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한나라 전선론'의 위험성을 지적함
        2008년 10월 25일 12: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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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중기 진보신당 정책위원장.
     

    제2창당의 일정이 다가오면서 진보신당 내외에서는 당의 진로에 관한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대개 분당에 대한 재평가와 향후 관계 설정, 당의 조직과 활동 방향, 그리고 2010 지자체 선거 등 선거대응전략 등이 주요한 논의 주제가 되고 있다.

    여러 갈래로 진행되는 논의를 한 마디로 정리해서 말 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당 내외에서 여전히 계속되는 비판의 핵심 논지는 분명한 것 같다.

    민노당과 연대론의 명암

    비판적 의견의 요지는 우선 분당이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평가이다. 신당의 문제의식을 일정하게 인정한다 하더라도 진보세력의 분열은 어떤 의미에서도 좋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그리고 이는 향후 당의 진로에 대한 견해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즉, 다가올 지자체 선거에서는 연합공천 등의 방법으로 민주노동당과 다시 연대하고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재결합해야 한다고 본다. 또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을 막기 위해서는 민주당을 포함하는 ‘정치적 연대’나 ‘범민주세력 연대기구’, 나아가 ‘반한나라당 전선’을 건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보수 중심의 현실정치 벽의 두께와 높이를 감안할 때, 분열 상태에서는 진보의 미래가 없다는 판단이 중요한 근거가 된다.

    언뜻 보면 꽤 설득력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이런 주장은 과하고도 모자란다. 우선 진보신당 출범의 문제의식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있다. 그리고 1987년 이후 계속된 ‘비판적 지지’의 망령을 다시 불러오는 주문일 수도 있다.

    예컨대 진정으로 ‘분당이 바람직하지 않았다’면 진보신당 세력은 과오를 시인하고 당장 다시 민주노동당과 결합해야 한다. 그것이 제2창당이라고 주장해야 하며 그렇게 직선적으로 말하는 것이 솔직한 태도라고 본다.

    범민주 연대와 반한나라당 전선은 다른 문제

    또 선거 시기 정치적 연대나 연합공천, 혹은 제한적인 범위의 ‘범민주연대’도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한나라당 전선’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민주노동당 시절의 보수 2중대 논란으로 회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다시 말해서 보수 헤게모니 속의 장식용 진보를 그대로 용인하는 일이 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진보신당이 선거 등 현실정치에서 합법적인 제도정당으로 살아남고 의석을 확보하고 늘여가는 일은 물론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인 것은 아니다.

    주지하듯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 간 이른바 대책 없는 민주대연합은 보수정당 주도의 신자유주의체제 구축과정에 진보세력이 들러리 서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였다. 수구정당과 이른바 ‘보수개혁정당’ 사이에는 실개천이 흐르지만 ‘보수개혁정당’과 진보세력 사이에는 ‘한강’이 놓여있다는 것을 비싼 값을 치르고 배운 것이다.

    지금은 아무나 아무렇게 쓰는 말이 되어버린 ‘1987년 체제’ 개념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함의가 바로 이 점과 연관되어 있다. 1987년 체제는 보수 세력의 주도로 절차적 민주화가 확대되고 완결되는 독특한 정치적 지형을 말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노동계급은 가장 중요한 민주화 지지 세력이자, 추진 세력이었다. 문제는 이 1987년 체제는 1998년 외환위기를 전후로 하여 급속하게 해체되었고, 곧 ‘종속적 신자유주의 체제’가 이를 대체했다는 점이다.

    분당은 경제주의 노조운동 극복 의미도 

    이후 이른바 ‘개혁세력’의 민주대연합 주장은 실상 신자유주의 세력 내부의 권력 쟁패 과정에 진보세력과 시민사회를 2중대로 동원하는 정치 전략으로 전락하였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논의나 한미 FTA 추진, 비정규 양산법 제정과 노동탄압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종속적 신자유주의 정치체제에서 ‘반한나라당 전선’은 불가하다는 것이 진보신당 출범의 기본 정신이었음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편 진보운동 내부에서 본다면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는 낡은 운동 전략과 단절하는 일의 중요성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이는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넘어서는 진보운동 백년대계를 세우는 일이다.

    분당은 다수파의 비자주적 정치운동, 패권적 행태를 극복하자는 의미 외에도 대기업노조 조직노동 중심의 경제주의 노조운동을 극복하는 일과, 경제적 운동과 정치운동을 기계적으로 구분하는 정치적 경제주의를 넘어서자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말하자면 제대로 된 계급적 정치운동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선언이었던 것이다. 특히 1987년 체제의 전투적 노조주의가 대기업 조직노동의 경제주의로 치닫는 노조운동의 위기를 정치운동 수준에서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이었다.

    민조노조 운동의 구조적 위기와 분당

    지금 민주노조운동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그 귀결은 기업별 노사협조주의의 부활이자, 민주노조의 붕괴, 나아가 계급운동의 몰락일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한계가 단순히 패권주의나 종북주의 문제만이 아니었음을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 민주노동당 자체가 1987년 체제의 산물이자 성과였고 이 시기 민주노조운동의 외피의 연장에 불과하였다.

    민주노조운동이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처해 있으나 민주노동당은 이를 제어하기는 커녕 이에 기생하고 의존하는 퇴행적 상황이 계속되었던 것이 분당의 중요한 배경이었다.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는 낡은 체제, ‘1987년 체제’의 운동 전략과 양태가 노조와 진보정당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이 문제였던 것이다.

    진보정당은 표를 받아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정당이다. 선거에서의 정치적 연대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 표를 왜 받으며 그 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모른다면 선거 참여의 이유가 없다. 마땅히 진보의 이름을 내려야 할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서 근본적인 반성과 성찰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 이 글은 <주간 진보신당> 15호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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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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