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친 은행, 국민 돈으로 뒤치다꺼리”
        2008년 10월 20일 09: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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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우외환’

    한국 사회가 처한 지금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이 말이 될 것이다. 세계적 금융위기, 그에따른 국내 경기 침체와 시장 위기, 악화된 남북 관계, 쌀 직불금 논란까지…. 이 가운데 정부가 가장 먼저 ‘처방전’을 내린 것은 국제 금융시장 위기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살리기였다.

    하지만 ‘사고친 은행’에 또다시 ‘국민 돈’으로 뒤치다꺼리를 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규모의 ‘적정성’과 ‘효율성’, 은행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다음은 20일자 주요 조간신문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파산 직면 아이슬란드 ‘시장 무한개방의 실패’>
    국민일보 <농림부 인수위에 직불금 축소 보고 / 감사원 부당금 환수계획 중도 삭제>
    동아일보 <노정부 작년초, 대선후 문제될 사안 취합 / 작년3월 청서 직불금감사 직접지시 파문>
    서울신문 <은행 외화차입 3년 지급보증>
    세계일보 <은행 외화차입 3년간 지급보증 >
    조선일보 <”외채 1000억달러 지급보증”>
    중앙일보 <석탄서 석유뽑는 남아공 / 기술이 에너지 강국이다>
    한겨레 <은행 외화빚 1천억달러 정부가 지급보증>
    한국일보 <은행 차입 1000억불 지급보증>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국제 금융시장 불안 극복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서 달러를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국내 은행이 진 외화빚에 대해 1천억 달러(약 130조 원) 한도로 지급보증을 하기로 했다. 또 300억 달러를 은행권에 추가로 공급하는 한편, 한국은행이 국채매입 등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충분히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가 은행의 외화차입에 대해 3년 동안 지급보증을 해 주기로 했다는 것은 은행이 빚을 갚지 못하면 정부가 이를 대신 갚겠다는 얘기다. 보증규모는 내년 6월까지 만기가 되는 국내 은행의 달러빚이 800억 달러라는 점을 고려해 1천억 달러로 결정했는데, 정부의 지급보증은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으로 국회 동의를 받을 때까지는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지급보증을 대행하기로 했다.

       
      ▲10월20일자 한겨레 1면
     

    정부는 또 최근 주가폭락으로 ‘펀드런’까지 우려되는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해 3년 이상 펀드 투자자한테는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다. 적립식으로 장기 주식형펀드에 3년 이상 가입하면 분기별 300만 원, 연간 1200만 원 내에서 일정비율 소득공제를 해 주고, 3년간 배당소득에도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했다. 예를 들어 연봉 4000만 원인 직장인이 매달 50만 원씩 펀드를 적립하면 모두 36만 원의 세금을 덜 내게 된다고 한다.

    정부가 내놓은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대한 신문들은 대체로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변수가 많아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고, 특히 증시 반전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국민일보는 3면 <은행 대외채무 보증은 ‘유사’ 정부 통제 강화 흐름과 ‘차이’> 기사에서 “정부가 19일 발표한 금융시장 종합대책은 국제 공조 원칙에 따른 것으로, 세계각국이 예금보험을 강화하고 금융회사 도산 방지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구별된다”며 “대신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달러 수급문제와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은행의 대외채무를 보증하고 달러 유동성 지원을 늘린 것은 미국 유럽의 금융대책과 닮은 꼴”이라고 분석했다.

    “예금보장 확대 조치가 빠졌고 금융권에 대한 정부 영향력 강화하는 세계 추세와는 크게 차별”되고, “은행을 국유화하는 등 금융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세계적 흐름과도 다른 양상”이며 “정부가 기업은행에 1조원 규모의 현물을 출자키로 했으나 이는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목적으로 한 것이어서 선진국들의 구제금융 방안과 구별”된다는 것이다.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 짚은 경향신문

    4면 <은행 자구노력 없어 ‘도덕적 해이’ 키운다> 기사에서 경향은 “은행들이 별다른 자구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도 정부가 자금부터 풀어주는 식”이라며 “극도의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평가되지만 은행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10월20일자 경향신문 4면
     

    “외화 유동성 부족은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근본 원인이지만 은행들이 그동안 자산경쟁 차원에서 외화 대출을 늘리려고 해외에서 무분별하게 외화차입을 해온데서 비롯된 측면”도 적지 않고, “정부가 지난 2일 시중은행에 50억 달러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은행의 해외자산 조기매각, 외화예금 유치 등 자구노력을 강력 촉구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인데, 그럼에도 “은행들의 자구노력이 딱히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정부가 대외채무에 대한 지급보증을 해주고, 은행권에 300억 달러를 추가 공급하기로 하면서 ‘선(先) 자구노력-후(後) 지원’ 기조가 퇴색하게 됐다”는 얘기다.

    경제개혁연대도 “금융위기 상황을 초래한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페널티 부과를 생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중앙일보도 5면의 뉴스분석 기사 <정부 11년 만에 지급보증…사고친 은행 또 국민이 뒤치다꺼리>에서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결국 국민 부담”이라며 “사고는 은행이 쳤는데 뒤치다꺼리는 또 국민이 해야 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 10월20일자 중앙일보 5면
     

    “외환위기 이후 달라지지 않은 은행권의 경영 행태와 이를 방치한 당국의 감독 실패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은데 “외채의 만기 연장이 점점 어려워지자 결국 정부에 손을 벌리고 지급보증을 서달라고 매달렸다”는 것이다.

    중앙은 “세계 각국이 은행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금융 지원책과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대한 처벌이 동전의 양면처럼 진행된다”며 “금융회사들의 숨어 있는(장부에 나타나지 않는) 부실이 얼마나 되는지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했다.

    신문들은 이번 대책만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부족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각 신문들 사설 통해 "보완책·실물경제 대책" 요구

    환율을 방어하느라 시장에 찔끔찔끔 달러를 풀어내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방안이다. 문제는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이다. 실제 은행들이 자구 노력도 없이 정부에 손을 벌리고 나선 데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이들 은행에는 당연히 수수료나 금리 수준을 높이 적용해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

    정부는 증시 안정을 위해 적립식 장기 주식형 펀드에 대해 소득공제해 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증시에 10조 원 정도의 자금 유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될지는 의문이다. 요즘같은 장에선 하루에도 5~10%씩 깨지기 일쑤인데, 이런 정도 대책으로 증시가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보다는 증시의 연이은 폭락으로 펀드런(펀드의 대량 환매)이 일어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책을 세워두는 것이 현실적이고 긴요한 일이다.

    정부는 기업은행에 1조 원의 현물을 출자해 중소기업 대출 여력을 늘려준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금 경색이 심화되면 중소기업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경향신문 <금융 대책, 불가피하지만 보완책 마련해야>).

       
      ▲ 10월20일자 경향신문 사설
     

    이번 대책만으론 달러화 가뭄현상이 해소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라는 외부요인이 절대 변수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실물부문에서도 고강도의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닫힌 지갑’을 열게끔 소비심리도 부추기고 감세와 규제 완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속도도 높여야 한다. 이와 함께 미분양주택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재정 확대와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진작은 빠를수록 좋다. 선제대응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서울신문, <고강도 실물경제대책도 뒤따라야>).

       
      ▲ 10월20일자 서울신문 사설
     

    이번 조치는 금융시장의 패닉(심리적 공황)을 일정 부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우리 내부의 교란 요인도 미리 점검해 추가 위기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16만 채를 넘는 미분양 아파트와 이에 따른 건설업체의 연쇄 부도는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을 키워 금융권 전체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경기침체와 부동산 가격 폭락이 동시에 진행되면 5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재앙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번 주 나올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는 실물 경기의 급랭을 막을 실질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동아일보 <10·19 대책, ‘비 오는 날 우산’으로 충분한가>).

    외환보유액의 급속한 감소에도 대응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은행 해외차입에 대한 지급보증과 은행권에 대한 450억 달러 긴급 자금지원은 지금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조치이기는 하지만 외환보유액에 대한 불안감을 낳을 수도 있다. 은행 지원에는 일정한 대가(代價)가 따르도록 해 은행들이 무조건 정부에 손을 벌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실물경제의 급속한 추락을 막기 위한 추가 대책도 나와야 한다. 정부는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포함한 건설업 지원 방안을 이번 주에 내놓겠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경기침체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영세서민층의 생계 지원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내년 예산안도 이런 과제에 맞춰 대폭 조정할 수밖에 없다. 당장은 금융시장 안정이 정부 정책의 우선 과제가 돼야 하지만 이제부터 서서히 정책의 무게중심을 실물경제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조선일보 <1450억 달러 규모의 금융시장 안정대책 이후>).

       
      ▲ 10월20일자 조선일보 사설
     

    정부는 선진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 한중일 간 800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통화기금(AMF) 설립 등 국제 공조도 힘써야 한다. 실물경기까지 침체 수렁에 빠질 경우 수출둔화 속 내수위축, 투자부진, 일자리격감, 성장률 추락이 불가피하다. 시한폭탄인 부동산 부실 문제와 중소기업 연쇄 부도 위기를 타개할 실물 부문의 경기진작책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비상시엔 내수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정 확대가 불가피하다. 규제 완화로 투자의 불씨도 살려야 한다. 물가안정에 집착한 채 위기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한은도 과감한 금리정책으로 금융시장이 깨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한국일보 <실물경기 진작책도 서둘러야 한다>).

    쌀 직불금 조사, 노 정권 공무원 청산용?

    쌀 직불금 문제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보고됐다는 점이 드러난 이후 지난 19일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농어촌비서관에 대한 감사결과 보고 사실을 공개하는 등 날마다 새로운 사실을 내놓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황식 감사원장이 “노 전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비공개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한나라당과 보수신문의 공격은 멈추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날도 1면 <작년 ‘직불금 추가감사’도 포기했다> 기사에서 “감사원이 작년 6월 20일 쌀 직불금 감사 내용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7월 초에는 부당하게 집행된 직불금을 환수하기 위한 ‘추가 감사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19일 밝혀졌다”며 “그러나 감사원은 20여일 뒤인 7월 26일 돌연 감사결과 비공개를 결정했고 8월엔 관련 자료 파일마저 폐기해 버려 ‘외압’ 의혹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파문을 확산시켰다.

       
      ▲ 10월20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은 또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감사원이 직불금 감사에 대해 초기부터 조율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청와대의 감사 개입 여부 및 정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도 했다.

    동아일보도 1면 머리기사로 <노정부 작년초, 대선후 문제될 사안 취합 / 작년3월 청서 직불금감사 직접지시 파문> 기사와 사설 <쌀 직불금 노 정권의 은폐가 화 키웠다> 등의 기사에서 쌀 직불금 문제를 노 전 정권 탓으로 몰아갔다.

       
      ▲ 10월20일자 동아일보 1면
     

       
      ▲ 10월20일자 동아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이날 9면에 게재한 <직불금 조사, 공직사회 인적청산 겨냥?> 기사에서 이색적인 분석을 내놨다.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쌀 직불금 부당 수령 문제에 대해 "공직사회 전반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하고, 한승수 총리는 17일 전수조사 실시를 통한 관련자 처벌 방침을 밝힌 점,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도 "공직기강을 다잡는 계기로 사용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하는 등 “여권 관계자들이 잇달아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천명하고 나선” 배경에는 “공직사회에 대한 대대적 개혁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 10월20일자 한국일보 9면
     

    특히 “여권이 한 목소리로 엄중 처벌을 강조한 데는 현 정권의 고위공직자 가운데는 크게 문제될 사람이 없다는 내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걸려 있긴 하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전 정권의 일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은 오히려 국민여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이 들어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일보는 “이 대통령은 정권 출범 초’얼리 버드'(EARLY BIRD)와 ‘노 홀리데이'(NO HOLIDAY)를 강조하면서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으나 쇠고기 파동과 촛불집회를 겪으면서 다소 풀어지는 분위기였다.”며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공직사회를 다잡겠다는 의미다. 현재 정권 핵심층에서는 공직사회가 최근의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도 느슨하고, 정권을 바라보는 시각도 처음 같지 않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쌀 직불금 의혹 국정조사 필요" 신문들 공통 견해

    이런 가운데 쌀 직불금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신문들의 공통된 견해다.

    <쌀 직불금 의혹 국정조사 필요하다>(경향) <직불금과 국정원 의혹, 정국파행 안 되려면>(한겨레) <정쟁 접고 직불금 탈법부터 바로잡아라>(서울) <쌀 직불금 파문 국조로 진상 규명해야?(세계) <직불금 파동, 국정조사 불가피하다>(중앙) <쌀 직불금 의혹 국정조사로 밝혀야>(한국) 등에서 신문들은 국정조사를 통해 직불금 논란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봉화 차관은 이르면 오늘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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