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정치에 무관심 불성실 무능"
        2008년 10월 16일 07: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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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정치의 토대는 지역”이라고 말하면서도 진보정치는 그동안 지역에 무관심거나 지역 활동에 무능했다. 진보정당이 중앙정치와 거대담론에 빠져 있는 동안 지역은 ‘뉴타운’으로 대표되는 토건과 성장을 앞세운 보수정당들에 의해 점령당했다. 

    지역은 점차 황폐해져 가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에서 진보정치가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온통 보수적 담론뿐인, 지역사회에서 진보정당이 어떻게 해야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고 주민과 함께하는 풀뿌리 지방자치를 만들 수 있을까? 나아가 지역에서 집권세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사진=정상근 기자
     

    16일 진보신당 회의실에서 열린 진보정치 10년 평가의 네 번째 토론회 ‘진보정당의 지역정치활동은 진보적이고 대중적이었는가?’에 참가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역시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은 “어렵다”였다. 그들은 해법은 다양했지만 “지난 10년, 진보정치는 지역정치에 대해 무관심했다”는 평가는 비슷했다.

    "지역정당 도입 검토해볼 필요"

    발제를 맡은 황기룡 진보신당 강동구 추진위원장은 지난 10년, 진보정당의 지방정치 활동을 “무관심과 불성실”로 규정했다. 그는 이후 해법으로 “정치는 우리가 하고 시민단체는 ‘몸빵’만 한다는 ‘무임승차’를 버려야 한다”며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지방권력을 잡기 위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지역활동을 활발히 해야 하며 중앙당도 중앙정치에 대한 대응과 함께 지방에 대한 지원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위원장은 “지역 풀뿌리 시민사회단체 중 지방정치에 관심 있고 일정한 성과를 축적했으며 제도권 진출을 모색하는 그룹과 사업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지역정당 도입의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문성진 진보신당 인천시당 사무처장은 진보정당의 지역운동에 대해 “조직 구성과 운영이 대단히 방만하고 사치스러웠으며, 많으면 1년에 3번, 50여명의 사람을 뽑아야 하는 등 당내 직접민주주의의 과잉은, 활동력이 높지 않은 당원들이 많은 상황에서 더욱 악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동당은 5% 당원의 정당이었고 중앙동원식 활동구조여서 지역의 정치적 의제를 형성하지 못했으며 노동 정치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5% 당원의 정당 

    문 처장은 해법으로 “지역 당부의 목표를 확실히 세우고, 당원 수의 확대보다 열성당원을 발굴해야 하며 시당-자치구별 당 조직의 기능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원협의회를 현안 의제별로 조직해 조직을 운영해보자”고 제안했으며, “지역 노동운동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경섭 진보신당 마포구 당원협의회 위원장은 “그동안 지역정당의 역할에 대해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담론을 형성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며 이것이 가장 신기한 대목”이라면서 “때문에 지역에서 진보적으로 정치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역정치 활동가들이 팀웍을 형성하면서 정치뿐 아니라 노동, 생태, 여성운동이 어떻게 조직되고 발전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당원들이 전업 정치인이 아님에도 군사조직처럼 지침을 내리려고 하는 것을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진보신당 2010위원회 간사는 “지역 주민과 산업 특성에 맞게 도시를 재설계하고 모색해 원내 의제화로 이어져야 한다”며 “다양한 지역 현안과 쟁점이 고립적으로 진행되지 않게 지역조직은 현장과 지역을 연결하는 하나의 축이어야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진보적 지역정치 상 불분명"

    하승우 지행네트워크 운영위원은 “앞서 두 글(황기룡, 문성진 발제문) 모두 ‘진보적 지역정치’의 상이 분명하지 않다”며 “우선 그 목표와 의미를 분명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지역조직들은 이슈파이팅에만 집중하면서 주민 조직화에는 무관심했고 엘리트 의식과 남성 중심의 가부장 문화 등 진보정당의 활동문화도 진보적이지 못했다”이라고 평가했다.

    박기옥 전 민주노동당 울산북구 사무국장은 “지역 차원에서 집권을 위한 진보적 의정활동의 모델을 만들어야 하며 의정지원시스템을 보강하고 당직과 공직의 역할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지역 활동가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일단 이날 토론에 대한 평당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강삼천 당원은 “새로운 평가가 없다”며 “우리의 한계와 실체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했으며, 또 다른 당원은 “지역에서 경제적 싸움을 모범적으로 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정경섭 위원장은 “사실 지역활동가들 사이에서도 소통의 여의치 않았으며 오히려 서로 라이벌(?)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고 최진실씨의 사례처럼 활동가들이 걸릴 수 있는 우울증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하며 내부 소통을 더 자주 해야한다”고 말했다.

    활동가들과 우울증

    김경수 간사는 “수원을 걸어 다니고 있는데, 수원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꿈이 있어야 하며, 이 꿈을 가지고 주민들과 만나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재래시장을 살리는 운동, 사대문 안에는 고층빌딩을 제한하자고 제시해야 한다”며 “싸우는 이미지보다,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지방자치가 필요하고, 꿈을 만들고 파는 것이 지역정치"라고 강조했다. 

    최현숙 진보신당 성정치기획단장은 “주민들과 함께 지방자치 감시활동과 환경문제 등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진보정당은 이것의 성과만을 가져가려 했다”며 “보통사람들의 관심사 등을 다 듣고, 나누어야 한다. 지역정치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박김영희 공동대표도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던 때를 술회하며 “지역정치가 대부분 정상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에 입문하기 전 정치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었는데, 정치인들은 선거철이 되어야 장애인 단체를 순례하면서, 우리에게도 다가오고, 와서는 표를 요구 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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