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은 있었다? 없었다?
    2008년 10월 23일 08: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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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의 진보정치 10년 평가위원회가 다섯 번째로 마련한 ‘진보정당의 분화과정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진보정당의 가능성’은 관심이 집중된 주제였다. 지난 네 번의 토론회가 대체적으로 기존 민주노동당 활동 비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반면, 이번 주제는 진보신당의 창당과정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선도탈탕파’ vs ‘분당반대파’

또한 이번 토론회는 분당을 놓고 명확히 다른 입장을 드러냈던 ‘선도탈당파’ 김형탁 진보신당 경기도당 위원장과 ‘분당 반대’를 주장했던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가 각각 발제에 나서면서, 시작 전부터 치열한 토론이 예고되었다.

여기에 김영수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교수, 최현숙 전 민주노동당 여성/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 이헌석 청년환경센터 대표, 김정섭 진보정치포럼 대표, 정종권 진보신당 집행위원장 등 진보신당과 전 사회당 세력 등이 가세하면서 토론회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 ‘진보정당의 분화과정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진보정당의 가능성’ 토론회(사진=정상근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던 주제는 단연 ‘종북주의’였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분당의 또 다른 원인이었던 ‘패권주의’에 대해서는 그 폐해를 인정하는 상황에서 관점에 차이를 보인 ‘종북주의’ 프레임이 옳았는지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진 것이다.

또 다른 치열했던 주제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였다. 언뜻 분당과정과는 큰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배타적 지지’가 발제-토론자들에 의해 민주노동당의 실패 원인, 그리고 분당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배타적 지지’를 두고 주장과 반론이 이어졌다. 또한 ‘새로운 진보정당의 가능성’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우선 ‘종북주의’. 이날 ‘종북주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사람은 김민웅 교수였다. 김 교수는 “종북주의 논쟁은 그 과정과 결과가 대단히 파괴적이었다”며 “탈당하면서 수구언론에 의해 부각되었던 종북주의 프레임이 진보진영 전반에 타격을 주었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자주적 입지를 공유할 수 있는 노력을 약화시킨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형탁 위원장은 “종북주의는 단순한 의도적 표현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안고 있는 실질적인 문제를 적나라하게 건드린 것”이라며 “신당파를 향해 ‘통일을 원하지 않느냐’는 허접한 비판이 나오는 것은 종북주의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의미를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비판 안건의 처리 문제

최현숙 전 위원장도 “지난 중앙위원회에서 북핵을 비판한 안건을 수정해 북한에 대한 비판을 뺀 채 미국 제국주의에 관한 비판만 안건으로 통과시켰다”며 “종북주의는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에 대한 입장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토론은 불가능했고, 표결을 하면 무조건 2/3가 넘는 (자주파가 주도권을 잡은)상황에서 토론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반면 김정섭 운영위원은 “종북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는 언젠가 한 번 있어야 했지만, 종북주의 구도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며 “한반도 문제와 국제관계 등은 새 진보정당의 과정 속에 구체화해 담아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김민웅 교수의 비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에 대한 비판에 불을 붙인 것은 김영수 교수였다. 김 교수는 “민주노총은 배타적 지지전략의 핵심적 목표라 할 수 있는 조합원 및 노동자 대중들을 정치적 주체로 형성시키는 데 실패했으며, 조합원들은 선거시기 자금을 모금하거나 선거운동원으로 동원되는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민웅 교수는 “자본이 권력에 대해 배타적 지지를 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가 있었기에 민주노동당이 나올 수 있었다”며 “배타적 지지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동당이 갈라지기 전에는 배타적 지지에 정치적인 문제는 없었으며, 이는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경쟁과정에서 태어난 문제”라고 말했다.

"분당 전에는 배타적 지지 문제 없었다"

정종권 집행위원장은 김 교수의 주장에 대해 “배타적 지지 문제는 그 이전부터 나왔다”며 “초창기 민주노동당 창당 당시 조직노동자를 지지기반으로 하기 위해 우선 배타적 지지를 하고 설득해 나가는 과정이 있었는데 5년여 지나면서 하향식이 되니, 현장 정치가 수동화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최현숙 전 위원장은 여기에 “진보신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여성, 생태 등과 함께 재구성되지 않는 한, 노동과 여성, 생태, 소수자, 장애인 등 가치는 다시 서열화될 것이며, 이렇게 되면 분당은 또 이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세 번째, ‘진보정당이 향후 나아갈 길’을 두고도 다소 논쟁이 일었다. 이는 김민웅 교수가 제기한 ‘진보적 중심’에 대해 토론자들이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불이 붙었다. 김민웅 교수는 “이명박 정권의 파시스트적 공세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어느 쪽도 주도자가 되지 않는 ‘제3지대’가 필요하며, 민생민주 범국민연대도 그 근거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영수 교수는 “진보대연합이라는 상설적 전선운동체는 각각의 의제에 내포되어 있는 ‘진보적 정체성의 차이를 진보적 대연합’이라는 구조적 힘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기 쉽다”며 “그동안 한국의 진보정치 및 진보정당운동은 오히려 진보적 정체성의 차이가 너무 빈약해 노동자, 민중들의 정치의식을 퇴행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진보정치세력 어떻게 재구성하나?

김정섭 운영위원도 “현재 등장하고 있는 ‘진보대연합’론은 전형적인 대동단결론으로 비판적 지지론의 변종”이라며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이 집중해야 할 주제는 진보정치세력의 재구성과 새로운 주체발굴”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종권 집행위원장은 “절대 배제해야 할 세력과 노선도, 절대 같이 해야 할 세력과 노선도 없다”며 “가장 잘못된 오류는 개인에게 ’00주의’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으로, 주요한 쟁점과 의제, 대중적 판단의 근거가 되는 이슈와 문제, 이념적 징표로 읽을 수 있는 기준에 대한 대중적 근거를 표현해야 하며, 이것이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현숙 전 위원장은 “분당의 원인을 패권과 종북만으로 보는 것은 2004년, 자주파가 당권을 장악한 이후에나 일정 정도 설득력이 있는 것”이라며 “노동과 통일 외에 다양한 사회적 의제와 관련해 시민과 운동진영이 결합하지 않은 채 당이 만들어졌고, 대중운동과 진보정치운동의 차이에 대한 성찰없이 운동권 정치세력화만을 꾀했을 때부터 분당의 위험은 존재해 있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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