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두 번 해고된 사연
    2008년 10월 23일 01: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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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는 밝았다. 얼마 전에 해고 통보를 받은 사람치고는 말이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얘기를 시작한 성향아씨(40)에게 1년간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성씨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은 지난 10월 13일. 1년만에 두 번째 해고다.

   
  ▲성향아씨(사진)는 올해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두번씩이나 해고됐다
 

“처음에 해고 된 것은 그러니까 작년 12월 31일이에요. 해고된 이유가 민주노동당 당원이라서 같이 일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번에 두 번째 해고죠”

성씨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비정규직으로 2003년부터 일해왔다. 그리고 지난 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발표되고 성씨 같은 경우, 2년 이상 일했기 때문에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 포함됐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성씨를 포함한 14명의 정원을 확보하고 이들을 특별채용해 별정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성씨의 별정직 전환은 기정사실이 됐다.

"아, 이제 나도 제대로 일할 수 있겠구나"

“좋았죠. 아. 이제 나도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겠구나. 제가 그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도 인라인, 마라톤 동호회도 하면서 한 마디로 오지랖이 넓었다고 해야 하나 그랬거든요. 사람들이 막 축하해주고, 축하 파티도 열고….”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대통령선거가 막바지인 12월 12일 공단 인사팀장이 성씨를 불렀다. “민주노동당원이냐고 묻더라구요. 그렇다고 하니까, 이번에 정규직 전환이 안된다는 거예요.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인사팀 사무실이 공단 14층인데 성씨가 일하는 13층까지 어떻게 내려왔는지 몰랐다. “발이 둥둥 뜨더라구요. 악몽을 꾸는 것 같더라구요”. 인터뷰를 위해 처음 만났을 때 웃음띤 얼굴에서 어느새 눈물이 흘렀다.

“동료들 붙잡고는 나 좀 살려달라고 했어요. 어떻게 해서 정규직이 되는 건데.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도 아니잖아요. 이미 내 자리도 다 확보해놨다고 하면서, 정원도 마련했다고 하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했어요”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날인 12월 19일 인사팀장은 성씨를 다시 불러 정규직 전환이 안되는 것은 물론 12월 31일로 해고된다는 최후 통첩을 받았다. 이유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정당 가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이상한 사내 규정 때문이었다.

성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즉시 부당해고구제신청을 내는 동시에 국가인권위원회에도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직원은 정당원이 돼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인권침해에 해당된다고 진정했다.

아주 당연하게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도 성씨가 부당해고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공단 측에 관련 규정을 고칠 것을 권고했다. 모두 성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렇게 해서 6월 2일부터 다시 출근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공단에서 일을 안줘요” 해고되기 전에 발급됐던 컴퓨터 ID로는 공단 인트라넷에 접속이 안됐다. 비정규직이라며 인트라넷 접근 권한을 걷어갔기 때문이다. 그리곤 같은 사무실에 있던 동료들이 점심 시간이 돼도 밥을 먹자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복직은 했지만 공단에서는 아직 성씨를 동료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누가 공단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가?

“너무 힘들 때 같이 일하는 언니 한 분이 몰래 문자도 넣어주고 같이 밥도 먹어주고 그랬어요. 너무 고맙죠. ‘아 이 분하고 계속 같이 일하고 싶다’ 이런 생각만 했어요.”

성씨는 애초에 정원으로 확보된 무기계약직전환을 요구했다. “당연한 거잖아요. 그 자리는 저 때문에 만들어진 정원이에요. 지금도 비워 있으니까요” 그러나 공단은 10월에 접어들자 무기계약이 아닌 1년짜리 계약서를 내밀었다.

“계약할 수가 없죠. 정부 시책에 2년 이상 비정규직은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라고 했고, 이미 국무총리실까지 다 보고하고 채용하기로 해놓고 이제 와서 다시 1년짜리 계약을 하자는 게 말이 안되잖아요. 내가 무작정 우기는 것도 아니고 해주기로 해놓고 이러면….”

그러나 돌아온 것은 또 다시 해고였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제가 정말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언제 잘릴지 걱정 안하고 동료들하고 같이 즐겁게 회사생활하고 싶은 거예요”

성향아씨가 다시 울먹였다. “저 정말 재미나게 사람들하고 잘 지내고 일도 잘 할 수 있어요. 잘못된 것은 정부가 앞장서서 바꿔줘야 하는데 오히려 공기업이 이렇게 사람을 막 몰아세워서는 안되잖아요”

성향아씨는 다시 피켓을 들고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 출근한다고 한다. 1인 시위를 위해서다. 공단 측은 성향아씨가 공단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지침을 안지키고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공단 측과 여기에 저항하는 성향아씨, 둘 중 누가 과연 공단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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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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