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면 쓴 힙합 구호 "일제고사, Say No"
    By mywank
        2008년 10월 14일 01: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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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경쟁 강요하는~ 일제고사 중단하라~”

    구호를 외치는 학생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방법을 몰라 주변 친구들의 행동을 따라하기 바쁜 학생, 박자를 계속 못 맞추는 학생, 가만히 멀뚱멀뚱 서있는 학생들, 친구들과 수다 떨기 바쁜 학생들까지….

       
      ▲학생들의 기자회견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한 학생이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일제고사 반대 청소년 모임 SAY NO’에서 활동하는 초중고생 50여명은 14일~15일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반대하며 학교에 가지 않은 채, 이날 오전 10시 서울시교육청 앞에 모였다. 시험을 거부하고 나온 학생들도 있었고, 이들을 지지하러 나온 학생들도 있었다.

    "일제고사보다 내 인생이 소중해요"

    하지만 어른들은 이런 학생들을 ‘데모꾼’들로 간주하며, 서울시 교육청 주변에 100여명의 전투경찰을 배치시켰다. 이것도 모자라 교육청 입구를 경찰버스 2대로 막으며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 사복경찰은 신분이 드러나지 않게 가면과 마스크를 쓰고 있는 학생들 앞에까지 가서 사진 채증 작업을 하다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제지당하자, “어른한테 말을 함부로 하지 마라”며 험담을 늘어놓기도 했다.

    “일제고사 SAY NO~ 등교거부 SAY YES~"

    어른들이 멀찌감치 물러나자, 학생들은 이전에 했던 ‘어른들의 구호’ 대신, 힙합 리듬이 섞인 자신들만의 구호를 다시 외치며 회견을 다시 준비했다. 회견장 뒤에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있던 중3 학생인 ‘따이루(닉네임)’와 고1 학생인 ‘은어군(닉네임)’을 만나봤다.

       
      ▲경찰은 이날 서울시교육청 주변에 100여명의 전경을 배치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가면과 마스크를 쓰고 나온 학생들 (사진=손기영 기자)
     
     

    따이루 = “2주 전에 중간고사를 봤고, 3주 뒤면 기말고사인데, 또 일제고사까지 봐야 하니까 정말 짱나요 짱나~. 내가 다니는 학교가 전국에서 몇 번째인지, 내가 전국에서 몇 등인지 굳이 알 필요가 있나요. 다른 학교하고 비교가 되면 교장선생님이 ‘학교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보충수업을 시킬 것 같아요” (한숨)

    은어군 = “대부분의 친구들이 일제고사를 보기 싫다고 말해요. 근데 어쩔 수 없이 시험을 보는 거예요. 선생님들이 ‘일제고사 안보면 무단결석 처리하겠다’, ‘시험 안 보려면 아예 학교 때려 치라’고 협박 하니까요. 상처받기 싫어서 보는 거예요. 전 시험을 보지 않고 여기 나왔지만 친구들의 마음은 이해해요”

    "무한경쟁은 무한고통"

    회견이 시작되자, 일제고사를 거부한 학생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다른 학생들의 지지발언이 이어졌다. 고3 여학생인 ‘앵건(닉네임)’이 마이크를 잡았다. ‘앵건’은 요즘 오락프로에서 자주 등장하는 ‘강조화법(같은 말을 두 번 반복)’을 동원하며 일제고사를 비판했다.

    “지금도 입시지옥이에요 입시지옥. 휴~ 서열이라는 게 한 번 생기고 그러면 쉽게 사라지지 가 않아요. 그거 ‘S 라인’ 말고 ‘서울대, 연고대 라인’ 같은 거 말이에요. 무한경쟁은 무한고통이에요 무한고통. 그래서 학생들이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거죠”

    이어서 ‘또또(닉네임)’가 마이크를 잡았다. ‘또또’는 고등학교 2학년 때인 작년 학교 교육을 거부하고 스스로 학교를 그만 둔 ‘탈학교 학생’으로 자칭 ‘학교 반대주의자‘다.

       
      ▲사진=손기영 기자
     
     

    “저는 학교가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학교는 인적자원 양성을 위해, 무한 경쟁이란 방법으로 학생들을 희생시키거든요. 어른들은 모르겠지만, 학생들에게는 고통이에요. 일제고사를 보는 당사자는 아니지만, 시험을 거부하는 학생들과 함께 싸우겠어요. 여기에 있는 공정택씨의 ‘미친 교육’을 몰아내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학생들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던 인권교육센터 ‘들’ 배경내 활동가와 문화연대 문화교육센터 나영 활동가도 마이크를 잡았다.

    학생들 거리 행진도

    배경내 = “교육당국은 상품가치가 없는 학생들은 챙기지 않아요. 상품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학생들만 신경 쓰고 챙기려고 해요. 지금 학생은 상품이고, 교육은 시장논리로 작동되고 있어요”

    나영 = “이 자리 나온 청소년들은 특정 단체의 사주를 받고 나오지 않았어요. 모두 자발적으로 등교를 거부하고 나온 학생들이에요. 등교 거부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행동이지만, 유럽의 경우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리 우파 정권이라도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아요”

    오전 11시 회견을 마친 학생들은 인도를 따라, 세종로에 있는 교육과학기술부 청사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학생들은 구호를 외치는 대신 ‘줄 세우기 시험 따위 꺼져버려’라고 적힌 스티커를 길목 곳곳에 붙였다. 하지만 학교에 있을 시간에 교복을 입고 시내 한 복판을 ‘거닐고’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주변을 지나는 어른들의 표정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한편, 이날도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전교조 서울지부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서울 시민모임’은 시험을 거부한 초등학생 6학년 학생 60여명, 학부모 80여명과 함께 경기도 포천에 있는 평강식물원으로 체험학습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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