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 예비역 중사의 하소연과 분노
    By mywank
        2008년 10월 14일 05: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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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후 ‘촛불 예비군부대’가 서울시청 주변에 다시 모였다. 촛불문화제의 질서유지가 아닌 자신들에 대한 경찰의 과잉수사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과잉수사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이날 국가위원회에 제출했다.

    “유모차부대, 촛불자동차모임, 그리고 저희들까지…. 정말 억울해요”(한숨)

    이날 오후 2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시청 앞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은 차정현 예비역 중사는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더 내뱉을 한숨이 없었던지 그는 잠시 말문을 잊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예비군들 (사진=손기영 기자)
     

    “시민이든 경찰이든 누구도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거리로 뛰어나왔어요. 온몸에 피멍이 들어도 아픈 걸 참고 시민들을 보호했죠. 한편으로 ‘프락치’라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전의경들을 다시 본대로 돌려보내기도 했어요. 저희는 비폭력 실천하면서 평화로운 행동을 한 것 밖에 없어요”

    경찰한테 X새끼 소리 들은 예비역 중사

    차정현 예비역 중사는 지난 9월 30일 ‘경찰의 무전기를 탈취했다’는 이유로 서울 관악경찰서로 체포되어 경찰조사를 받은 뒤, 지난 1일 석방되었다. 그는 체포과정에서 경찰로부터 심한 욕설을 들었고, 수사과정에서도 ‘동영상 증거가 있다’는 경찰의 협박과 함께 허위자백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무 증거 없이 ‘제가 무전기를 빼앗았다’는 한 전경 진술을 근거로 체포했어요. ‘너 같은 X새끼가 하는 말을 어떻게 믿어’ 등의 말을 하며 연행했죠. 채증 동영상도 없더라고요. 결국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는지 이튿날 검찰에서 ‘통화기록 조회와 현장조사를 더 거친 뒤 다시 조사하라’는 수사지휘서가 내려오고 저를 풀어줬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김원재 예비역 병장도 붉게 상기된 얼굴이다. 그가 입은 예비군복 여기저기에 꿰맨 자국들이 보였다.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흔적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경찰수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달 30일 경찰에 체포되었던 차정현 예비역 중사 (사진=손기영 기자)
     

       
      ▲한 시민들이 휴대폰으로 예비군들의 회견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경찰이 있지도 않은 동영상을 들어가며 예비군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는데, 어이가 없어요. 가장 정확한 증거는 바로 촛불문화제에 나오신 시민들의 진술일 겁니다. 정말 저희가 어떻게 했는지 알고 싶으면 시민들한테 한번 물어보세요. 죄가 없으니 이젠 ‘꼬투리’까지 만들어서 촛불집회에 나갔던 사람들을 모조리 탄압하려는 것 같아요”

    이날 함께 기자회견에 나온 다른 예비군들도 ‘촛불 예비군에 대한 공안탄압을 중단하라’, ‘촛불 예비군에 대한 과잉수사 지시한 관악서장 즉각 징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이어서 지지 발언을 하러 나온 진보신당 최은희 대외협력실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없는 배후 캐내기 위한 공안수사

    “경찰에서 촛불 예비군을 수사한 이유는 명확해요. 지난번에 유모차 부대에 대한 경찰수사에 한 어머님과 함께 갔었는데, 6시간 조사 중 정작 본인에 대한 조사는 30분도 채 안됐고 나머지 시간은 ‘배후가 국민대책회의냐 친북좌파 세력이냐’ 등을 묻는 조사였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경우도 배후를 캐내기 위한 ‘공안수사’인 것 같아요”

    이날 회견에는 촛불 예비군들을 응원하러 나온 10여명의 시민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경찰 수사에 대해 항의발언을 하고 있는 예비군들의 모습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촬영하며 관심을 보였고, 이들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화이팅~”, “힘내세요~” 등을 외치며 격려했다.

       
      ▲차정현 예비역 중사와 임태훈 국민대책회의 인권법률의료지원팀장이 인권위에 제출할 진정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지난 6월부터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는데요. 일부 흥분한 시민들이 경찰의 방패나 무전기를 가져갔을 때, 예비군들이 경찰에 다시 돌려준 모습은 봤어요. 예비군들이 무전기를 빼앗았다는 말은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촛불문화제에 참여했을 때마다 예비군들에게 고마움을 많이 느꼈는데, 이번 일을 보니 정말 억울해서 못 참겠더라고요”

    예비군들의 회견을 지켜보던 ‘촛불 시민’ 무마드(닉네임, 37세)가 경찰수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회견을 마친 예비군들은 국가인권위 7층으로 올라가, 경찰의 과잉수사와 인권침해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경찰 과잉수사, 인권위에 진정

    진정서 접수를 마치고 예비군들이 1층으로 다시 내려오자, 인터넷카페 ‘촛불 예비군부대’ 회원들과 시민 20여명이 이들을 맞이했다. 김원재 예비역 병장은 “차정현이 취직되서 첫 월급 받으면 한 턱 쏘겠다고 합니다”라며 농담을 던지자, 회원들과 시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귀가하려는 차정현 예비역 중사에게 “혹시 다음에 경찰에서 조사받으라고 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그는 “제발 정확히, 확실하게만 조사해 줬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짧은 말을 남기고 회견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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