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 문제 외면, 한국사회 위기온다
    By mywank
        2008년 09월 09일 10: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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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집회에 참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그리고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9일 저녁 7시 서울역 광장에서는 기륭전자, KTX, 이랜드,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7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1차 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현안 가운데 하나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촛불과 비정규직 투쟁의 연결을 위해 마련됐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비정규직 철폐하고, 인간답게 살아보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촛불을 밝혔고,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비정규 문제 외면하는 한국사회

    이날 집회 사회를 맡은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은 “한국사회에 경제위기는 확실히 온 것 같고, 비정규직 문제를 철저히 외면하고 노동자들을 거리를 내모는 모습이 바로 그 증거”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가위 전에 노동자들을 다시 일터로 보내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표해서 나온 KTX 김영미 승무원은  "KTX는 오늘로 투쟁 924일차를 맞았는데, 처음 투쟁을 시작했을 때는 이처럼 파업이 길어질지 몰랐다”며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현실에 맞서지 않을 수 없었지만, 싸움을 하면서 솔직히 스스로 초라하고 외로웠던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 ‘뉴코아-홈에버 투쟁’이 시작됐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는데, 주변에서 떠나는 동지들이 많아질수록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떨어졌다.”며 “비정규 노동자들의 눈물 앞에 당당한 사측을 놔둘 수 없고, 저희의 투쟁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한 참석자가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한국기독청년연합회 이재욱 회장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잘 안돼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힘이 빠졌을 거라 생각된다”며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비정직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사무처장인 효진 스님은 “불교에는 ‘역행보살’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 등 우리사회의 ‘아픈 곳’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며 “그렇지 않았으면 ‘아픈 곳’들이 속에서 곪아 터졌을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연대에 성공하지 못했다

    ‘촛불시민연대’ 장동규 활동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촛불이 비정규 노동자들과 같냐’고 묻고 싶고, 시민들에게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가 촛불 시민들의 요구와 같냐’고 묻고 싶다”며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연대’하지 못했기 때문에, ‘촛불=비정규직 노동자’란 등식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씨는 “오랜기간 기륭전자, KTX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을 해왔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 간의 연대도 부족했다”며 “우리는 연대할 때 승리할 수 있고, 우리가 분열할 때 이 싸움은 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과 시민들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이랜드 비정직노동자인 김 아무개 조합원은 “자식들에게 ‘비정규직’을 물려주지 않고, 나 자신도 인간답게 살기 위해 투쟁을 하고 있다”며 “그동안 비정규직 투쟁에 있어 국민들과 다른 노동자들의 연대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무대 전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이 그려진 대형그림이 걸려있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김 씨는 이어 “’이랜드 사태’는 언젠가 끝이 나겠지만, 앞으로 발생될지 모르는 ‘제2의 이랜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인 윤종희 조합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는 이상 이 문제를 알릴 수도 없는 ‘벼랑 끝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벼랑 끝 인생 

    대학생인 박준호 씨는 “비정규직 문제가 내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한 친구들을 애써 비난하고 싶진 않지만, 나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친구들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만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밤 8시 40경 집회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식칼 난동’에 항의하며 네티즌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조계사까지 거리행진을 벌이기로 했으나, 인도까지 봉쇄한 경찰의 제지로 이를 진행하지 못했다. 대신 각자 대중교통을 이용해 조계사까지 이동한 뒤 네티즌들의 농성에 동참했다.

    한편, 이날 집회를 주최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준비위원회’는 9월 23일 전후로 ‘2차 행동’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기륭전자 농성장, 서울역 등이 집회장소로 검토하고 있다. 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 및 일반 시민들과 함께 ‘만인 선언’도 이날 발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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