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쪽 팔린다 경찰의 날, 경찰은 각성하라”
    By mywank
        2008년 10월 21일 01: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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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저녁 경찰의 묵인과 방조 속에 용역깡패들이 기륭 농성장을 지키던 시민들과 분회원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에 대해, 기륭전자 분회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21일 오전 10시 반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 폭력만행 방조에 대한 경찰의 사과 △임국빈 금천경찰서장 등 기륭사태 책임자 처벌 △구사대와 용역깡패 구속수사 △폭력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 등을 요구했다.

       
      ▲경찰청 앞 기자회견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우리가 전두환, 노태우 그 놈들 때문에 이렇게 활동하고 다니는데, 우리나라 경찰은 있으나 마나야. 오히려 두 놈들이 대통령 할 때보다 경찰이 더 미친 것 같아.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서 그런가”

    회견 전부터 경찰청 앞이 소란스러웠다. 회견장 주변에는 전경병력 30여 명이 배치되어 있었고, 현장지휘관 한 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인권단체연석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래군씨에게 다가가서 “기자회견문을 확인하자”고 했다.

    이에 박 활동가가 강하게 항의하자,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민가협’ 서경순 회원이 경찰들을 보고 내뱉은 말이다. 현장에는 경찰의 날을 맞아 ‘국민과 함께 선진 일류경찰로 도약’이라고 적힌 홍보물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하지만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은 경찰에서 걸어놓은 홍보물보다는 회견 참석자들이 들고 있는 ‘기륭회사의 구사대냐, 경찰은 대답하라’, ‘쪽 팔린다 경찰의 날, 경찰은 각성하라’ 등의 피켓에 눈길을 돌렸다.

    “여기 나온 비정규 직원들의 소망은 소박해요. 단지 기륭에서 일하고 싶다는 거예요. 떼돈을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고, 집을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고, 누구를 찔러 죽이겠다는 것도 아니에요”

       
      ▲임기란 ‘민가협’ 전 상임의장이 경찰규탄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민가협’ 임기란 전 상임의장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마이크를 잡았다. 임 전 상임의장은 지난 15일 기륭농성장을 찾아, 용역깡패들에 의해 침탈당한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그는 흥분된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갔다.

    “예전에 경찰이 촛불행진을 하는 시민들에게 빨간 물, 파란 물, 노란 물을 뿌리더니 이제는 힘 없는 비정규 직원들의 농성장을 부수고 주먹질을 하는 깡패 놈들의 행동을 바로 앞에서 모른 척하고 있어요. 이 나라가 올바른 민주주의 국가면, ‘경찰의 날’인 오늘 모든 경찰이 사표를 내고, 어청수 청장은 혓바닥을 깨물고 죽어야 해요”

    ‘기륭 폭력사건’ 경과보고를 하러 나온 유흥희 기륭전자 분회원은 경과보고 대신, 농성장 폭력 침탈과 이를 묵인방조하고 있는 경찰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저희는 이미 목숨이 두 번 죽었어요. 2005년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계약해지를 당하면서 첫 번째 목숨을 잃었고, 단식을 하면서 두 번째 목숨을 잃었어요. 그리고 우리는 경찰의 방관 속에 깡패들에게 폭력을 당하며 지금 세 번째 죽음을 맞고 있어요”

    “어제 너무나 참담한 공권력의 모습을 보았어요. 시민들이 용역깡패들한테 집단 구타를 당하고 있는데, 바로 옆에 있던 경찰들은 이를 못 본 척했어요. 말리지도 않았어요. 또 동지 한 분이 눈을 크게 다쳤는데, 경찰은 구급차도 들여보내지 않았어요. 어제 정말 끔직한 하룻밤을 보냈어요. 악몽 같은 밤이었어요…”

       
      ▲’경찰의 날’을 맞아 경찰청 주변에 걸려있던 홍보물 (사진=손기영 기자)
     

    유흥희 분회원의 발언이 끝나자, 어제(20일) 밤 기륭전자 농성장에서 연행된 10여 명에 대한 접견을 요청했다가 경찰에 의해 거부당했던 민변 조영선 변호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어제 저를 포함해 민변 변호사들이 연행된 시민들에 대한 접견 신청을 했는데, 당시 현장에 있던 금천경찰서장은 비아냥거리며 이를 거절했어요, 이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거예요. 우리가 경찰에 바라는 것은 ‘노동자들을 편들어 달라는 것’이 아니에요. 최소한의 합리성, 중립성을 가져달라는 것이에요”

    오전 11시 반 회견이 끝나자, 회견장 주변에 있던 경찰병력들은 참가자들을 둘러싸며 경찰청 진입을 막았다. 참가자들은 이미 회견에서 ‘기륭농성장으로 바로 가봐야 하기 때문에, 예정했던 경찰청 항의방문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였다.

    순간 경찰의 과잉대응에 짜증이 난 한 참가자의 입에서 “역시 경창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민중에 대한 몽둥이야”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바로 옆에 있던 한 시민은 “요즘은 경찰은 자본의 지팡이지”라고 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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