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심찬 계획 '식품종합대책' 어디 갔나?
        2008년 10월 01일 04: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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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라민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정부의 오락가락 대응으로 힘든 건 국민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도대체 ‘먹는 문제’로 인해 어디까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걱정이다. 대통령이 그리 사랑해마지 않는 강부자들은 유기농에 산양유 드시느라 그다지 관심이 없을 수도 있으나 안심하지 마시라. 먹거리 안전 문제는 ‘고급’ 먹거리에도 적용될 수 있다.

       
     ▲멜라민 성분이 검출돼 전량회수된 해태제과 ‘미사랑 카스타드’ 
     

    이번 ‘멜라민’ 파동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다. 수입산 먹거리에 대한 안전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먹거리의 이동경로(Food Mile)가 길어지면서 먼 거리를 여행하여 오는 먹거리들은 몸단장을 하게 마련이다.

    보다 예쁘고, 단정한 모습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기 위해서 하는 ‘몸 단장’은 인체의 영향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다. 결국 수입 국가가 수입 과정은 물론 생산지의 단계까지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가 된다. 

    섭취 열량 50%가 수입산

    이번 멜라민 파동은 수입산 먹거리에 대한 문제를 환기시켰다. 그간 식품 관련 사고들을 보면 수입산 식품 사고의 건수가 근래들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섭취하는 열량의 50%를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은 2006년 기준 전체 수입량에서 30%를 차지한다. 95년에는 11%였다.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방식)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산 수입식품 부적합 현황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95년에 부적합 건수가 90건이었던 것에 비해 2005년에는 320건으로 늘었다.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다 사고도 끊이질 않는다면 무슨 수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

    꽃게 뱃속에 납덩어리가 들어온 이후로 도대체 나아진 게 무엇인가.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밀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해 항목에 대한 무작위 검사는 전체 통관 수입식품 중 2% 에 불과하다.

    중국산만 문제가 아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실려오는 먹거리들은 안전하다고 책임질 수 있나? 이런 건 결국 ‘개인’이 알아서 피해야 하나? 생선 가운데 토막 같은 세금 꼬박꼬박 가져다 바치는데 정부는 이런 거 하나 못해주나? 정부는 도대체 왜 있나? 알아서 골라먹으라고 하면 끝인가?

    합법적인 화학 첨가물만 423가지

    하지만 이놈의 나라는 ‘위험한 쇠고기’는 ‘안 먹으면’ 된다는 말로 무시해주는 정도의 마인드를 가지셨다. 국민들의 ‘안전’을 ‘개인적 회피’로 치부하고 있는 정부에게 무얼 기대하는가.

    미국산 쇠고기는 미국 사람들도 먹고 교포나 유학생들도 다 먹고 있어서 안전하다고 하는데, 타르계 색소인 적색2호나 황색4호는 미국에서 인체유해성 때문에 금지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쓰나? 평소에는 미국식 기준 좋아하다가 이럴 땐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든다. 역시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100일 넘게 국민들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촛불을 들고 ‘안심하고 먹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먹기 싫으면 먹지마’ 였음을 기억하면 이 정부에 ‘식품안전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온갖 먹거리가 지뢰밭이다. 농약과 항생제에 버무려지고, 수백 수천가지의 화학첨가물을 넣어서, 온갖 이상한 가공을 통해, 먼 거리를 돌아돌아, 비싸고 화려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놓여있는 이 음식들에 대해 우리는 대부분 알지도 못하고 알기도 어렵다. 먹기 싫으니 우리가 피할 수 있게 정보라도 제대로 알려줘야 할 것 아닌가.

    아질산염나트륨이니 안식향산나트륨이니 L-글루타민산나트륨이니 하는 어려운 용어들이 적힌 포장재의 뒷면을 보면 한숨부터 나오지만 그마저도 빈구멍이 숭숭이다.

    커피 전문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커피 크리머는 식물성 유지, 유화제, 증점제, pH 조정제, 착색료, 향료로 만들어진다. 우유 비슷한 그 무엇은 단 한방울도 안들어간다. 이마저도 큰 포장재에 씌여 있을 뿐 작은 낱개 포장에는 적혀 있지 않아 소비자들은 알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첨가물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그 물질이 남아있지 않으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비타민 E나 차 추출물이 들어갔다고 좋아하지 말자. 순기능도 있겠으나 이것이 식품에 들어가는 이유는 ‘산화방지제’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탄산칼슘은 골조직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탄력성을 높여 씹는 느낌을 좋게 하지 위해 들어간다.

    식품표시법에는 같은 용도의 첨가물은 일일이 명칭을 기재하지 않고 용도명 하나만 표기해도 무방하다는 규정이 있다. 일일이 화학 첨가물을 나열하지 않아도 pH조정제라는 표시면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고기를 잴 때 간장을 사용했다면, 간장에 들어있는 첨가물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생산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 약품도 완제품에 남아있지 않으면 표시할 의무가 없다.

    비슷한 사고, 늘 같은 대책

    정부는 야심차게 ‘당정합동 식품안전 +7’를 내놓았다. 이름은 그럴싸하지만 내용은 식상하다. 식품사고가 있을 때마다 하던 이야기 그대로다. 집단소송제는 이번까지 총 4번 정도 언급했다. 한때 한나라당은 기업피해를 이유로 집단소송제를 반대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정당답다.

       
      ▲지난 26일 이명박 대통령이 식약청을 ‘전격 방문’해 멜라민 사태에 대해 보고받고 있다 (사진=식약청)
     

    먹어서 탈난 국민보다는 역시 기업이 우선이다. 2003년 학교급식 비리가 터졌을 때는 안전평가가 끝나지 않은 8개 식품첨가물을 사용금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업계 피해가 우려된다며 사용이 허가되었다.

    집단소송제 뿐인가. 식품안정행정 일원화는 지겹다. 지난 정부 시절 이해찬 총리가 ‘식품안전처’를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3.1절날 골프치다 걸려서 식품안전처 논의는 물건너 갔다. 식품안전 행정 일원화가 안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부처간 이기주의’라 불리우는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의 싸움 때문이다.

    우리나라 식품안전 관련 업무는 7개의 정부부처(농림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국세청, 산업자원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다. 환경부는 먹는 물을 관리하고, 국세청은 주세법에 의거 주류업체의 지도와 단속을 담당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육함량 50% 이상, 유함량 3% 이상만 농림부의 소관이다.

    결국 멜라민 사태도 식약청과 농림부가 서로 떠넘기다가 터져버린 사건이다. 초기에 식약청은 ‘사료와 분유의 문제’라고 농림부 소관이라고 했다. 농림부는 2007년부터 분유나 우유가 수입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결국 ‘손발 안 맞아 일 못하는’ 사태가 이번 파동의 주범이다.

    이명박 정부는 두 달 전에 야심차게 ‘식품안전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범정부 차원의 ‘식품안전사고 긴급대응단’을 꾸리겠다고 했지만 꾸려졌다는 소식은 알려진 바 없다. 아, 물론 불량만두 사건 이후 만들겠다고 했던 ‘식품안전정책위원회’는 만들어졌다. 회의는 한 번도 안했다.

    중요한 것은 대책이 아니라 ‘실행’

    이번 사고로 정부는 할 일이 많다. 정부가 많다고 느끼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간 계속 말만 했던 일들을 하나씩 단호하게 ‘실행’하는 것이다. 집단소송제나 행정일원화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사고 때 마다 등장했던 단골 레퍼토리다. 이번에도 말만하고 그냥 넘어갈 껀가?

    생산부터 소비까지의 일원화된 총괄적이고 장기적 시각의 안전대책이나 위험평가와 관리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외국산 먹거리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하라. 그거 하나만으로도 할 일이 많다. 생산단계부터 수입검역 그리고 유통과 소비 단계를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안전을 보장하려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새로운 ‘신상’ 저탄소 녹색성장도 밀어야 하고, 공기업도 세일즈도 해야 하고, 아파트도 지어야 하고, 전국에 도로망도 왕창 깔아야 하고, 미국 큰형님네 집 거덜나는 것도 걱정해야 하고, 강만수도 보호해야 하는 이 할 일 많은 ‘얼리 버드’ 정부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의문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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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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