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파정치인 사생활 감시 프랑스 발칵
        2008년 10월 17일 09: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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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논객 진중권이 있다면 프랑스에는 올리비에 브장스노가 있다. 한 치의 사족도, 막힘도 없는 쾌변(快辯)과 독설로 모든 토론 프로에 초대받는 인기 패널인 그를 따라다니는 별명은 ‘토론계의 새로운 스타’이다.

    프랑스의 진중권, 올리비에 브장스노

       
      ▲ 올리비에 브장스노

    사실 거대 정당의 당수가 아닌 약소 극좌파 정당의 젊은 대표가 모든 공중파의 토론 프로그램을 장악하고 보는 이를 후련하게 만드는 이 기현상은 프랑스 내에서도 평범한 일은 아니다.

    2002년 프랑스 대선에서 28세 약관의 나이로 공산혁명전선(LCR)의 대통령 후보로 첫 선을 보인 현직 우편배달부 브장스노는 늘 모든 투쟁과 시위에 앞장서며 프랑스 시민들에게 자신의 인지도를 높여갔고, 확고한 관점으로 보수당은 물론이거니와 사회당의 자유경제주의 정책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했다.

    그는 이 같은 활동을 통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어내며 지난 2007년 대선에서 공산당을 제치고 좌파 정당 가운데에서는 공산혁명전선이 사회당 다음으로 많은 득표를 기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프랑스인 대상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을 대적할만한 가장 강력한 사람 1순위로 꼽히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2007년부터 현직 경찰과 공무원에 의해서 사생활을 감시당해왔던 사실이 밝혀져 프랑스 전역에 충격을 주고 있다. 14일 밤 저녁 뉴스 첫머리를 지켜본 프랑스 사람들은 이 사건을 ‘프렌치 게이트’라는 미국식 표현을 사용하며 당혹해 하고 있다.  

    브장스노 충격은 강력한 치안을 모토로 하는 사르코지 정부에 의해서 사용이 허가되고 배포가 시작된 전기총에 대한 반대에서부터 발단이 됐다. 지난 해 한 TV토론에 나온 올리비에 브장스노는 전기총 사용은 즉각적으로 금지돼야 하며, 이미 미국에서만 이 총기로 3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당황한 총기제조사 사장과 내무부 장관

    이어 엠네스티에서도 전기총 사용금지를 촉구하게 되자 전기총 제조회사인 SMP의 앙투완 디 자조 사장과 내무부 장관은 당황하게 된 것이다.

    지난 5월 브장스노가 자신과 가족들이 감시를 받는 것 같다며 이를 언론에 알리면서 시작된 조사에서 실제로 디 자조 사장을 포함한 11명의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브장스노 집 앞 약국을 사들여 상주한 1명의 전직경찰관과 7명의 현직경찰관, 1명의 세무관, 2명의 사립탐정이 개입돼 있다는 사실도 폭로됐다.

       
      ▲ 올리비에 브장스노

    내무부장관이 직접 나서 이번 사건은 정부와는 절대 무관한 일임을 밝혔지만, 내무부 내부 파일을 열람하고 은행계좌까지 조사가 가능하려면, 내무부의 동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상식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무리 큰 스캔들일지라도 그것이 사적 영역일 경우, 이를테면 대통령에게 숨겨진 딸이 있든, 영부인이 누드모델을 하든, 가수를 하든 타인의 사생활에 관해서는 절대 불문율처럼 존중하는 프랑스 사회의 전통에서 정치적 이견 때문에 젊은 정치가와 그의 아이들의 유치원까지 감시당했다는 것은 프랑스사람들에겐 충격이자 수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범반자본주의 정당 결성 중

    앞으로 범반자본주의 정당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당과 ‘공산혁명전선’의 해체작업에 나서고 있는 올리비에 브장스노는 15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비밀경찰의 치졸한 방식과 그 앞잡이들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며 관련자들을 고소했다. 

    프랑스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이 대형 정치 스캔들이 향후 프랑스 사회와 정국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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