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입니다"…"저흰 천주굔데요"
        2008년 10월 08일 11: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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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3일 진보신당 마포구 당원들은 마포 ‘민중의 집’ 회원들, 연세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영구임대아파트 빈곤실태 조사에 나섰습니다. 이번 조사는 빈곤사회연대 등이 함께 한 ‘생활임금 기획단’에서 준비한 실태조사로 결과는 10월 17일 ‘세계 빈곤 철폐의 날‘ 행사에 맞춰 발표된다고 합니다.  

    영구임대아파트 거주자 대상 빈곤실태 조사

    정부에서 지정한 터무니없이 낮은 최저 생계비(2008년 4인 가족 기준 1,265,848원)를 현실적인 수치로 바꾸어보고자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설문은 크게 사회보장제도의 해당 여부, 월소득과 월지출, 동거인 현황과 건강상태 등을 묻는 질문으로 이뤄졌습니다.

    당원 10명이 2인 1조로 짝을 지어 가가호호 방문을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연휴라 빈집이 많다는 것이 첫번째 난관이었고 또한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를 풀게 하고 집에 들어가서 설문 조사를 한다는 것, 그것도 소득과 지출에 관한 설문을 한다는 것은 무지하게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벨을 누르고 "안녕하세요~ 저희는 진보신당에서 생활 설문조사(생계비 설문조사)하러 나왔습니다"라고 하면 그다지 흔쾌히 문을 열어주시지는 않았습니다. 자는데 깨웠다며 짜증을 내시는 분, 관심없다며 열린 문조차 닫는 분, 안에 있으면서 없는 척 하는 분, 사람 대신 우리를 내쫓던 개 등 다양한 반응이 있었지요.

    그 중에서도 가장 황당했던 반응은 "딩동딩동 / 누구세요? / 안녕하세요~ 저희는 진보신당에서 생계비 조사하러 나왔습니다. 이번 생계비 실태 조사를 통해서 ….. / 저희 천주굔데요?" 저희 당원분들 중에 종교인의 포스가 느껴지는 분들이 있었나 봅니다.

       
      ▲사진 왼쪽이 마포 당원들이고, 오른쪽이 연세대학교 학생들입니다.(사진=민중의 집)
     

    "진보신당입니다"…"저흰 천주굔데요"

    그러나 저희에게 친절히 문을 열어주시는 가정도 제법 있었지요. 문을 열어주시면서 "이거 비좁은데 들어오시라 해서…" 라며 맘 편하게 맞아주시고, 돌아갈 때도 "이거 차 한잔 못드려서…"라고 말하는 주민들 덕분에 실태조사는 그럭저럭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한 가정 한 가정이 책 한 권은 넉넉히 쓰고 남을 수 있을 만큼의 사연을 좁다란 임대아파트에 꽉 눌러 채워가면서 산다는 것을 피부로 절실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가정들, 특히 노인 가정들은 생활수준으로 보나 소득수준으로 보나 생계보호를 받아야 함이 마땅한데도 별로 보탬이 안되는 장성한 자녀들이 있다고 해서 제외되는 경우가 너무 많더군요. "그렇다고 호적을 파버릴 수는 없잖아?" 하시던 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현실을 잘 나타내준다고 할까요.

    그리고 임대아파트라서 임대료와 공과금 등이 상대적으로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지출 중에 거주비용 지출이 높다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었습니다. 필요한 생계비를 묻는 질문에 "괜히 이런 이야기 하고 욕심부리는 것처럼 보이는게 아닌가 몰라?"하면서 한달 최저 생계비로 50만원을 말씀하시던 한 독거 할머니의 거주비용 지출은 20만원. 나머지 30만원으로 계속 사실 수 있을까요.

    "50만원 달라면 욕심인가?"

    가끔은 우리가 구청이나 정부기관 어디쯤에선가 나온 줄 아시고 눈을 빛내며 열심히 설명을 해 주시는 분들을 보았을때는 평생 들지도 않았던 ‘공무원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공인된 가난’을 인정받아도 근로소득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그나마 있는 혜택이라도 다 뺏길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러한 ‘실태조사’가 왜 필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람이 사람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 최저 생계비의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최저 생계비에 맞추기 위해서 최저 생계비를 벌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 하루빨리 최저 생계비가 현실화되고, 모든 저소득 가정이 그 사정에 맞는 합당한 지원을 받아 ‘가난의 경쟁’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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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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