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세화 '행복'을 말하다…열기 '후끈'
        2008년 10월 01일 11: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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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제가 처음엔 말을 잘 못해서, 나중엔, 괜찮아져요”, 조현연 마들연구소 부소장의 소개로 쭈뼛쭈뼛 연단에 나와 이렇게 말했던 그였다. 그러던 그가 강연 도중 점점 웃음을 터져나오게 하고, 깊은 공감의 끄덕임을 만들어냈다.

    강의실 넘쳐 의자 나르기 부산

    그러더니 마지막엔 “<한겨레> 구독신청서를 가져왔다. <한겨레>를 보시는 분들을 위해 <한겨레21> 구독신청서를 가져왔다”며 버젓이 ‘영업’까지 했다. 마지막까지 선물한 큰 웃음 한 방.

    10월의 첫날 노원의 밤, 서울북부고용지원센터에서 진행된 ‘노회찬 마들연구소’ 주최, 2번째 명사 초청 강연의 강사는 홍세화 <한겨레>기획위원이었다. 평일 저녁, "누가 강연을 들으러 오겠나"는 노파심과는 달리 자리가 모자라 마들연구소 사람들이 연신 의자를 나르고 있는 중이었다.

    지난 “이금희 아나운서 초청 강연 때 400여명 가까이 모였다”고 자랑하던 유성재 마들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강연회도 300명은 훨씬 넘었다”며 기분 좋아했다. 강의실을 가득 채우고도 넘친 이들의 열기에 강연장 안이 후끈 달아올라 에어컨도 소용없어 참석자들은 연신 부채질이었다.

       
      ▲강의장을 매워버린 홍세화 <한겨레>기획위원의 인기(사진=정상근 기자)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는 여는 말을 통해 “홍 선생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79년으로 다름 아닌 공소장에서 이름을 처음 보게 되었다”며 비장한 어조로 홍 위원을 소개하다가 “처음엔 이름만 보고 여자인줄 알았다”고 말해 청중의 ‘급’공감을 샀다.

    노회찬 "처음엔 여자인 줄 알았어요"

    노 대표는 이어 “홍 선생님은 톨레랑스, 즉 관용에 대한 고민을 한국사회에 던져준, 동사이자 늘 볼 때마다 새로운 형용사”라며 “오늘 한 번에 명사-동사-형용사를 모두 초청한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밤이 깊을수록 별이 더 빛나는 것처럼 오늘날 홍 선생님의 강의는 오신 분들의 마음에 더욱 와 닿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홍세화 기획위원의 강의 주제는 ‘홍세화의 행복-내가 본 프랑스, 다시 보는 한국’이었다. 20여년 프랑스에서 이주노동자 생활을 해왔던 그는 이날 프랑스의 사회안정망과 복지정책을 설명하면서 “한국에서 이런 것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 그리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가  “프랑스에서 처가 입원한 적이 있는데 우리는 원무과로 달려가는 반면 프랑스는 의사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돈 없다고 아픈 곳을 치료하지 않는 것은 좌우를 떠나 인간적으로 그래선 안 된다”고 말할 때, “둘째가 프랑스 파리1대학 대학원에서 공부하는데 돈이 하나도 안들었다”고 말할 때, 곳곳에서 동조와 아쉬움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홍 위원이 ‘이주노동자’였음에도 그런 혜택이 가능했던 프랑스 등 유럽의 ‘사회안정망’에 대한 설명이었다. 교육과 의료, 주거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홍 위원의 표현처럼 “오늘을 저당잡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사회에서는 왜 이런 사회안정망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일까?

    허접한 지배세력의 허접한 지배

    홍 위원은 이를 “제도교육에 의해 세뇌당하고 이런 혜택을 받아본 역사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문학에 대한 근원적 고민 없이 암기를 잘하고 정답을 잘 맞춰 지배세력이 된, ‘허접한 지배세력’들의 ‘허접한 지배’에 의해 제도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또 보수적인 미디어에 의해 관념이 형성”되면서 “20대 80의 현대 사회에서 그 80들조차 20을 위해 서로를 배반하고 있는 것”이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사진=정상근 기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홍 위원은 “그나마 20대 80의 사회를 이명박 정부가 10대 90의 사회로 이끌고 있다”며 “20이 그들 스스로 철저히 연대하며 서로 배반하지 않는 만큼 80도 서로가 서로를 배반하지 않도록, 여기 있는 사람들부터 열정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중동을 보는 식당에 가서, ‘아, 이 식당은 다 좋은데 신문이 좀…’이라든가, 미용실에 가서 ‘머리는 잘 자르는데 신문이 좀…’이라고 보다 열정을 가지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하는 ‘왜?’라는 질문을 죽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열정으로 서로를 설득해 나가 혹여나 ‘사회안정망’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빨갱이’라고 하든지, ‘재원은 어디서 마련하겠느냐’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자”며 “재원은 바로 저 20, 혹은 10이 가지고 있고, 이 정부는 그 10을 더욱 부자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은 주로 노원구 주민들이, 그 중에서도 넥타이와 하이힐을 신은 회사원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노회찬이 떨어지던 날 무지하게 슬펐다”는 한 40대 남성 회사원은 “홍 선생님의 강연을 들으면 정말 그런 사회, 눈앞에 잡힐 것 같은데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게 참 암담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 아주머니도 참여

    그는 “당장 직장 동료들도 이명박을 미워하면서도 진보정당을 대안세력으로 고민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정당활동엔 관심 없고 오로지 홍 위원의 팬이라서 찾아왔다”는,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한 여성은 “평소 홍세화 선생님의 책을 많이 봐왔다”며 “당 활동에는 관심 없지만 오늘 강연은 너무 좋았고, ‘이런 의식은 갖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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