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용역 폭력 난무…부상자 속출 '아수라장'
    By mywank
        2008년 10월 20일 09: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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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는 것은 폭력뿐이에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면 주먹과 발길질이 메아리처럼 돌아와요. 저들은 ‘계급 전쟁’을 선포했어요. 이제는 전쟁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지극히 인간다운 모습으로 저들의 도발에 맞설 거에요”

    눈 주위가 부어있는 인터넷카페 ‘함께 맞는 비’ 운영자 신현원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20일 아침, 카페 회원인 오 아무개 씨, 송경동 기륭공대위 집행위원장과 함께 용역깡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폭력침탈’ 규탄 집회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구호를 외치고 있는 김소연 기륭 분회장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새벽의 악몽이 계속 떠오르는지, 그가 잡은 마이크는 떨리고 있었다. 20일 오후 4시 가산동 기륭전자 농성장에는 용역 깡패가 다시 폭력을 휘둘렀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시민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규탄 집회가 열렸다. 신씨의 당시 상황 설명이 이어졌다. 

    “집회신고를 하고 오늘 아침에 이곳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사측이 스피커를 크게 틀어놓고 집회를 방해했죠. 우리가 항의하자 갑자기 용역깡패들이 저를 포함해 남성 3명에게 마구 폭력을 휘둘렀어요. 카페회원인 오씨는 철문 안쪽으로 끌려가서 집단구타를 당했죠. 이빨과 코뼈가 부러졌고 지금은 병원에 입원해 있어요”

    회사 안으로 끌려가 폭행 당해, 병원에 입원 중

    집회장에는 모인 시민들과 분회원들은 ‘폭력침탈 자행한 기륭자본 규탄한다’, ‘우리가 끝이면 기륭자본도 끝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이날 폭력 사건을 규탄했다. 또 기륭전자의 파란색 철문에는 ‘일터의 광우병 비정규직 철폐하라’고 적힌 스티커 수백 장이 붙어있었다. 

    “오늘 새벽 1시쯤에 인터넷 카페에 ‘용역 깡패들이 들어올 것 같다.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는 글이 떴어요. 마음이 편하지 않아 <아프리카 TV> 생중계로 새벽 4시까지 상황을 지켜봤지만, 금세 피곤해서 잠이 들었어요. 그런데 일어나니 ‘농성장이 침탈당했다’는 문자가 왔더라고요. 끝까지 지켰어야 하는데…. 정말 죄송해요. 정말요.”

    한국기독교청년연합 회원인 희원 씨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지고 오후 5시 반 경 집회가 끝나가자,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전경 100여명이 갑자기 집회장 주위로 배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회장 주변에 투입된 전경들을 몸으로 막고 있는 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기륭전자 담벼락과 본사 건물 옥상에서 카메라로 채증하고 있는 경찰 (사진=손기영 기자)
     

    시민들과 분회원들은 “합법적인 집회를 하는데, 왜 행패를 부리는 거야”, “당장 철수해라”고 외치며 강하게 항의했고, 전경들이 기륭전자 농성장 쪽으로 오는 것을 몸으로 막았다. 한 시민은 “경찰은 역시 우리의 편이 아니라, 자본의 편”이라고 말한 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전경들은 농성장으로의 진입을 막는 시민들을 방패로 밀쳤으며, 일부 흥분한 전경들은 시민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주먹질도 서슴지 않았다. 15분 뒤 시민들의 항의가 계속 이어지자 전경들을 잠시 병력을 뒤로 철수시켰다.

    한편, 기륭전자 정문 앞에는 10m 높이의 철근구조물(망루)이 세워지고 있었다.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이 용역깡패 폭력행위에 대한 항의표시로 올라갈 농성장이었다. 김 분회장은 고개를 들어 철근구조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입에는 연신 한숨이 새어 나왔다.

       
      ▲10m 높이의 철근 구조물 위로 올라가고 있는 김소연 분회장 (사진=손기영 기자)
     
       
      ▲구조물 아래에서 김 분회장을 응원하고 있는 유흥희 분회원과 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그동안 하도 목숨을 많이 걸어서 이제 걸 목숨도 없어요. 솔직히 10m 위에서 농성을 하려고하니 많이 힘들 것 같아요. 누구의 희생도 없이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우리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저 위에서 싸울 거에요”

    "이제 걸 목숨도 없다"

    김 분회장은 말을 끝내자마자 철근구조물 위로 올라가지 시작했다.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도 김 분회장의 뒤를 따라 10m 상공으로 향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철근구조물이 흔들리지 않게 아래에서 구조물을 붙잡았다.

    두 사람이 맨 위에 오르자, 철근구조물에는 ‘일터의 광우병 비정규직 철폐하자’라고 적힌 현수막이 펼쳐졌다. 김 분회장과 이 위원장은 10m 상공에서 “폭력침탈, 기륭전자 규탄 한다”고 소리 높여 외쳤다. 하지만 잠시 후퇴했던 전경 몇명이 철근구조물 아래로 다가와, 구조물을 흔들었다.

    이어 경찰 방송차에서는 “불법집회를 중단하지 않으면, 강제해산 하겠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시민들은 철근구조물을 흔들어 대는 전경들을 밀어내며 강력히 항의했고, 현장에 있던 시민 한 명은 경찰에 연행되었다. 그리고 기륭전자 정문 안쪽에 있던 용역 깡패 100여명이 순식간에 달려 나와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저항하는 시민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는 용역들 (사진=손기영 기자)
     
       
      ▲시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용역들에게 항의하고 있는 유흥희 기륭 분회원 (사진=손기영 기자)
     

    욕설은 기본, 용역깡패들은 주먹질, 발길질 그리고 주변에 있던 집기들을 사람들에게 마구 던졌다. 바로 옆에는 전경들과 현장지휘관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폭력행위를 말리기는커녕 밀리지 않도록 뒤를 받쳐주고 있었다. 또 깡패들에게 저항하는 시민들을 채증하기에 바빴다.

    용역깡패와 경찰의 합동작전

    “용역깡패와 경찰이 지금 합동작전을 펼치고 있어요. 방금 한 분이 경찰에 연행되었는데, 제가 그분이 연행되지 못하게 막으니깐 바로 용역깡패가 와서 주먹질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용역깡패 한 명이 시민들한테 밀려 넘어지자, 전경들이 바로 방패로 그 시민을 밀치더라고요”

    ‘강남성모병원 촛불연대’ 회원인 소나무(닉네임)가 붉게 상기된 얼굴로 현장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전경들은 김소연 분회장과 이상규 위원장이 농성중인 철근구조물 밑에서 스크럼을 짜고 있었고, 시민들과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에서는 용역깡패와 구사대들이 있었다. 구사대와 전경들 사이에는 시민 십여 명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발을 구르고 있었다. 

    순간 농성장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전경과 용역깡패 사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시민 8명이 경찰에 강제 연행되었기 때문이다. 강제 연행된 시민들은 기륭전자 정문 안쪽으로 끌려갔다. 이어 윤종희 기륭전자 분회원은 다급한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고 “지금 저 안쪽에서 다치신 분들이 있다. 119를 불러 달라”고 했다.

       
      ▲의식을 잃고 구급차에 실려가는 시민 (사진=손기영 기자)
     
       
      ▲부상을 입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시민 (사진=손기영 기자)
     

    잠시 후 현장에 119 구급차가 도착했고, 시민들은 경찰과 용역깡패들에게 “다친 사람이 있으니 길을 터 달라”고 외쳤지만, 경찰과 깡패들 꿈적도 않았다.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경찰은 할 수 없이 119 구조대원들의 정문 진입을 허용했고, 남성 3명이 들것에 실려 나왔다.

    한 남성은 눈 주변에 큰 부상을 입고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남성 2명은 얼굴 주변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의식이 있는 남성 한 명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차라리 죽어버릴래요"

    “철근구조물을 전경들이 흔들지 못하도록 잡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와서 저를 포함한 8명을 강제 연행한 뒤, 정문 안쪽으로 끌고 가더군요. 거기에는 용역깡패들이 있었어요. 깡패들은 저희들을 감금하고 마구 폭력을 휘둘렀어요. 그래서 얼굴을 다쳤고요. 부상자가 생기자, 경찰은 할 수 없이 연행된 사람들을 모두 풀어줬어요”

    밤 8시 10분. 시민들과 분회원들이 150여명이 계속 현장을 떠나지 않고 저항하자, 경찰은 재차 해산경고를 했고 이어 200여명의 전경들이 양쪽에서 시민들을 포위하며 진압작전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송경동 기륭공대위 집행위원장을 포함한 시민 6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결국 시민들은 전경들에게 밀려, 기륭전자 정문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제일모직 물류센터 건물까지 밀려났다.

    잠시 후 용역깡패들은 김소연 분회장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철근구조물 밑으로 달려가 구조물을 흔들며 농성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최동렬도 저를 죽이려고 하고, 경찰 그리고 깡패들도 저를 죽이려고 해요. 저 죽어버릴래요”. 참다못한 김 분회장은 울먹이며 10m 아래로 뛰어내리려고 했다.

    옆에 있던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밑으로 뛰어내리려는 김 분회장을 제지했고, 밑에서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도 울먹이며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다. 하지만 옆에 있던 용역깡패들은 울먹이는 김 분회장과 시민들의 모습을 보고 마냥 웃고 있었고, 경찰들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

    밤 9시 현재, 경찰은 기륭분회 농성장으로 향하는 길목을 봉쇄한 상태이며, 시민 50여명은 용역깡패들의 침탈에 대비해 김소연 분회장과 이상규 위원장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10m 높이에 철근구조물(망루) 주변을 지키고 있다. 밤 9시 45분 경 경찰과 시민들 간에 충돌이 다시 발생돼, 연행자는 10명, 부상자는 4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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