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홍 “자네도 나를 낙하산으로 보나”
    박성제 “친정 망신 그만 두고 사퇴하세요"
    By mywank
        2008년 10월 17일 11: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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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전 8시 남대문 사옥 1층 후문 앞에서 벌어진 YTN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에 MBC 노조원 10여명이 지지 방문했다. 검은색 조끼를 입은 MBC 노조원들과 파란색 조끼를 입은 YTN 노조원들은 함께 자리에 앉아 “낙하산은 물러가라~”를 외쳤다.

    집회장 한편에는 감색 자켓을 입은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이 1시간 넘게 자리에 앉지 않고 있었다. 사회자가 박 위원장에게 자유발언을 권했다. 그가 마이크를 잡았다.

       
      ▲노종면 위원장 뒤로 노조원들이 각 언론사에서 보낸 지지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항상 YTN 동지들 볼 때마다, 회사를 떠난 ‘못난 선배’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지고 미안해져요. 솔직히 인물이라도 괜찮으면 받아주라는 말이라도 하겠는데…”(한숨)

    못난 선배 때문에 미안합니다

    “93년에 제가 MBC에 입사했을 때, 사장을 비롯해 ‘K대 인맥’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때 구씨가 ‘K대 인맥’의 중간 보스로써 막강한 영향력 발휘했죠. 술자리에서 후배들한테 ‘이 본홍이가 말이야~’라며 잘난 척을 하던 말버릇 때문에, 후배들이 그를 구본홍이 아니라, ‘이본홍’이라고 불렀어요”

    박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 누군가와 연락을 하던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이 전화를 급히 끊고 조합원들을 향해 “지금 구본홍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집회장에 모인 50명의 YTN과 MBC 노조원들을 일제히 ‘낙하산 반대’ 문구가 들어간 피켓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제(15일)는 5분, 어제는 7분…. 오늘은 구씨가 여기서 과연 몇 분이나 버틸지 한번 지켜봅시다”. 노 위원장이 농담 섞인 어조로 긴장감이 감도는 집회장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집회장 한 쪽에 몰래 숨어 노조원들의 집회를 지켜보고 있던 류희림 인사위원(YTN 대외협력국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구본홍 씨의 차량이 도착하자 진행을 가로막는 YTN 노조원들 (사진=손기영 기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립니까. 여기가 어디라고 와서…. 썩어 빠진 인간 냉큼 들어가시오. 어서요~”. 노종면 노조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큰 소리를 호통을 치자, 류 인사위원은 노조원들을 보고 잠시 비웃는 표정을 지은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오전 9시 20분. 구본홍 씨가 계속 현장에 나타나지 않자 노 위원장이 ‘깜짝 이벤트’를 제안했다 “010-8613-XXXX. 이게 구본홍 번호인데, 자기가 연예인인지 YTN에 온 뒤로 번호를 3번이나 바꿨어요. 여러분 구씨에게 지금 문자를 보내보면 어떨까요. ‘어서 돌아가시오’ 혹은 ‘제발 빨리 오시오’ 중 어떤 게 좋을까요.”(웃음)

    구씨, 전화번호 3번씩이나 바꿔

    하지만 노 위원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YTN 본사 후문 주변에, 50여명의 전경들이 배치되기 시작하며 구 사장의 출근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9시 27분 구본홍 씨의 검정색 에쿠스 승용차가 현장에 도착했고, YTN 조합원 4~5명이 승용차 바로 앞으로 달려가 진행을 막았다.

    구본홍 씨는 차량에서 내려 조합원들을 잠시 지켜보더니 본사 후문 쪽으로 향했다. YTN, MBC 노조원들은 일제히 “위선자는 물러가라~”를 외치며 그의 출근을 저지했다. 이어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이 구본홍씨 앞으로 다가갔다. 

       
      ▲출근저지 투쟁장에서 마주친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왼쪽)과 구본홍 씨 (사진=손기영 기자)
     

    큰 소리로 울려 퍼지던 구호소리도 잠시 숨을 죽였다. 그리고 집회장의 모인 50여명의 노조원들은 두 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했다. 박성제 위원장은 구씨를 주시했지만, 그는 박 위원장과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박성제= “친정 망신시키지 말고 어서 돌아가시죠. 길거리에서 이런 추한 꼴 보이지 않는 게 MBC 후배들을 돕는 길인 거예요”

    구본홍= “설명 안 해도 무슨 내용인지 잘 알잖아. 내가 알아서 해결할 문제야”

    "특보출신이잖요, 돌아가세요"

    박성제= “오죽하면 MBC 후배들이 이곳까지 나오겠어요. MBC 대선배로 마지막 명예를 지켜주세요. 돌아가시고 어서 사퇴하세요”

    구본홍= “내가 YTN의 정식 사장인데, 물러나라고 하지 마. 나한테 충고하지마. (잠시 침묵 후) 자네도 나를 ‘낙하산’이라고 보나”

    박성제= “네….(한숨) 대선특보 출신이셨지 않습니까. 어서 돌아가세요”

    구본홍= “…”

       
      ▲구본홍씨 뒤로 한 노조원이 낙하산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구본홍 씨는 박성제 위원장의 말이 끝나자,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잊지 못했다. 그리고 한숨을 크게 쉰 뒤, 다시 간부들과 함께 자신의 에쿠스 차량으로 향했다. 잠시 숨죽였던 YTN, MBC 노조원들은 다시 피켓을 들고 “YTN은 구본홍의 것이 아니다 썩 꺼져라”고 외쳤다.

    잠시 뒤 노종면 노조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구씨가 어제 고대 68학번 동문회에도 모습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는데, 창피한 걸 이제 본인도 아나 봐요. 아침부터 구본홍을 보니 거북하고 소화가 안 되는 분들이 많을 텐데 5초간만 함성을 질러보죠”

    “아~~ 아~~ 악~~ 아악~~”. 멀찌감치 사라지고 있는 구본홍 씨의 뒷모습을 향해 발사되는 YTN 노조원들의 목소리는 함성이 아니라 ‘절규’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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