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TN, 간판 프로 '돌발영상' 탄압, 왜?
    By mywank
        2008년 09월 26일 10: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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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정권이 달가워하지 않았던 ‘돌발영상’을 탄압하려는 사측의 의지가 명백히 드러났다”. 지난 25일 ‘돌발영상’ 임장혁 팀장과 정유신 PD가 ‘업무 방해’ 혐의로 남대문경찰서로 소환되기 전, YTN 노조가 발표한 성명 일부다.

    이날 YTN ‘돌발영상’은 제작진 3명 중 2명이 경찰조사를 받는 사태가 벌어지며, 처음으로 방송되지 못했다. 남대문서에 들어가기 전 임장혁 팀장은 “제작진들이 아침 일찍 나와 제작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25일 경찰소환과 때문에 역부족이었다”며 시청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임 팀장은 “YTN 사측과 경찰의 무책임한 조치만 아니었더라도, 오늘과 같은 ‘불방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측을 향해 경고했다. 

    YTN하면 돌발영상이 떠오를 정도로 ‘돌발영상’은 YTN의 간판 프로그램이자 효자 프로그램이다. 시청률 역시 뉴스에 비해서는 조금 낮지만, YTN의 다른 제작프로들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눈치를 보는 대표적인 꼭지로까지 자리매김된 프로그램을 회사는 왜 불방에 이를 정도까지 ‘방치’하고 탄압을 하고 있을까.  

    ‘마이너리티 리포트’로 눈밖에 나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그동안 방영된 ‘돌발영상’이 권력을 불편하게 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3월 7일 방영된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 이 꼭지는 ‘돌발영상’이 정권의 눈 밖에 나는 데 있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 지난 3월 7일 방송된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편
     

    이날 돌발영상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삼성 금품수수 인사 명단’을 발표도 하기 전,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미리 명단 내용을 언급하며 해명한 것을 영화 장면에 빗대, 풍자한 내용이었다.

    방송이 나간 뒤 발끈한 청와대는 YTN 측에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의 수정을 강력히 요구했고, 청와대의 압력에 못이긴 YTN은 바로 자사 홈페이지를 비롯해, 다음, 네이버 등 각종 포털사이트에 송고된 해당 동영상을 삭제했다.

    이와 관련 정유신 ‘돌발영상’ PD는 “당시 청와대에서 YTN 보도국장에 압력을 넣었으며, 제작진의 반대와 항의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YTN 홈페이지나 포털 등에 게시된 동영상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돌발영상은 이후에도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을 풍자하는 방송을 꾸준히 내보냈다.

    회사 의도적으로 제작 방해하는 듯한 모습도

    이와 함께 ‘돌발영상’은 이명박 정권을 풍자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구본홍 사장이 선출된 이후부터 ‘낙하산 사장 저지투쟁’을 벌이고 YTN 노조 조합원들의 활동상을 방영하기도 했다.

    지난 4일 ‘돌발영상’은 ‘방송 9월 3일’ 편에서 ‘낙하산 사장 반대 총파업 찬반투표’를 벌이고 있는 YTN 조합원들의 모습과 총파업의 필요성을 밝히는 노종면 노조위원장의 발언을 내보냈다. 이들의 투쟁에 무관심했던 YTN 뉴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그동안 쌓여온 ‘돌발영상’에 대한 사측의 불만은 결국 지난 24~26일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제작진은 24일 저녁 늦게까지 인사위 출석 때문에 대기해야 했으며, 25일엔 사측의 고발에 따른 경찰소환 때문에 제작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해 결국 ‘불방’됐으며, 26일에는 회사쪽에서 방송 제작시간인 오전 10시에 ‘인사위’ 출석을 요구하기도 했다.

    돌발영상 정유신 PD는 “오늘(26일)사측이 방송을 제작하는 오전 시간대에 제작팀을 ‘인사위’에 출석하라고 한 것만 봐도 ‘돌발영상’에 대한 사측의 생각을 알 수 있다”며 “이는 ‘방송이 안 나가도 상관이 없다’는 식의 태도였다”고 말했다.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은 “만약 사측이 의도 없이 이런 일을 했다면, 간부들이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고, 사정을 알고도 이런 일을 벌였다면, ‘돌발영상’의 제작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부서보다 징계 대상 많아

    임 팀장은 이어 “투쟁과정에서 돌발영상 제작팀들이 함께 나선 다른 조합원들과 다르게 행동한 것도 아닌데, 3명의 팀원 중 2명이 경찰소환을 받고 인사위에 회부되는 것은 타 부서와 비교해서도 징계 대상이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한편, 돌발영상팀의 임장혁 팀장과 정유신 PD는 이날 오전 ‘인사위’에 출석하지 않은 채 방송제작에 들어갔으며, 오후 2시 41분 돌발영상은 정상적으로 방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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