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계급적으로" vs "더 대중적으로"
    2008년 10월 02일 06: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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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병호 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지난 2월 민주노동당을 탈당하면서 “민주노동당의 위기의 본질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현장에서 정치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당원은 없었고 노동자 대중은 대상으로 전락"했으며 "당이 노동자 당원을 당의 중심에 세우기 위한 재조직화의 노력을 게을리 하였다"고 진단했다.

2일 오후 1시부터 진보신당사에서 진행된 ‘진보신당 진보정치 10년 평가위원회’의 두 번째 평가 주제가 바로 이 부분, ‘진보정치와 노동자 정치운동-진보정당은 대중적 지지확대와 신뢰형성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였는가’였다.

   
  ▲토론회 장면(사진=정상근 기자)
 

진보정치 10년 평가위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대안을 만들기 전에 지난 10여년 간 진행되어 온 진보정당운동의 대중조직과의 관계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노동자 정치세력화’라고 일컬어졌던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과의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 

이와 함께 "노동자 계급 중심성이란 무엇인지?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가 다수인 상황에서 민주노조 운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노동자 정치운동의 방향이 무엇인지? 민주노총 및 한국노총의 정치방침의 공과와 방향이 무엇인지" 등도 논의됐다. 

정윤광 "진보 양당은 자본가 정당과 연합"

이날 평가토론의 쟁점은 선명했다. “노동자 계급 중심성을 더욱 강화하느냐” 또는 “보다 대중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하느냐”. 발제자인 정윤광 전 민주노총 정치위원장과 토론자인 박성인 노동자의 힘 중집위원은 전자를 강조했다. 김은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실패가 아닌 위기"로 진단하기도 했다. 

반면 발제자인 대안지식연구회 김원 연구원과 토론자인 한석호 노건추 집행위원이 후자를 강하게 주장했고 한재각 진보신당 녹색정치위원회(준)운영위원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정윤광 전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자본가 계급정당과의 연합으로 기울 것이며 우리는 사회주의 노동자 계급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우선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대중투쟁의 원칙을 세우고 다른 계급/계층과의 연대를 통해 활동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성인 노동자의 힘 중집위원도 ‘노힘’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평가자료를 소개하며 “대중조직과 당 운동은 상호 독자성이 인정돼야 하며 ‘반자본주의 변혁, 사회주의’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본 노선이 되어야 한다”며 “민주노동당의 ‘의회주의’도 결국 실패한 것이며 무엇보다 민주노조운동의 계급화, 정치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 "지역정치 주목해야"

반면 김원 연구원은 기존 활동가 중심의 노조 운동 대신 "노동조합-정당활동과 지역활동의 결합"을 강조했다. 그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지역정치 활동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존 노동자 운동이 자본과의 교섭력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지만 이제 지역을 단위로 연대를 구축하고 힘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석호 노건추 집행위원도 “노동계급 중심성의 핵심은 헤게모니에 있지만 지금 노동운동은 인민대중은커녕 노동계급 대중으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노동운동의 중심은 평등과 연대가 되어야 하며 민주노총을 넘어 민중의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주의 노동계급정당을 건설해도 이는 대중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재각 진보신당 녹색정치위원회(준) 운영위원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당위에는 동의하지만 노동자 계급 중심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정 위원장이 말하는 노동자 계급 중심성은 사회의 수많은 문제를 노동자-자본 계급 모순의 틀에서 해석하려는 환원주의적 오류를 낳게 한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김원 위원이 ‘지역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에 대해 크게 공감하며, 이 경우 사업장 안팎의 다양한 쟁점들을 매개로 ‘아래를 향한’ 사회적 연대를 형성할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녹색주의자로서 적록연대 실천의 공간이 지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은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실패’로 규정할 수는 없고 ‘위기’로 판단하는데 그 원인은 대공장, 정규직, 남성 중심의 사업을 지속한 때문이며, 당 활동에서도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에 민주노총에 두 가지 쓰나미가 몰려온다. 하나는 직선제이고, 다른 하나는 복수노조 문제"라며 "범좌파가 통합해 이 위기에 같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배타적 지지 비판

서부비정규센터 준비모임 이류한승씨는 “노동자정치는 노동자 당원들의 정치적 역량과 감수성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하는 모든 활동이라고 본다”며 “중요한 것은 촛불집회와 같이 문제적 개인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장투쟁과 노동자정치의 결합에 실패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당이 당원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민주노총의 정치적 선택이 민주노동당 내부 정치에만 머물렀다”며 “사안에 따른 지지는 있을 수 있어도 조직이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것인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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