 않는 대신 학생들에게 현금으로 환불받는 업소도 있었다.

그나마 이것도 양반이다. 더 심한 것은 한국학생의 노동신고서류를 업주가 받아서 챙겨놨다가 해고한 뒤 불법체류 중국인들을 더 싼 임금으로 고용한 후 신분을 속이는 목적으로 신고하는 경우도 접수되었다. 이렇게 관례처럼 한국고용주에 의해서 벌어지는 일들은 3년 이하 징역, 45,000유로의 벌금을 내야하는 범죄행위이다.

‘당원늘리기 사업’ 궤변

유노모는 이러한 온갖 불법에서 벗어나, 온전하게 노동 신고하고 같이 세금내고 합법적으로 일을 하자는 모임이다. 이는 단속의 두려움이 아니라 우리의 노동이 사회에 대한 정당한 동력으로 쓰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유노모는 한국식당들과 한국음식문화축제를 개최하는 한국문화원을 찾아가 의사를 전달하였으나 반응은 냉담 혹은 발뺌하기 바쁠 뿐이다. 유노모 회원 중에 진보신당 당원이 있는 것을 놓고, 불온한 의도로 모인 당원 늘리기 사업이라는 궤변도 들었고, 이러면 결국은 일자리는 중국인들과 조선족으로 돌아갈 뿐이라는 협박 아닌 협박도 들었다.

유노모는 한국유학생의 권리뿐만 아니라 한국식당에서 일하는 중국인, 재중동포 혹은 스리랑카, 파키스탄인들의 권리도 같이 고민한다. 특히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은 한국이 견딜 수 없어 떠났건만 타지에서 한국말을 이해한다는 것 때문에, 결국 또 ‘한국 사장님’ 아래서 악습의 고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노모는 프랑스 최대의 노동조합단체인 CGT로부터 같이 몇몇 식당 항의 방문을 하자고 제의를 받는 등 왕성한 활동을 재개 중이다. 먼저 한국식당 협찬 하에 다음 주부터 열리는 한국문화원의 한국음식문화축제에 전단을 돌리고 스티커작업을 하기로 했다. 국가기관이 불법영업주과 사업을 같이 하는 데에 대한 항의표시이다.

11월에 있을 대사관 주최의 동포사회간담회에 이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하기를 대사관에 요구했으며 무엇보다 큰 사업은 ‘프랑스노동권 길라잡이’을 발간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체류 중인 유학생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이제 한-프 워킹홀리데이 체결로 프랑스로 건너올 많은 한국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함이다.

유학생에게 1시간의 자기 여유를 내는 것조차 얼마나 어려운가를 안다면 노동권리를 찿기 위한 활동들을 펼치는 참으로 멋진 한국청년들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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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모는 이와 같은 사례가 프랑스라는 지역의 특수성 문제가 아니라, 노동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한국사회를 반영하는 사건으로 보고 있으며, 따라서 다른 나라에 있는 한국 유학생들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거라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노모는 각 국의 유학생 사례를 모아서 같이 투쟁할 예정이다.

프랑스 한국유학생 노동권리찿기 모임 대표 윤상원 tare00@gmail.com
혹은 홈페이지 http://travail.euro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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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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