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북주의-패권주의, 동전의 양면
    진보 양당 함께 할 '제3지대' 필요
        2008년 10월 23일 12: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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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이 제2창당으로 가는 길에 서있는 ‘평가’라는 관문들 가운데 ‘분당’이라고 적혀 있는 관문은 특히 주목을 끄는 문이다. 진보신당의 ‘진보정치 10년 평가토론회’ 5번째 순서가 23일 ‘민주노동당의 분당 과정’이란 제목으로 중앙당에서 열린다.

    제2창당 길 위의 ‘분당 평가’

    이날 발제문은 소위 ‘선도탈당파’의 주요 인물 가운데 한 명이었던 김형탁 진보신당 경기도당 위원장과 분당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대표적인 당외 인사인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의 발제문이 나란히 제출돼 주목된다.

    분당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은 당연히 대립된다. 김민웅 교수는 “민주노동당의 분당은, 기본적으로 진보정치 전체의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는 분열적 계기와, 진보정치의 진화를 경쟁적으로 도모할 수 있는 분화의 계기 모두를 가지고 있다”다며 이는 “이는 총선과 촛불정국을 통해서 입증되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민주노동당의 분당이 두 가지 계기를 가지고 있지만, 현 시점은 “이명박 정권의 파시스트적 공세와 민생의 불안은 진보정치 전체의 역량을 극대화시킬 필요를 절대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두 당 사이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형탁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의 실패는 현재 민노당에 남아 있는 자들의 실패가 아니라 민주노동당을 형성하고 운영해 왔던 모든 이들의 실패”이며 “오히려 더 정확하게는 진보정당운동 1기를 열었던 진보정당 좌파의 실패라고 하는 것이 옳다”는 점을 전제했다.

    그는 하지만 “자주파에게 당은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통일전선적 성격을 가진 정당이다. 이 말은 전략적 지위의 정당은 별도로 존재함을 의미한다. 통일전선형 전술 정당이기에 당은 장악해야 할 대상이고, 일당 당을 접수하면 노선의 패권적 관철이 우선시된다”고 밝혀 진보신당과 함께 하기 어려운 정당임을 분명히 했다.

    총선 결과, 분당에 따른 자충수

    김민웅 교수는 “나는 당시 분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고 이것은 오늘날에도 큰 맥락에서 변하지 않았음을 전제”한다며 “엄격하게 짚고 넘어갈 것은, 분당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이 곧 진보신당 창당 주체는 잘못했고 민주노동당은 잘했다는 주장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분당 자체가 가져온 현실은 그 책임규명의 차원을 넘어서서 계속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비판적인 것”이라고 말해 재결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분당이 분열적 계기가 됐다는 사실은 지난 18대 총선을 통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회찬/심상정 낙선은 분당으로 인한 역량 약화와 신생정당으로서의 불리함이 겹친, 분당사태의 결과라는 측면이 매우 높다”며 “이미 확보했던 고지마저 잃게 되었던 것은 정치적 손실임에 분명하고 ‘분당에 따른 자충수’라는 뼈아픈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촛불정국에서 진보정치의 대중성을 상대적으로 보다 넓고 깊게 확보한 쪽은 진보신당”이었다며 이 같은 사실이 분당의 진화 또는 분화 계기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촛불정국이 확인시켜 준 시민 민주주의의 자율성, 정치문화의 축제성, 다양한 가치의 무대, 미디어 소통의 진전된 양식에 대한 대중적 주도권은 민주노동당보다는 진보신당이 활력을 가지고 확보해나갔다고 할 수 있다.”며 “특히 칼러 TV의 등장은 진보신당의 이미지에 중요한 기여를 했으며 “젊은 진보”의 실체를 만들어나가는데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촛불 정국은 분화 측면을 설명해줘

    그는 이어 민주노당은 “강기갑 의원 한 사람에게 과도한 의존을 해버린 모습을 보여, 민주 노동당의 역량이 다양하지 못하며 대중적 지지를 넓혀가는 능력이 자칫 빈곤하고 왜소하다는 인상을 주는 측면도 결과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권에 맞선 진보진영의 단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분열과 분화의 상호 모순을 넘어서는 방향선택이 절실해진 것”이라며 “앞의 문제는 연대로 풀고 뒤의 문제는 서로 창조적으로 자극하고 배우는 자세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진보적 중심론(radical center)’을 내세웠는데 김 교수는 이는 “가장 대중적 관심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현안을 가지고 이들의 삶을 개선시켜나가는 끈질긴 쟁투를 해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진보적 중심론’을 실현시켜나가려면 우선 분당의 긴장을 겪을 수밖에 없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함께 모일 수 있고 어느 쪽도 일방적 주도자가 되지 않는 ‘제3지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최근 반이명박 전선의 거점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민생민주 범연대’를 사례로 들기도 했다.

    그는 이와 함께 진보진영의 대연합을 넘어 민주당과 진보적 시민운동 전체의 정치적 결속을 추구하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종북주의와 패권주의는 동전의 양면

    김형탁 위원장은 “두 개의 진보정당이라는 현재의 정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축을 삭제 한 채 횡단면으로 잘라 보아서도 안되고, 또 단지 두 개의 정당이라는 협소한 틀로 사고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정세는 진보의 재구성(이 표현은 주체의 문제에서 보기 때문인데, 실은 진보의 재구성은 전체 세력의 재구성을 전제하는 것이다)이라는 관점을 통해서만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2007년 대선이 한국사회의 정치구도를 보수-자유-진보(또는 수구-보수-진보)의 삼분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으나, 민주노동당의 실패로 이것이 무산됐다며, 이는 87년 체제 청산의 무산과도 맞물려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체제 전환의 시기에 여전히 낡은 체제의 산물로 변화를 추동할 수는 없다”며 쇄신을 거부하고, 더 나아가 쇄신할 수 없는 구조를 가진 민주노동당의 위기는 “주류가 패권적 경쟁을 지속하는 한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이며, 패권주의는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종말을 선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신당파는 종북주의와 패권주의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패권주의가 나타난 주된 이유가 종북주의 때문이라고 보았다”며 “자주파에게 전략적 지위의 정당은 별도로 존재함을 의미며, (민주노동당은)통일전선형 전술 정당이기에 당은 장악해야 할 대상이고, 일당 당을 접수하면 노선의 패권적 관철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의 혼란은 진보의 재구성을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경로”라며 따라서 “혼란이라기보다는 창조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 발제는 김형탁 진보신당 경기도당 위원장과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윤리학) 가 맡았으며, 토론자로는 김영수(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최현숙(전 민주노동당 여성/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 이헌석(청년환경센터 대표), 김정섭(진보정치포럼 운영위원), 정종권(진보신당 집행위원장) 등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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