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치기 실패 후폭풍…"저질 코미디"
        2008년 09월 12일 11: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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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새벽 0시경,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불참한 가운데 예결위를 열어 정부의 추경예산안을 기습 통과시켰으나 대리 출석한 한나라당 의원 1명에 대한 사보임 절차가 완결되지 못한 상태에서 추경안 통과를 선언해 절차상의 문제로 인해 본회의 상정을 못하고 결국 추경예산 편성이 무산되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날치기 실패

    이 같은 소식을 들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강하게 반발하며 한나라당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향후 정기국회 파행이 우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홍준표 원내대표가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추경안 강행과 실패로 인해 정국에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앞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 등 3개 교섭단체는 11일 밤 늦게까지 정부가 제출한 4조8654억원에서 5977억원을 삭감한 4조2677억원 규모의 추경예산 편성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민주당 측이 한전 예산지원 등 일부 예산편성에 반발해 퇴장하면서 결렬되었다. 그러나 두 당은 50명 중 26명이 모인 가운데 결국 표결을 강행했고 결국 추경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26명 의원 가운데 원래 예결위원이었던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이 나오지 않아 대신 박준선 의원이 출석했는데 이에 필요한 사보임 서류가 추경예산안 통과 시간보다 뒤에 승인이 이루어져 결국 정족수 부족으로 추경예산안 통과가 무산된 것이다.

    본회의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160여명의 한나라당, 친박연대,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이 같은 소식을 듣고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했으나 김 의장은 절차의 문제를 강하게 따지고 들어온 민주당 의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결국 한나라당 의원들은 새벽 4시경 의원총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홍준표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의사를 밝혔다. 

    야당의 반발과 비판을 무릅쓰면서 까지 예결위에서 추경안을 통과시킨 한나라당은 거대 의석을 가지고도 어이없는 ‘실수’로 추경안 조차 통과시키지 못하며 깊은 내홍에 휩쌓였다. 홍 원내대표 뿐 아니라 임태희 정책위의장, 주호영 원내 수석부대표 등 한나라당 원내대표단 전원이 사퇴의사를 밝혔다.

    원내 대표단 전원 사퇴의사 밝혀

    민주당은 당초 서울역 광장에서 귀향인사를 겸해 최고위원회의를 가지려 했으나 급히 국회로 장소를 바꾸고 10시 의원총회를 개최하며 한나라당의 추경예산안 표결강행을 성토했고 민주노동당도 한나라당의 추경예산 강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예산안 날치기는 전두환 시대를 마지막으로 국회에서 사라진 일”이라며 “우리는 가능한 한 추가경정 예산안 뿐 아니라 민생 경제를 활성화 하는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에 협조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번 추경예산안은 내용에 있어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잘못된 것이어서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합의를 뿌리쳐 가면서 일방적으로 예산안을 처리하는 폭거를 저질렀다”며 “이는 의회민주주의 폭거이고 국회의 과거 회귀이므로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재발방지를 약속받아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시도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는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한나라당의 사과와 ‘날치기’ 재발방지 약속, 추석 후 추경안 원점에서 재논의, 불법추경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이한구 예결위원장 사퇴를 주장했다.

    민노당, 한나라 저질 코미디

    민주노동당 이정희 원내부대표도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예결위원인 이 부대표는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한나라당의 저질코미디가 이루어졌다”며 “기본적 절차도 지키지 않고 예결위의 정족수 확인도 없이 표결을 강행했으며 민주노동당에게는 본회의 소식조차 알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부대표는 이어 “어이없는 촌극으로 끝났지만 독재정권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날치기 미수는 민주주의 전면적 후퇴”라며 “한나라당은 외국인 주주들에게 수천억원을 배당하는 한전을 지원하자는, 건설경기를 부양하자는 사이비 추경안을 거두고 다시 짜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직후 예결위를 다시 열어 원점에서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계속 독재적인 국회운영 계속할 때 온몸으로 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신장식 대변인도 “한나라당은 이번 해프닝에서 야당과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정치력의 부재, 합의가 안 되면 언제든지 힘으로 밀어붙이는 천박한 민주주의관, 사보임이라는 국회절차 하나 제대로 밟지 못하는 무기력함, 당 보다는 지역구 챙기기에 여념없는 의원 이기주의, 당의 실수를 꼼수로 모면해보려는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구 등 한나라당의 총체적 부실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소위 ‘잃어버린 10년’ 동안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것은 권력이 아닌 ‘상식과 능력’”이라며 “또한 민주당은 집권 10년 공기업 사기업화에 몰두한 업보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결과”라고 말했다. 신 대변인은 “한심한 한나라당과 어정쩡한 민주당. 추석을 코앞에 두고 벌인 늦 여름밤의 해프닝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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