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불금 공무원들을 시베리아로
        2008년 10월 15일 11:22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공무원 4만 명, 산하단체와 공기업 임직원 6만 명이 쌀농사직불금을 받았다고 하니, 전체 수령자의 10%나 차지하는 셈이고, 역시 대한민국은 유구한 농업국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유구한 농업국가

    이 공복들이 농민 이외에는 농지를 소유하지 못하게 한 헌법이나 겸직을 금지한 공무원법, 쌀소득보전법 등을 어긴 것은 사실이지만, 농자천하지대본을 몸소 실천하고자 한 선의를 매도해서는 안 되겠다.

    세종 때 총리를 지낸 황희는 국본(國本)인 농업을 잘 알기 위해 유배를 갔을 때든, 공직에 몸 담고 있을 때든 손수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태조 이래의 조선 임금들조차 창경궁 내농포나 선농단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농민의 고통에 동참하려 하지 않았던가. 이번에 쌀직불금 받은 공무원 분들도 이런 민족 전통을 이어 애민애족하려 하였던 것이지 싶다.

    어떤 사람들은, 하필이면 땅값 비싼 서울 강남이나 과천에 땅을 사두었냐고 비꼬는데, 이 또한 격무에 시달리는 공직생활을 모르는 소리다.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변양균씨는 사랑하는 이를 만날 시간도 부족하여 애인 집과 청와대 양쪽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월세가 무려 560만 원이었다고 하니, 국민에게 봉사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려 했던 그 마음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쌀직불금 받은 공무원들 역시 출근하기 전이나 퇴근한 후에 짬짬이 농사일을 하기 위해 박봉을 쪼개 금싸라기 땅을 사들인 멸사봉공의 자세를 보인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농민에게 주어지는 토지 거래 혜택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하던데, 이것 역시 우리 나라 부동산 문제를 모르는 한가한 소리다. 땅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집 없는 서민들 설움이 그치지 않는데, 양도세 36%까지 합쳐질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조선의 벼슬아치들과 대한민국의 공무원

    공무원들이 가지고 있는 버블세븐 지역의 농지가 양도세를 제외한 싼 가격으로 거래된다면, 전국적 지가 안정을 이루는 계기가 되고도 남는다.

    몇 푼 되도 않는 쌀직불금 받은 게 조금 구차하긴 하지만, 이것 역시 선의로 이해해야 한다. 조선 때에는 전정(田政)과 환정(還政)에서, 근래에는 추곡수매에서 온갖 부조리와 부패가 발생하지 않았던가.

    쌀 직불금 정책에 어떤 제도적 결함이 있는지, 실제 현실에서는 어떻게 운용되는지 잘 알기 위해서는 책상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석영 선생은 종두법을 보급하기 위해 어린 처남의 목숨까지 걸었는데, 우리 나라 농업 발전을 위해서라면 쌀직불금 부정수급이라는 사소한 누명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이제는, 이처럼 멸사봉공하고 애민애족하는 우리 공무원들이 남 눈 속이며 계속 농사짓기는 어려울 듯하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우리 나라에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으므로 아무쪼록 농사일에 전념토록 공직에서 풀어주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좁아 터지고 공해에 찌든 강남땅에서 건강을 해쳐가며 농사일을 하지 않도록 하는 배려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요즘 우리 나라 기업이나 단체들이 시베리아나 몽골의 드넓은 토지를 임차하여 농사를 짓는다는데, 그곳 땅 수만 평 정도와 무상교환해주어 짓고 싶은 농사 마음껏 짓도록 나라에서 힘써줘야 한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