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의정비 인하 '주민조례' 만장일치
    2008년 09월 08일 06: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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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이 해냈다!”

이 말이 저절로 입 밖으로 터져 나올만한 일이었다. 30여명의 당원들과 주민들이 방청을 통해 구의회 운영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구호를 외칠 때만 해도 아무도 결과를 장담하지 못했다.

하지만 구의회 운영위원 소속 의원들이 전원 찬성발언으로 ‘구의원 의정비 인하 주민발의 조례개정안’이 원안 통과되자 방청 중이던 당원들과 주민들은 의회 방호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박수와 환호소리로 서로의 기운을 돋궜다.

주민, 당원들 박수와 환호

가슴을 졸이며 다른 구의원들의 발언을 경청하던 진보신당 강북구 최선 의원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14명의 구의원 중 겨우 한 명의 진보신당 구의원이다. 이번 의정비 인하 문제로 의정비 반납하고 일관되게 의정비 인하를 주장하다가 ‘제명’의 위기에 몰리기까지 했던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주 목요일(9월4일) 구의회 의장단과 주민대표단과의 간담회 당시만 해도 구의회 의장과 구의원들의 의견은 단호했다.

“행정안전부 가이드라인 처리도 있고, 다른 구의회 의원들의 눈치도 있고 그러니까 이번에 좀 봐주시죠.”
“부결시키기는 뭣하고 구의원들 전체의 의견은 ‘보류’하자는 겁니다. 박 위원장이나 주민대표님들께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마디로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겠다는 것이었다. 주민대표단으로 위장(?)한 당원들은 분노하기 시작했고 간담회 분위기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간담회 자리는 의원들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대표단의 성토장으로 바뀌었다. 분노의 목소리가 점점 더 고양되자 의장단은 서둘러 자리를 정리했다.

그러나 큰소리는 쳤지만 우리들의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온갖 고생을 다해가면서 주민 1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상정한 노력과 정성이 물거품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먼저 주민조례발의를 진행한 송파에서 운영위원회 ‘보류결정’이라는 덫에 걸려 속수무책 당했던 기억이 악몽처럼 떠올랐다. 아무리 많은 주민들의 의사가 확인되더라도 구의원들이 모르쇠로 일관할 경우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지역정치의 전형

송파의 악몽을 억지로 지우기라도 할 생각이었는지 간담회 자리의 마지막 발언은 이렇게 정리되었다. “어떻게 처리하든 그 뒷책임은 분명히 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송파처럼 그냥 수수방관하지 않을 거다. 이미 알겠지만 이번에 주민의사에 반하는 결정에 앞장선 의원은 진보신당에게 남은 임기 내내 시달릴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운명의 오늘, 구의회는 결국 주민들의 의사에 굴복하겠다는 뜻을 회의자리에서 밝혔다. 간담회 무산 뒤 진행된 아침 선전전, 길거리 플래카드 부착, 당원들과 주민들의 구의원에 대한 집단적인 압박전화 작업 등이 주말 동안 구의원들의 분위기를 바꿨음이 틀림없다.

나름대로 강북 갑,을 지역의 한나라당,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에 대한 정지작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당원들과 주민들의 관심과 감시가 아니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점은 분명한 일이다. 지난 2월 말 청원을 접수한 뒤 시작된 주민조례발의 대장정은 진보신당 강북구당원협의회의 ‘주민직접조직화’의 과정이기도 했다.

우리는 주민들의 분노와 불만을 조직하고, 이를 제도 개선이라는 목표를 향해 일관되게 모아낸 이번 일은 진보정당이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하는 ‘진보 지역정치의 전형’이라고 해도 좋다고 자부하고 있다.

아직 안심하긴 일러

이번 조례안이 통과되게 되면 작년 일방적으로 인상된 구의원들의 의정비가 주민들의 손에 의해 다시 인하되는 전국 최초의 정치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또한 창당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진보신당이 지역에서 어떻게 뿌리 내리고 있는지 보여주는 쾌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최선 구의원의 마음고생, 몸고생은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진보정당의 지방의원이 갖춰야 할 자세를 꾸준하게 유지하기 위해 그가 겪었어야 할 고통은 곁에서 지켜보기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을 할 수는 없다. 구의원들이 또 어떤 변덕을 부릴지 모르기 때문에 9월 10일 본회의 통과 때까지는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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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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