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에 촛불 팔아먹는 민민회의
        2008년 10월 23일 09:2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는 8월 5일 ‘민주수호범국민운동본부’ 결성을 주장했고, 민주노총 위원장 이석행은 8월 19일 ‘반독재국민전선’을, 민주노동당 전 정책위 의장 주대환은 ‘다양한 급진 민주주의 세력들의 연합체’를 제안했다. 오는 10월 25일 민생민주국민회의(준)이 출범한다.

       
     
     

    미국 쇠고기 등의 단일 의제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 조직을 꾸리고자 하는 시도라면 탓할 게 없다. ‘시민단체’와 ‘민중단체’가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민주당과 함께인가?

    민민회의는 “이명박 정권에 비판적인 모든 세력의 결집을 이루어내기 위한 민주주의의 대행진을 전개할 것을 결의”했다며, ‘야당들’의 참가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설왕설래 중이다.

    이에 따라 광우병국민대책회의의 헌신적 주체였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민주당과 도매금으로 참관단체로 밀리거나 아예 배제될 신세에 처했다.

    뭘 가지고 사업할지도 문제다. ‘민주수호-국민기본권 쟁취, 1% 특권층만을 위한 정책반대-민생과 공공성 실현’이라는 방향이 이야기되고 있다는데, 지금까지의 논의가 매우 퇴행적이다.

    여성단체와 민주노총의 연대?

    여성단체연합은 “비정규직, 금융위기 같은 개별 의제로 가게 되면 참가단체 사이에 인식 차가 크지 않겠느냐”며 반대했고, 민주노총은 묵과했다. 촛불을 잇겠다면서도 신자유주의 문제를 피하고 싶은 민민회의의 사업은 ‘민주’와 ‘민생’으로 모아지고 있다.

    민주노총의 활약이 눈부시다. 민주당 들이자는 것도, 진보정당들 배제나 참관도, 퇴행적 사업 의제도 민주노총에서 나왔다. 민민회의 모임에 민주노총 주요간부가 10여 명씩이나 몰린다는데, 이랜드나 기륭 싸움에 그렇게 많이들 갔다는 이야기 들은 바 없다. 아무래도 자기들이 노동조합 아니라 한총련이나 재야인사쯤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사안별, 계기별 투쟁을 넘어 ‘이명박독재정권 심판’이라는 총괄 기치 하에 이명박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들이 반이명박 범국민투쟁전선을 구축함으로써 상반기 촛불항쟁을 넘어 실질적인 정권심판을 위한 대중항쟁을 준비” – 민주노총, 「2008 하반기 정세와 과제」, 9. 27

    민주당으로서야 꽃놀이패다. 국회 안에서 할 일도, 할 힘도 없는데 밖에서 거들어주니 뭐라도 하나 건지지 않겠나 싶고, ‘촛불’들과 한 자리에 앉으니 노무현 정권의 면죄부를 받는 격인데다, 2010년 지방선거를 자기 중심으로 도모할 기반도 생기는 셈이다.

    민족해방파의 행동은 예견된 바 그대로다. 민통련과 전민련 이후, 전국연합, 통일연대, 민중연대, 진보연대 같은 연합단체들의 외연과 내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NL계열 운동권들이 친북-친민주당이라는 자신들의 정치노선을 확장하려 남들 들러리 세우는 것이 변함없는 그 실체다.

    왜 이명박은 파쇼고, 노무현은 아닌가?

    자신들 내부에서 지분 다툼이 생기거나 새 단체 약발이 떨어지면 운동권 브로커 몇이 모여 대표단 명단 짜고, 비장한 발족문 써 돌린 후 헤쳐모여 하는 것이 무슨무슨 ‘전선’이다. 물론 그런 ‘전선’ 생길 때는 언제나 ‘비상한 정세’라거나 ‘도탄에 빠진 민생’이라거나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 같은 장광설이 들먹여진다. 지금은 ‘파시즘’이다.

    묻는다. 노무현 때는 ‘공안탄압’이 없었던가? 이랜드 아줌마들 100명 남짓 잡아가려 경찰 7,000명 동원했던 건 정당한 법집행인가? 노무현 집권 5년 동안의 국가보안법 피해자 600여 명은 감옥 가 마땅한 사람들이었던가?

    취임 한 달 후 자신의 언론특보 서동구를 KBS 사장으로 임명한 노무현과 이명박은 얼마 만큼 다른가? 노무현의 새만금과 이명박의 경부운하 중 어떤 게 더 파괴적인가? 미국 쇠고기에 분노하고 한미FTA에는 침묵하는 오묘한 논리가 ‘반독재 민주주의’인가?

    이명박이 파쇼면, 노무현도 파쇼여야 하고, 민주당은 민생민주국민회의가 맞서 싸워야 하는 민생과 민주의 적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성장주의를 따르며 수렴진화해온 것이 지금의 한국 민주주의다.

    촛불은 민주당이 나오라 해 나온 게 아니다. 운동권 단체 간부들이 많이 모인다고, 다시 일어날 촛불도 아니다. 그런 식의 단체를 만들면 뭔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은 운동권이, 이명박과 똑같이 촛불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추억의 민주주의에, 지리멸렬한 민주당 살리기에 촛불을 팔아먹지 말라.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