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단한 일상을 끌어안자"
        2008년 10월 22일 04: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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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천의 과정에서 연대와 협력한다면 시대가 부르는 대안정당으로서 힘 있는 진보정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

    "언젠가는 큰 진보세력의 틀을 잡고 집을 지어서 그야말로 울어도 같이 울고 웃어도 같이 웃는 상생의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지난 8월 21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의 취임 인사차 진보신당 중앙당사를 방문한지 정확히 2달여 만인 10월 21일, 심상정 대표의 출판기념식에서 다시 만난 진보양당의 대표들은 당시보다 한 걸음 더 다가서 진보진영의 단결을 강조했다.

       
      ▲ 심상정-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금민 전 사회당 대선후보와 김상희 민주당 의원 등이 심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정상근 기자)
     
     

    강기갑 "옛 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난다"

    이날 7시부터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진행된 심 대표의 출판기념식에 참석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축사를 통해 "심상정-노회찬 두 대표와 함께 17대 의정활동을 한 생각을 하면 자꾸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나오려 한다"며 "당시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국보법, 쌀 문제 등 사면초가에서 외롭게 투쟁해, 지금도 한 식구라는 마음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어 "진보신당을 찾아, 자기 논에 물꼬를 대기 위해 물길 정비를 많이 하는데 서로 자기 논에 물꼬를 댄다고 급급하지 말고, 뚝이 무너져서 마을을 쓸어 버리려고 하는 상황이니 함께 가서 큰 집을 지어보자고 말했더니, 두 대표가 서로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응답을 해서 그게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반성 후 큰 집을 꿈꾸면 격변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각자의 길을 가지만 우리의 마음과 의지는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정권이 어쩌면 진보세력들을 빨리 큰 그림으로, 하나로 모아주지 않겠는가라는 희망도 가져본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어 "함께 올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가열차게 투쟁하자"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는 "새로운 진보정당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여성들에게 기회를 주고,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오늘도 공권력에 의해 두들겨 맞고 끌려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은신처가 될 수 있는 정치를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며 "관념과 주장을 넘어서서 지역 시민들의 삶에 밀착하는 정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땅의 노동자 서민들의 진보정치에 대한 바람이 바닥으로부터 흥건히 고일 때 진보정치의 큰 길을 갈 수 있다"며 "그 길이 고단하고 일상적인 수고를 요구하지만 그것을 기꺼이 끌어안을 때 지난 진보정치의 한계를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고단한 일상이 모일 때 진보정치 꽃필 것"

    심 대표는 "진보정치 진영의 단결과 연대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며 "민노당을 탈당하고 지역에 내려갔을 때 열에 아홉의 주민들은 ‘잘 했다’고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며 매우 가슴이 아팠지만, 요즘은 지역 주민 중 10분 중 8명은 언제 합치냐고 물으신다"고 ‘연대’를 강조했다.

    한편 이날 출판기념식은 200명에 가까운 지역주민과 당원,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이날 사회는  <밀애>, <발레교습소>를 연출한 변영주 감독이 맡았으며, 심 대표의 지역구인 고양의 은빛중창단이 찾아와 축하공연을 했고 패미니스트 밴드 ‘마고’의 보컬 강허달림씨의 공연도 있었다. 특히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가 깜짝 통기타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날 강기갑 대표와 함께 축사를 했던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냇물을 건널 때 한 발 한 발, 디딜 수 있는 돌멩이를 놓고 건너가는 것을 ‘혓돌 건너간다’고 하고 한 발만 돌멩이를 놓고 건너뛰는 것을 ‘질겅 건너간다’고 한다. 또한 두발을 물에 담그면서 뛰어드는 것을 ‘첨버덩 건너간다’고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백 소장은 이어 "우린 썩은 자본주의의 물살은 첨버덩 뛰어들어서 물길을 다스려야 하며, 오늘 심상정이 출판기념회를 하는 것은 이 물살에 첨버덩 뛰어들어 썩어 문들어진 자본주의를 엎을 때까지 앞장서 나가겠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한숙희 "이 책은 정치인 공보물이 아니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도 축사를 통해 "구로동맹파업을 보면서 굉장히 부끄럽고 슬퍼, 결국 다니던 약국을 때려치우고 여성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심 대표를 보면 항상 주눅들고 항상 희망찼고, 심 대표가 17대 국회서 맹렬하게 활동할 때 우리가 저런 여성정치인 가질 수 있구나, 너무 통쾌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학자 오한숙희씨는 서평을 통해 "이 책은 정치인들의 선거공보물이 아니라 여성을 넘어, 한 사람이 제대로 된 한국정치를 만들어 보려는 몸부림을 보여준다"며 "그 내용 자체로도 훌륭한 정치교과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마포구 당원 안성민씨도 서평을 통해 "선배 활동가가 후배 활동가에게 해주는 이야기들"이라고 말했다.

       
      ▲ 출판기념회 장면(사진=정상근 기자)
     
     

    노회찬 "인당수에 몸던진 심청이"

    한편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는 여는 인사를 통해 "나는 사실 심 대표의 부군인 이승배 선배보다 더 빈번히 심 대표 옆에 서 있는 사람인데, 내가 태어나서 잘한 일 중 하나가 심 대표와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내가 심 대표와 이 자리에 서 있다면 둘이 다해먹는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샀다. 

    노 대표는 이어 "심청전에서 심청이는 공양미 300백 석에 아버지 눈을 뜨게 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인당수에 뛰어 들었고 결국, 한참 뒤에 육지로 나와 결혼한 뒤 아버지를 만나서 눈을 떴다"며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이 얘기는 대우어패럴에 위장취업을 떠나던 심상정과 오버랩 되며 용왕이 심청을 물 위로 살려낸 것은, 민중의 염원이 심상정을 다시 일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어 "심상정은 민중의 바다에 투신했고, 또 국민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서 유력한 정치인으로 성장했지만 아직 우리의 심봉사는 눈을 뜨지 못했으며, 심봉사가 눈을 뜨는 것은 민중이 해방되는 것"이라며 "심상정과 진보신당은 심봉사가 눈 뜨는 날까지 달려갈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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