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노조 이번에는 희망이 있다”
    By mywank
        2008년 10월 15일 01: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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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삼성 SDI 울산공장 MD(모바일디스플레이) 사업부 소속 정규직 노동자 17명이 전국금속노조 울산지부를 찾아가 노조가입 원서를 썼다.

       
      ▲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이들은 지난 달 초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라는 자회사로 사업부를 옮기기 위해 전적 동의서 작성을 강요하는 사측의 요구를 거부했으며, 10월 초 이들 중 15명을 사측이 삼성 SDI 천안공장으로 발령을 내자, 금속노조에 가입하며 사측 조치에 맞대응을 했다.

    전적 동의서 강요 거부

    지난 1997년 삼성중공업 노조, 1999년 삼성생명서비스 노조, 2000년 삼성 코닝 사내하청업체인 아택 엔지니어링 노조, 2004년 삼성전자 사내하청업체인 애니스 노조, 2005년 삼성 SDI, 삼성 코닝 노조…. 그동안 삼성 노동자들의 노조 건설 의지는 ‘무노조경영’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삼성의 횡포로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15일 오전 <레디앙>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그동안 모두 실패했지만,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이번에는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의 경우에서 변화되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삼성 노동자들이 깨어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사규에 ‘3번 이상 무단결근을 하면, 해고조치’라는 내용이 있는데, 천안공장 발령을 거부하고 있는 15명의 노동자들은 이미 지난 13일 무단결근 조치를 받은 상태인데, 사측은 어떤 식으로든지 처벌할 소지를 계속 만들어 갈 것”이라며 “이에 맞서 지회 건설의 수순을 시급히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노조 설립과 관련해, 금속노조는 이미 삼성을 중점 사업장으로 선정한 상태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내부 주체들의 지지와 단호한 결의를 모아지고 선도적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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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김성환 위원장과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 삼성 SDI 울산공장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한 배경은?

    = 사측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 불안 때문이다. 이번 경우 9월 초 사측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라는 자회사를 세워, MD(모바일디스플레이)사업부 노동자 1,080명에게 전적 동의서를 강요하는 과정에서 발생되었다. 동의서에는 언제까지 고용승계가 되는지가 명시되어 있지 않는 등 근로조건이 모호했다.

    고용불안이 금속노조 가입하게 만들어

    사측은 9월 중순부터 전적을 거부하는 노동자들의 책상을 빼고 회의실에 격리시켜 일을 맡기지 않는 등의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결국 17명의 노동자들이 끝까지 전적 동의서를 거부하자 사측은 지난 10월 초 이들 중 15명을 삼성 SDI 천안공장으로 강제 발령을 냈다.

    2주일만에 천안으로 생활근거지를 옮기는 것이 힘든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부모님들이 편찮으신 사람들도 있었다. 근무지를 옮기기 전에 월차 내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필요한데, 울산뿐만 아니라 천안공장에서도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더 이상 회사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이들은 노조 건설을 통해,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보겠다는 생각으로 금속노조에 가입하게 되었다.

    – 삼성 노동자들의 금속노조 가입 의미는?

    = 그동안 노동현장의 민주화가 많이 이루어졌지만, 그 영향을 삼성 노동자들은 거의 받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근로조건으로 일한다는 착각도 있었고, 노동 문제는 사측에서 알아서 해결해 줄 거라고 기대하는 부분도 있었다. 또 ‘노조 건설은 불순하다’라는 인식도 널리 퍼져 있었다.

    ‘삼성노조’ 더 이상 금기 아니라는 것 확인

    하지만 세월이 지나다보니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도 터졌고, ‘무노조 경영’의 허구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내부 구성원들의 인식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드러내 놓고 금속노조를 찾아가 가입한 것은 의미가 있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삼성의 전 계열사 노동자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다.

    이번 울산공장 노동자들의 노조가입은 삼성 노동자들에게 노조가 더 이상 금기사항이 아니라는 것은 확인시켜준 사건이다. 삼성의 ‘무노조경영’의 실체가 벗겨지고 있으며, 삼성 노동자들이 깨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동안 삼성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에 모두 실패했지만,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이번에는 희망이 있다.

    -사측의 탄압이 예상되는데,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나?

    = 천안공장 발령을 거부하고 있는 이들은 지난 13일 사측으로부터 ‘무단결근’ 조치를 1번 받은 상태다. 이를 3번 받으면 사규에 따라 해고를 당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발령 거부에 따른 ‘명령불복종 행위’도 징계의 사유가 될 수 있는 만큼 사측은 어떤 식으로든지 처벌할 소지를 계속 만들어 갈 걸로 본다. 사측이 이들에게 개별적으로 전화해서 회유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지금 기자와 나누는 통화도 사측에서 감청하고 있을 걸로 본다. 그래서 대책을 말하기 조심스러워진다. 하지만 한 치에 흔들림도 없이 맞서 싸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금속노조에 가입한 상태이기 때문에 눈치를 볼 것은 없다. 사측에 맞서기 위해서 금속노조 울산지부 삼성 SDI 울산공장 지회 건설의 수순을 시급히 밟아야 한다. 17명의 노동자들과 같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금속노조, 삼성 조직화 대상 중점사업장 선정

    – 금속노조 차원의 대응은 어떤 것이 있나?

    = 노동조합 조직 문제와 관련해, 금속노조는 이미 삼성을 중점 사업장으로 선정해놓은 상태다. 노조설립을 위한 기금 혹은 활동비 등을 지원하면서 이 문제를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 금속노조에서는 당연히 삼성 SDI 울산공장 노동자들의 조직 건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향후 사측의 탄압에 맞서 노동자들의 조직 건설의 의지를 끝까지 유지해 갈지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 문제에 대해 금속노조도 나름대로 준비를 해왔겠지만, 내부 주체들의 지지와 단호한 결의가 모아지고 선도적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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