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정당은 생태주의 지향할 수 있나?
        2008년 10월 22일 05: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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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처럼 시민운동가들에게 이념적 정체성의 혼란이 있을 때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필자의 이념적 정체성 혼란을 시민운동가들 전반에 비유하는 것이 과도한 해석이긴 하지만, 적어도 필자가 알고 있는 환경운동가들 한테서는 그러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난 과연 진보적인가? 난 학생운동을 했기 때문에 진보적이어야 하는가? 진보의 이념이 과연 내 인생의 절대 철학으로 가져야 하는가? 사실, 이러한 고민은 시민운동 초창기에 많이 갖고 있었는데, 일상에 지치고 늘 현장에서 발로 뛰다 보면, 특별한 고민 없이 그냥 세상에 묻혀 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지친 일상이 잊게 한 고민들 

    갑자기 이러한 화두를 던진 이유는 얼마 전 진보신당의 제2창당 준비를 위한 토론을 대전에서 개최하면서, 정치적인 감각이 덜 예민한 필자를 생태적 측면에서 의견을 달라며 패널로 초청을 했기 때문에 잠시 한번 내 일상을 돌아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토론은 진보신당의 장석준 정책실장이 진보신당의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생태, 연대, 평등, 평화를 꼽고, 이러한 모든 이념과 철학이 민주주의 원칙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발제를 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조금은 진부한 내용이지만, 우리가 다시한번 되새기고 항상 잊지 말아야 할 우리 사회의 원칙이기 때문에 반론의 여지는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정말로 소중한 각각의 가치가 때로는 상충되고, 갈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진보신당이 어떻게 그 소중한 가치들을 실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됩니다. 

    필자는 시민운동가로서 특정 정치집단을 조직된 당원으로서 지지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시민운동가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해묵은 논리 때문만은 아니고, 진보의 시각을 가지면서 접근 방식이 좀 다른 정치집단 속에서 필자의 정치적, 이념적 정체성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의 이념적 사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그냥 사람이 좋아 가끔씩 회비도 내고 행사 때 참여하는 정도입니다. 그래도 이번 진보신당 토론회에 지정 토론자로 참석해 몇가지 의견을 제시했는 바, 그 때 못한 이야기를 생태의 측면에서 필자의 원론적 의견과 진보정당들에게 한두 가지 제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생태주의를 지향할 수 있을까 

    생태적 가치는 진보신당이 내건 이념적 가치인 평등(자연과 인간), 평화(공생), 연대가 가능해야 해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21세기에서는 생태주의를 배제한 그 어떤 정책과 비전도 국민들로부터 신망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생태주의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은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자는 가치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인간이 자연을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아닌, 자연과 공생하기 위해 인간들의 욕심을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연으로부터 인류에 필요한 무언가를 찾아내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 사회구조에서 노동자들은 과연 생태주의를 지향할 수 있을까요?

    노동자, 서민, 사회적 약자층의 권익보장을 위해 창당한 진보정당이 그러한 이념과 철학을 어떻게 조화시킬수 있을 것인가가 고민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변화를 두려워하는 보수적 개념의 자연생태주의, 그 일부로 살고 있는 인간들 역시 보수적입니다.

    생태계 구조에서 적자생존, 강자만이 살아남는 본능적 무한 경쟁의 자연과 인류의 역사를 공생과 평화, 평등의 가치로 바꾸기에는 아마도 불가능 할 것입니다. 일정 교육을 받은 사람의 경우, 평등과 평화를 지향하는 머릿속 가치와 남보다 좀더 잘 살기 위해 몸부리치는 현실의 괴리속에서 혼란스러울 때, 과연 진보정당은 어떠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까요?

    이와 비슷하게, 환경단체에 가입한 회원이 녹색의 이념을 갖고 출마한 정당이나 후보자를 선택하지 않고, 오히려 환경파괴를 일삼는 대중적 정당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그 환경단체 회원은 녹색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걸까요?

    다양성 인정과 진보정당의 힘

    이러한 혼란속에서 필자의 생각은 우리사회의 다양성을 부정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진보정당의 이념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좀더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진보정당이 대중성과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진보정당으로 대표되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사람들은 진보정당의 정당정책이나 이념적 가치를 지지하기 보다는 대중적 이미지가 크게 좌지우지 됩니다. 권영길 의원, 심상정, 노회찬 전 의원들 역시 태생은 진보정당이었지만, 그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당보다는 특정인물을 중심에 두었습니다.

    역으로 한나라당은 정반대입니다. 특정지역을 제외하곤 인물과는 상관없이 한나라당의 당적을 갖고 나오면 당선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을 지지한 사람이 모두 보수적이라 말할수 있겠습니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오랜기간 동안 힘을 키워온 한나라당의 대중적 신뢰도라 생각됩니다.

    노동자와 서민, 사회적 약자층을 대변하고 그들의 힘이 되어야 하는 진보정당의 가치는 매우 높게 평가합니다. 또, 한국사회에서 그들에게 가혹한 법과 제도, 현실을 극복하려다 보니, 진보정당은 네거티브한 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환경운동가로서 필자도 늘 그렇게 활동해왔기 때문에 더욱 이해가 잘 갑니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 만큼, 이젠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진보정당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다양한 법들을 제개정하고, 지역에서 대안을 찾는 풀뿌리 정치, 생활정치를 구현해 나가고, 조직된 대중을 넘어 일반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이렇듯 대중에 기반한 힘이 있는 정당으로 거듭날 때 생태, 평화, 평등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고, 다양한 집단들과 연대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찾아야만 합니다.

    다만, 한가지 우려가 되는 것은 정당 정치력과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면 제대로 커지기도 전에 분열이 되거나 혹은 커지고 나면 변질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도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겠습니까?’ 아직은 진보정당이 그렇게 커본 적이 없으니, 한번쯤은 힘을 결집하여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받은 후에 조심스럽게 다시 논의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환경운동가가 어설픈 정치 감각으로 몇 가지 생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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